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했더니 "뇌 손상 감지"…똑똑한 아이스하키 헬멧 개발

이정호 기자 2023. 4.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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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기업 비어마인드와 로잔연방공대(EPFL) 연구진이 개발한 아이스하키 선수용 헬멧. 뒤통수 부위에 달린 ‘관성측정장치(IMU)’가 선수 간 몸싸움으로 인해 발생하는 충격을 감지해 뇌 손상 가능성을 잡아낸다. EPFL 제공

머리에 가해지는 강한 충격을 분석해 부상 위험을 자동 감지할 수 있는 아이스하키 선수용 헬멧이 개발됐다. 선수들을 뇌 손상에서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될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스위스 기업 비어마인드와 로잔연방공대(EPFL) 연구진은 최근 아이스하키 선수가 경기에 나설 때 머리에 착용하는 헬멧에 별도 장치를 달아 뇌 손상 가능성을 즉각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헬멧의 겉모습은 일반적인 헬멧과 별로 다르지 않다. 뒤통수 부위에 신용카드 4분의 1 크기만 한 별도의 장치가 붙는 게 특이 사항의 전부다. 하지만 여기에는 관성측정장치(IMU)가 들어간다. 이동하는 물체의 속도와 방향, 가속도 등을 알아내는 센서다. IMU를 쓰면 선수가 충격을 받았을 때 머리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세게 흔들리는지 측정할 수 있다. 측정치를 외부로 전송할 근거리무선통신(블루투스) 장치도 탑재된다.

아이스하키는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운동이다. 선수들은 퍽을 따내기 위해 상대방을 밀치는 플레이를 일상적으로 한다. 이런 아이스하키 경기장의 환경은 선수의 신체, 특히 뇌에 위험하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경기 뒤 어지럼증이나 메스꺼움이 느껴져도 충분히 쉬거나 병원 진료를 받지 않고 경기에 또 나서는 일이 많다. 이는 뇌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EPFL은 설명자료를 통해 “적절하게 치료받지 않는 가운데 머리 충격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심각한 뇌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IMU가 내장된 헬멧은 이런 문제를 예방한다. 이 헬멧을 쓴 선수가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나는 충격을 머리에 받으면 선수단 코치의 스마트폰으로 즉각 데이터가 전송된다. 그리고 충격 수준이 뇌 손상을 일으킬 정도로 판단되면 경고 메시지가 함께 온다. 이때에는 해당 선수를 즉시 경기장 밖으로 불러내 의료적인 처치를 받게 하면 된다.

소속팀의 모든 선수들에게 이 헬멧을 꾸준히 씌우면 뇌 손상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을 미리 선별해 집중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이 헬멧은 스위스 일부 아이스하키팀에 공급돼 시범 운영되고 있다. 비어마인드는 이 헬멧을 아이스하키의 인기가 높은 미국에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톰 버트랜드 비어마인드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EPFL 설명자료를 통해 “우리의 목표는 코치가 선수들의 신체와 정신적인 상태를 신경학적인 관점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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