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마지막 검사' 벤자민 페렌츠 별세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하고 육군 법무관 입대
나치 전범들 수사… 히틀러 별장 압수수색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전쟁범죄 단죄를 위해 열린 뉘른베르크 군사재판(1945∼1948)에 검사로 관여한 인물들 중 마지막 생존자였던 벤자민 페렌츠가 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州)에서 10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페렌츠는 2차대전 말기 독일 바이에른 알프스에 있는 히틀러 별장의 압수수색에 참여한 인물이다.

전쟁 말기 미국, 영국 등 연합국이 해방시킨 나치 강제수용소를 방문한 경험은 오래도록 페렌츠를 괴롭혔다. 훗날 그는 “산더미처럼 쌓인 시신, 배고픔에 시달리고 각종 질병에 걸려 해골처럼 변해버린 생존자들을 목격했다”며 “특히 부헨발트 강제수용소는 그 자체가 거대한 공포의 납골당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전쟁범죄 증거를 수집하고 조사해야 했던 것은 분명히 트라우마”라며 “그때 겪은 일들의 세부 사항을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고 괴로운 심경을 드러냈다.
페렌츠는 나치 독일이 항복하기 직전 극비 임무를 띠고 독일 남부 바이에른 알프스에 급파되기도 했다. 그곳에 있었던 히틀러 별장을 압수수색해 전쟁범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전후 페렌츠는 군복을 벗고 뉴욕에 돌아와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런데 나치 독일 전범들의 수사, 기소 및 처벌을 위한 뉘른베르크 군사재판이 시작되었다. 미국 행정부는 당시 연방대법원 대법관이던 로버트 잭슨을 수석검사로 임명했고 페렌츠도 잭슨의 팀에 합류해 함께 뉘른베르크로 건너갔다.

페렌츠가 영국 신문 가디언 기자와 나눈 대담을 단행본으로 펴낸 ‘101살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양철북)가 2022년 1월 국내에서 출간됐다. 그는 책에서 “100만명이 넘는 무고한 남자와 여자, 아이들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이들을 밝혀내는 일은 슬프지만 동시에 희망을 주기도 한다”며 “복수는 우리의 목표가 아니며 우리는 한낱 보복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단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 인류의 희망을 찾는 것이란 얘기다.
페렌츠는 전범 재판을 위해 뉘른베르크로 건너가기 직전 결혼한 연인 거트루드과의 사이에 아들 하나, 딸 셋을 낳았다. 거트루드는 2019년 별세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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