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변성현 감독 "'길복순' 일베 논란에 패닉…모두에 미안했다"

강내리 2023. 4. 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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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이 작품 공개 이후 일각에서 제기한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유저 논란에 대해 억울해하며 해명했다.

변성현 감독은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길복순'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에 올랐지만, 인터뷰장 공기는 다소 무거웠다.

'길복순' 공개 후 '일베' 논란이 일었기 때문인데, 논란이 된 장면은 극 중 주인공 길복순(전도연 분)이 살인청부 임무를 맡을 때 전달받는 봉투가 클로즈업된 부분이다.

이 봉투에는 도시와 국가가 표기돼 있다. 그런데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서울-코리아' 등 도시와 국가명이 순서대로 적혀있는 다른 봉투들과 달리, '순천'의 경우 '코리아'가 아닌 도 단위 행정 구역인 '전라'라고 적혀 있다. 또한 앞에 두 봉투가 파란색 씰로 봉해진 반면, 순천은 빨간색이었다. 이를 놓고 전라도를 비하하는 '일베'의 전형적인 수법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넷플릭스 측은 "극의 내용상 '길복순'과 같은 A급 킬러는 국제적으로 활동하기에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서울-코리아'식으로 국가가 표시된 반면 '한희성'과 같은 C급 킬러는 국내에서만 활동하기 때문에 국가가 아닌 지역으로 표시된 것"이라며 "킬러 등급별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설정으로 어떠한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변성현 감독은 "잠을 한숨도 안 자고 나왔다. 잠이 오지 않아 못 잤다"고 털어놨다. 논란에 대해 묻자, 그는 "아마 제가 영화를 하는 내내 해명해야 할 것 같다. 저는 '일베'에 들어가 본 적도 없고,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논란이 된 장면에 대해서는 작품 공개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변 감독은 "'전라'로 표기된 걸 아예 몰랐다. 소품에 대해 콘셉트는 이야기하지만, 일일이 컨펌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실 인서트(영화에서 화면과 화면 사이에 갑자기 신문 기사, 명함, 사진, 편지 따위를 확대하여 끼워 넣어서 불쑥 나타나게 하는 것)는 콘티에 없었다. 그런데 촬영 감독님이 씰에 적힌 영문 이니셜이 잘 안 보인다고 따로 찍자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말하면 그때 ('전라'가 들어간 것을) 알았다고 해도 논란이 생길 거라는 예상을 못 했을 것 같다. 이게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관련 기사 링크를 받고 패닉 상태가 됐다.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고 어떻게 해명을 해야 되나 싶었다. 제가 아니면 논란이 안 될 이야기들 같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논란으로 인해 함께 작업한 동료들에게 피해를 끼칠까 봐 가장 걱정했다. 변 감독은 "영화에게 미안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논란은 계속 겪어야 될 것 같은데 주변 사람들, 배우들, 스태프들에게 미안하다. 저로서는 해결 방법을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논란과 별개로, '길복순'은 유의미한 성과도 냈다.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부문에 초청돼 외신들의 극찬을 받았고, 지난달 3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이후 3일 만에 1,916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 부문 전 세계 1위에 등극했다.

그러나 변성현 감독은 "(이런 기록을 낼 것이라고) 생각 못 했다. 주변에서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안도감에 가까웠다. '내가 그렇게 피해를 주진 않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고, 약간 무덤덤했다"며 논란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오랜 팬임을 밝혔던 배우 전도연 씨와 함께 작업한 것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변 감독은 "전도연 선배님을 두고 시나리오를 쓰면 하실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을 때 당연히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한번 해보자'고 하셔서 액션으로 장르를 먼저 정하고 시나리오는 몇 개월 후에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엄마와 딸의 대사를 같이 써보고 싶어서 전도연 선배님에게 말씀드렸더니 집에 놀러 오라고 하셔서 몇 번 같다. 아이와 카드게임, 보드게임을 하며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를 파악했다. 전도연 선배님은 굉장히 친구 같은 엄마고, 밖에서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고 전했다.

전도연 씨의 연기 열정에 감탄했다고도 덧붙였다. 변 감독은 "세계에서 연기 제일 잘하는 배우 몇 명을 뽑는다면 당연히 들어가야만 하는 배우라 생각한다. 액션을 해야 하기 때문에 등 근육을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놀랐다. 몇 개월 동안 식단조절을 해서 근육을 만들어 오셨다. 극 중 '무딘 칼이 더 아프다'라는 대사는 선배님에게 전한 헌사"라고 전했다.

변 감독은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제 영화를 극장에서 보여드리고 싶고, 다양한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제가 호러, 고어 영화를 못 보기 때문에 그런 장르는 편집을 못할 것 같다. 그 장르 말고는 기회가 닿는 동안에는 다양하게 찍어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한편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전도연 분)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전도연 씨, 설경구 씨, 이솜 씨, 구교환 씨, 김시아 씨 등이 출연했다.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이다.

[사진제공 = 넷플릭스]

YTN star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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