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이기자 부대도 없어지고…군 병력 반으로 줄어든다
[시사기획 창 ‘저출산 40년, 다가오는 재앙(연중기획 인구 1편)’ 중에서]
지난해 말에 강원도 화천에 있던 27사단, ‘이기자 부대’가 해체됐습니다.
부대 입구에 있던 27사단 마크는 사라졌고, 철조망 안에는 연병장과 건물들만 남아있습니다.
<인터뷰>손일용/마을 주민
"주민들 자체가 많이 섭섭해합니다. 왜 그러냐면 솔직한 것은 이웃처럼, 내 자식처럼 있던 애들이, 시끌벅적했던 애들이 없으니까 마을 자체가 많이 섭섭해하네요"
같은 화천 지역에 있던 15사단이 27사단의 빈자리로 이동했지만, 일부 부대는 여전히 이렇게 텅 비어있습니다.
1953년에 창설된 27사단은 중부 전선을 책임지는 예비사단이었습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부대지만, 군에 입대할 신병이 부족해지면서 결국 사라지게 된 겁니다.
<인터뷰>김덕희/화천군 재향군인회장
"27사단은 우리 지역사회에서 70년간 우리 주민들과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왔는데 최강의 부대, 공격 임무 부대를 해체한다는 걸 볼 때 그에 따른 어떤 대책이 특별하게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강원도 동해안 방위를 담당하는 8군단이 해체됩니다. 이 지역은 휴전선에서 월북과 귀순 사건이 자주 발생해 철책 경계근무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많았던 곳입니다.
<인터뷰>정준화/강원도 시군번영연합회장
"툭하면 북으로 넘어갔다가, 월북했다가 또 넘어왔다가/ 이런 상태에서 8군단까지 없어진다면 저희 지역 주민들은 불안해서 살 수 없습니다./ 무조건 사병이 없다고 문 닫는다, 폐쇄한다, 이건 말이 안 된다."
8군단이 해체되면 2006년 국방개혁이 시작된 이후 우리나라 육군 10개 군단 중에 4곳이 해체되고, 6개 군단만 남게 됩니다.
같은 기간에 군 병력은 68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줄었는데, 앞으로도 대규모 추가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인터뷰>유무봉/국방부 국방개혁실장
"2040년이 되면 20세 되는 병역 자원이 13만 명밖에 안 된다는 것이죠./ 육군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을 유지한다고 하면/ 대략 9만 명 정도밖에 입대할 수 없어서 현재보다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국민의 4대 의무인 교육, 국방, 근로, 납세에 차례로 경고등이 켜지고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IT 기업입니다.
신용카드 칩에 들어가는 거래인증 소프트웨어와 카드 형태의 지역화폐 등을 만드는 중견기업입니다. 직원이 천 명 정도 되는데, 몇 년 전부터 인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인터뷰>조정일/코나아이 대표
"그 이유를 이제 들여다보니까 절대적으로 젊은 IT 인력이 이제 감소되는 그런 추세를 발견하게 됐고, 그래서 이제 인구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고요."
이 회사 연구팀은 시스템 다이내믹스 기법을 활용해 인구 문제를 분석했다고 합니다. 인구와 경제, 산업, 부동산, 소득, 복지 등 다양한 빅데이터가 동원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회사가 겪고 있는 IT산업 인력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인터뷰>곽미애/코나아이 책임연구원
"그때(2026년) 제조업 전체적으로 30만 명이 부족합니다. 그중에 IT 부분은 5만5천 명이 부족한 것으로 지금 숫자적으로 예측이 되는데 이 부족한 정도가 가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어떤 갭(인력 부족)이 점점 커진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1년 넘게 우리나라 인구의 미래를 전망하고 분석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 우리나라 인구 문제에 관한 책을 출간했습니다.
제목은 ‘대한민국의 붕괴’입니다.
<인터뷰>조정일/코나아이 대표
"인구 시뮬레이션을 해보면서의 심각성이 굉장히, 제가 처음에 접근했을 때보다 굉장한 큰 충격을 받았고요./ 붕괴라는 단어를 쓰면서 굉장히 좀 마음이 아팠지만 좀 더 국민들에게 인구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좀 알려주기 위해서 붕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처럼 저출산은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사회의 위기를 키워왔고, 이제 비등점에 도달할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정재훈/서울여대 교수
"끓는 물에서 죽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될 수도 있는데 이제 그걸 못 느끼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생각이 들고 비유로 따지자면 그러니까 그 물이 끓어가고 있는 상황이 뭐냐? 그게 이제 저출산, 저출생인데/ 지금 한국 사회 상황이 그런 상황이 아닐까…"
통계청은 2070년까지 장래인구추계를 발표했습니다.
2020년 출산율 0.84명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 인구는 5,183만 명에서 2070년 3,477만 명으로 1,706만 명이 감소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을 나이 많은 순서로 차례로 줄을 세울 때 중간에 오는 중위연령도, 1980년 21.8세에서 2020년 43.7세로 높아졌고, 2070년에는 65.2세가 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60살 환갑이 될 때는, 국민 과반수가 그들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 겁니다.
<인터뷰>김추자/초등학생 조부모
"그 숫자는 정말, 이거는 심각한 일이죠. 그럼 이제 결혼을 많이 해서 아이들을 많이 낳아야 되는 그런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요."
<인터뷰>조종용/초등학생 부모
"사실 굉장히 충격적인 얘기고요. 앞으로 이 친구들(초등학생)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국가의 어떤 노령인구들을 부양해야 된다는 책임감이 굉장히 무겁고, 그들의 삶이 걱정이 되는 건 분명히 있는 사실입니다."
인구 구조를 봐도 2020년에는 15살에서 64살 사이 생산연령인구가 가장 많지만, 2070년에는 65살 이상 고령 인구가 가장 많아집니다.
<인터뷰>임영일/통계청 과장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738만 명에서 2070년 1,553만 명으로 약 2,185만 명이 감소가 되고, 전체 인구에서 약 50.2%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문제는 고령자를 부양하기 위해 젊은 사람들이 내는 세금과 사회보장비용 등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2020년에는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고령자 22명만 부양하면 됐지만, 2070년에는 113명을 부양해야 해서 노년부양비 부담이 세계에서 가장 커집니다.
<인터뷰>최준욱/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가 여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어떤 나라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수치일뿐더러 어떤 나라들도 미래에 경험하지 않을, 우리나라가 아주 극단적으로 그러니까 고령화가 심해지는 그 상태에서 나타나는 수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적어도 체감적으로 현재보다는 두 배 이상의 그러니까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굉장히 부담이 크다, 힘들다 하는 정도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주 먼 미래가 아닙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는 10년만 지나도,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현실로 느껴질 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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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일시 : KBS 1TV 2023년 4월 4일(화) 밤 10시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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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관 기자 (pyk09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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