권영세 “북한 인권은 기본 원칙…아첨으로 평화 이룰 수 없다”
☞한겨레S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검색창에 ‘에스레터’를 쳐보세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힘에 의한 평화’를 모토로 “담대한 구상 이행으로 북한의 완전 비핵화를 이루고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혔지만 북한 핵 개발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 국제정세가 신냉전으로 흐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작동 불능 상황이다. 북한은 ‘신냉전 다극화’의 틈을 활용해 핵 소형화·경량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북관계도 사실상 단절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북한 인권을 강조하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을 만나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남북관계에 관해 물었다.
남북관계 진전 없어 아쉬워
―장관 취임 1년이 다가옵니다.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지난해 5월16일 장관에 임명됐는데, 전반적으로 좀 아쉽죠. 남북관계가 전혀 진전되지 않고 북한이 도발로만 나오고 있으니까, 아쉽게 생각을 하죠. 하지만 어느 정부나 새 정부 부서의 첫번째 장관이 된다는 의미는 새로운 방향을 잡아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남북문제가 이념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부분인데 통일부같이 남북문제를 다루는 부서가 어떤 노선을 택하느냐가 (윤석열 정부) 임기 5년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전체적인 방향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는 내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고 평가를 하고 싶어요. 우리처럼 선거로 정권이 수시로 바뀌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혁명이 돼서는 곤란하고 개혁이 필요하죠. 새 정부가 들어와 바꿀 것, 고칠 것이 많다 하더라도 남북문제를 다루는 부서는 이어달리기를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전 남북 합의라든지 프로세스들에 대해서는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을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얘기했어요.”
―그런데 지난 1년, 너무 많은 변화가 있는 것 아닌가요?
“야당에서, 또 소위 진보라는 그룹에서는 대북 전단을 제한하는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해 정부 입장이 바뀐 부분, 그다음 우리가 주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서 전 정부와 달라진 부분에 대해 비판도 있지만, 그것은 반드시 고쳐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을 해요.”
―문재인 정부가 남북 화해를 위해 정무적, 정책적으로 판단한 것일 수 있는데 꼭 고쳐야 했을까요?
“그건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인 문제라고 봐요. 지금 결국 법정으로 가 있지만. 북한 인권과 관련된 부분도 고칠 필요가 있죠. 지금까지 그 접근 방식이 잘못됐고, 이제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첨을 통한 접근, 아첨을 통한 변화, 아첨을 통한 평화는 이뤄질 수 없어요. 북한 인권을 포함한 기본 원칙에 대해서는 정부가 그 원칙을 유지하고 상대방을 학습을 시켜야 한다고 봐요. 북이 우리를 상대할 때 이 부분은 남쪽이 불변의 원칙으로 생각하고 임하니 건드려서는 안 되고, 받아들이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죠. 저쪽(북한)이 인권에 대해서 민감하게 생각하니까 우리가 건드리지 말아야 된다는 식으로 우리가 길들여지지 말고요.”
―효과를 내려면 북이 받아들여야 할 텐데 ‘남쪽은 대화 의사가 없다’며 북이 강경하게 나가는 빌미만 주는 것 아닌가요?
“북한에 대해 지금 당장, 어떤 한 정권 한 장관 임기 내에 뭔가를 이뤄내겠다고 얘기하면 절대 안 된다고 봐요. 긴 숨을 갖고 북한의 변화를 가져와야 오히려 큰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봐요. 돈을 주고 북한과 대화를 잠시 만드는 것, 그건 일회성에 그치게 될 것입니다. 진짜 평화가 되려면 그 상대방이 자기 사회하고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북한 체제가 주민들의 최소한 인권이라도 보장할 수 있는 상태로 변화해야 의미 있는 평화가 만들어지고 의미 있는 대화가 이루어질 수가 있다, 이런 얘기입니다.”
―‘담대한 구상’도 밝히고 ‘북한이 응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대화하겠다’고 했지만 북한은 ‘우리를 고사시키려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는 게 우리 목적이 아닙니다. ‘담대한 구상’은 비핵화가 목적이죠. 비정상 상태인 남북관계를 정상화하자는 것이죠. 계속 핵을 가지고, 핵 개발을 하다가는 제재와 압박 때문에 체제 자체가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겠다는 수준까지 북한을 압박해서, 북한이 지금 대화를 해야 체제가 유지가 되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죠.”
―지금은 신냉전으로 미·중이 갈등하고, 러시아는 전쟁하느라 유엔 안보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북한을 제재할 수단은 줄고, 우리 운신 폭도 훨씬 좁아진 것 아닌가요?
“동의해요. 동의합니다. 지금 미·중 간의 신냉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갈등이 생기는 부분이 풀어진다면 큰 데탕트가 되겠죠. 그다음 남북 간에 긴장과 갈등이 풀어지는 걸 작은 데탕트로 얘기할 수 있을 텐데, 큰 것과 작은 게 따로 가기는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나 우리가 동북아에서 가지는 중요성, 국제사회의 비중을 생각할 때 우리가 작은 데탕트를 큰 데탕트로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끊임없이 압박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화를 통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지요. 중국은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나라인데 중국하고 좀 더 긴밀하게 얘기를 해 작은 데탕트에 일정한 공간을 확보하는 게 필요합니다.”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는 거 아닌가요? 주중대사도 하셨지만 중국이 중요한데, 중국과 사이가 안 좋은데요.
“중국 내부 일정이 바빴기 때문입니다. 작년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시진핑 주석 3연임 문제가 걸렸고, 3연임이 확정된 게 올해 3월에 있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 들어서 중국과 본격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지는 못한 측면이 있어요. 4월에 윤 대통령의 방미가 있지만 그 이후 늦지 않은 시간에 중국과도 외교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입니다.”
미 전략자산 전개, 중국도 부담
―어떻게 중국을 설득할 수 있나요?
“남북 간에 갈등이 생겨 미국의 군사적인 전략자산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한반도에 전개되는 상황이 중국으로서도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닐 거예요. 또 북한의 핵 기술이 바깥으로 유출됐을 경우 수많은 나라·민족들과 국경을 같이하는 중국엔 악몽과도 같은 상황일 거란 말이에요. 중국과 소통을 하면서 지금 남북한의 갈등이 최고조로 이르는 부분이 중국의 이익에도 반한다, 북한 비핵화 진전이 중국에 도움이 된다는 부분으로 설득할 수 있다고 봐요.”
―우리가 한·미·일 3각 안보에 치중하고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고 중국은 볼 텐데, 이율배반적 논리 아닌가요?
“동북아에서 그런 첨예한 긴장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게 만드는 원인이 바로 북한 문제니까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이 관심을 보일 이유를 좀 제거한다면 미국과 중국 간의 전반적인 갈등을 우리가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중국을 위협하는 어떤 리스크는 제거할 수가 있다는 부분은 얼마든지 설득할 수 있다고 봐요.”
―북한 인권 보고서 공개나 윤석열 대통령이 ‘북에 1원 한푼도 주지 마라’라고 말하는 건 작은 데탕트 노력 없이, 북쪽이 굴복하고 나올 때를 기다리는 것 아닌가요?
“지속 가능한 데탕트가 돼야 한다, 이거죠. 북한이 금전적, 경제적 혜택을 받고 일시적으로 (대화에) 나왔다가 그냥 끝나는 거라면, 2018년 경우가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된 상황인데, 그런 식의 데탕트는 의미가 별로 없어요. 앞에서 얘기했듯 북한이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변하는 것을 우리는 지속 가능한 평화, 지속 가능한 데탕트의 근본 조건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입니다.”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요.
“시간은 뭐… 북한이 그렇게 변화하는 과정 중에서 의도하지 않은, 또 우리가 생각지 못한 큰 변화로 바로 점프할 수도 있게 되고 그럴 것입니다.”
―인권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하는 과정에서 북한 내부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건가요?
“내부…. 그렇지요, 세상의 변화라는 것은. 인권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서 북한 주민들이 자기 상황에 대해 알게 되고, 정상적인 국가라면 자신들한테 쓰일 자원이 핵과 미사일 개발로 다 돌아가고 있는 걸 알게 될 수 있죠. 그런 부분에 대해 자신의 정당한 목소리로 더 요구하고 북한 지도부가 더 이상은 그런 목소리를 거부할 수 없는 상태까지 갈 수도 있겠죠. 변화를 위해서는 불안정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거치지 않고는 안 되겠죠.”
―어제(4월5일)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인권 실상을 확실히 알리는 게 국가 안보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고, 장관께서는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 언젠가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축적하겠다고 했는데요, 북한 체제가 붕괴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처벌받거나 국제재판에 서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가요?
“언젠가 (북한이) 붕괴되는 이런 거라기보다 어쨌든 최소한 북한 체제 내에서도 잘못된 행동을 한 사람들은 언젠가 처벌될 수가 있다고 생각을 해야 인권 침해를 하는 사람들, 가해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두려움을 갖게 될 거 아니겠어요?”
―우크라이나 전쟁 범죄자가 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해야 한다는 것인가요?
“예 예 예…. 인권은 보편적 가치인데, 거기에 아주 중대한 위반이 있는데 그냥 무조건 눈감고 넘어가서는 안 되죠.”
―언제쯤 남북이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까요?
“너무 초조하고 인내심 없이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독일의 굉장히 진보적인 언론인들이 1987~1988년도에 동독 지역을 자유롭게 여행을 하면서 동독이 굉장히 좋은 사회, 건강한 사회라고 칭찬을 했어요. 그랬는데 불과 한 2~3년 사이에 동독이 완전히 내부적으로 무너져 내렸죠. 그런 식으로 우리가 (북한이) 내부적으로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지만 현재 지도부의 결단에 의해서든, 언젠가는 북한에 어떤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고 좀 시간을 가지고 갈 필요가 있어요. 그게 앞으로 한 세기를 더 간다 하더라도 심지어는 우리가 좀 기다리고 원칙에 따라서 갈 필요가 있어요. 한 세기가 걸려도 좋다고 생각을 했을 때 오히려 의외로 (북의 변화가) 빨리 올 수도 있을 거예요.”
남북관계 컨센서스 바꿔놓고 싶다
―윤 대통령이나 권 장관께서는 결국 북한 내부 봉기를 통한 변화를 원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봉기라기보다는 우리 입장에서는 자유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 주민 스스로가 단지 독재자의 신민이 아니라 자기가 어느 정도의 권리를 가져야 마땅한 한 사회의 시민이라는 걸 알게 되기를 원하죠. 그런 인식을 하기 시작할 때 변화도, 실질적인 평화도 만들어질 수 있고, 그다음 통일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부도 유한하잖아요. 임기 5년이잖아요. 결과물 없이 대치만 하면 부담이 있을 것 같은데요.
“꼭 눈으로 보이는 결과물이 아니라도 남북관계의 접근 방식에 대해 우리 남쪽의 컨센서스(공동체적 합의)를 좀 바꿔놓는다든가, 북한이 남쪽에서는 이런 원칙을 지키고 접근을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 인식을 하는 변화도 중요하죠. 새 정부 1년, 통일부 장관으로서 주목을 받으면서 남북 대화에 나서 한반도의 미래에 관해 얘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을 하지만 새로운 방향, 새로운 접근 방식에 대해 지금 그 틀을 잡고 있는 것이니까, 그 기초를 놓는 것에 대해선 의미 있게 생각합니다.”
―북한에 대한 아첨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금강산 관광, 한-미 훈련 자제 등이 남북의 화해로 이어진 측면도 있지 않나요?
“그런 긍정적인 면이 지속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거죠. 한-미 연합훈련이 순수하게 방어적인 성격이니까, 북한의 진정한 태도 변화가 있다면 우리가 돈을 엄청나게 들여가면서 지금 훈련량을 100%로 유지할 이유는 없는 거죠. 미국도 그렇고. 북한의 어떤 실질적인 변화 모습이 보인다면 우리도 100에서 80, 70으로 내릴 수 있어요. 상황에 따라서 우리가 조절할 필요는 있죠.”
―북이 핵을 얼마나 소형화·경량화했다고 평가하세요?
“장관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 상당한 정도로 된 거로 알고 있는데 일단 최근 김정은이 사진으로 보여준 그건 실제 탄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북한이 그런 (소형) 탄두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아직은 좀 더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식량 상황은 어떻게 파악하시나요?
“안 좋은 상황은 맞는 것 같아요. 개성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생기는 등 예년보다 확실히 안 좋은 건 맞지만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대규모로 아사자가 생기거나 이럴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문제는 이런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죠.”
―최근 국회 답변에서 김정은 위원장 자녀에 대해 새 논란을 만드신 것 같은데, 김정은 자녀가 둘입니까, 셋입니까?
“새로운 논란이 아니라 정확하게 바로잡은 거예요. ‘둘은 확실한데 하나가 더 있는지는 아직 세모다’, 이게 확실한 거예요. 아직 첫째가 불확실하다는 것이죠. 김주애는 어쨌든 그 실체가 여러번 나왔으니 확실하고. 또 이설주가 임신한 모습 등이 확인됐으니 김주애 밑에 아이가 하나 더 있는 것 같은데 장남이라는 첫째는 이설주의 체형이 변화하는 모습이라든지 이런 거를 본 적이 없어 과연 임신과 출산이 맞는지 의문이 있는 것이죠.”
―내년이 총선인데, 국회로 돌아가겠다고 말씀하셨다는 보도도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나는 정치인이라는 정도만 얘기할게요.”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손흥민 EPL 100호골 터졌다…봤지? 가장 손흥민다운 슈팅
- “미국 CIA, 한국 정부 감청했다…우크라에 살상무기 지원 관련”
- 버스기사 “택시 타든가”…난폭운전에 법원 “정직 징계는 정당”
- 윤 대통령 ‘회식’ 친일 논란에 하태경 “일광은 일광산서 유래”
- ‘지방 소멸’ 막으려는 선거제 개혁, 재 뿌리는 의원 누구인가
- 권영세 “북한 인권은 기본 원칙…아첨으로 평화 이룰 수 없다”
- 중, 대만 동서남북 포위 군사 훈련…차이-매카시 회동 ‘보복’
- 대전서 만취 60대, ‘어린이 보호구역’ 인도 덮쳐 어린이 위독
- 인터넷 도박까지 손댄 10대 아들, 어떡하죠? [ESC]
- ‘강남 납치살인’ 배후 재력가 부부 신병확보…살인교사 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