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고3 90%는 재수를 한다" 김정훈 메타스터디 대표원장 [원성윤의 人어바웃]
"SKY 생들 한쪽엔 대학교, 한쪽에 고등학교 마크 달아"
[편집자주] 올해 한국 사회를 강타한 두 가지 '숫자'가 있다. 첫 번째는 2022년 합계 출산율 0.78명. '저출생·고령화'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지만, 결국 지난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더욱 위기감이 커져 있다. 이는 서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은 소멸의 위기로 이어진다. 두 번째는 2022년 사교육비 26조원 경신. 학령 인구는 감소하는데,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의대 집중' 현상은 날로 심해지고, 소득별·지역별 학습 격차는 더욱 커진다. 아이뉴스24는 올해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저출생·고령화 ▲지역소멸 ▲사교육비 급증 등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사회 각계 목소리를 듣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경기 부천 등 수도권에서 재수 종합 학원을 운영하는 김정훈 원장(메타스터디)은 최근 교육자로서 고민이 많다. 언론에서 사교육이 연일 가계비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데다 재수생 등 이른바 N수생들이 몰리고 있는 곳이 바로 재수 종합학원이기 때문이다. 사교육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들의 목소리는 언론에 반영된 적이 적은 편이다. 아이뉴스24는 지난 3일 김 원장을 만나 사교육비 증가와 의대 집중 현상 등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26조원). 이런 통계를 접할 때 사교육자로서 느낀 생각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그렇게만 생각할 수 없다. 1996년도 과외비나 학원비가 30~60만 원 정도였는데 지금도 크게 변한 건 없다. 경기도 최저 분당 수강료가 6~7년 전에 200원이었는데 부천은 이번에 개정돼 220원이 된 정도다. 물가 대비 많이 늘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선생님 급여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2배가 넘게 올랐다. 10년 전에는 최저임금이 5천 원대였고, 지금은 주휴수당까지 생겼다. 학원비는 이에 비례해서 올라가는 건 보지 않고 전체 수치만 놓고 말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 대치동에서도 학원을 열었던 것으로 안다. 대치동은 수시·정시 모두 준비하는 분위기로 알고 있는데, 수도권 지역과의 차이점은.
대치동은 서울대, 연고대 진학률은 높은데 4년제 일반대학 진학률이 매우 낮다. 이건 대치동 학생들이 SKY 대학이 아니면 다시 재수, 삼수를 한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 대치동은 경기도와 달리 오후 4시면 수업을 마친다. 이건 뭘 의미하냐면 학교 마치면 곧장 학원에서 가서 공부하라는 거다. 정부가 수시 위주의 입시정책을 취하면서 대치에는 국·영·수 위주 학원뿐만 아니라 자소서를 비롯해 다분화된 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학원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특히 지방대를 안 가려는 강남 학생들의 재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 현재 수시모집 비중이 60%가량 차지하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수시 모집은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행 입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수시 제도의 내신 편중 문제다. 내신 성적만 가지고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는 시험을 1번이라도 망치면 문제가 된다. 학교 교육 정상화라는 명분이 있더라고 지나친 내신 편중은 학생들의 선택지를 줄이게 된다. 대치동에서 학원하면서 '직보'(직전보충)이라는 걸 처음 들었다. 이게 대치동에서 시작된 거다. 시험 직전에 이른바 '찍기'를 하는 건데, 그걸 잘하는 학원으로 몰리게 되는 거다. 그 정도로 내신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내신 한 과목을 이 학원 저 학원에서 겹쳐서 듣는 경우까지도 있다. 모의고사는 한번 못 보면 다음번에 잘 보면 되는데 내신은 그게 안 되니까 내신 학원을 찾아 이 학원 저 학원 떠돌게 된다.
- 학원은 지난 2020년 코로나를 거치면서 많이 폐업한 것으로 안다.
당시에는 학생들을 받을 때 책상 하나당 간격을 띄워야 하니까 학생들을 받는 데 한계가 있었고, 비대면 수업이나 집합금지명령을 받으면서 폐업한 학원들이 많았다. 저도 대치동에서 학원을 하다 접고 부천에 차다. 기간 산업들은 건드리지 않지만 학원이 이런 부분에서 굉장히 타격을 많이 받는다.
- 대치동 학원을 운영하면서 느낀 부분은.
D고 같은 경우는 자연 계열 고3이 3개 정도 틀리면 반에서 20등 밖으로 벗어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대치동 내신 문제를 경기도로 가지고 오면 상위권 애들을 제외하고는 풀어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치동 학생들 고3 학생 중 SKY 대학에 가지 못하는 90%는 재수를 한다고 보면 된다. 어느 정도냐면, 수능 시험 보고 온 날에 그냥 등록한다. SKY가 아니면 학교가 아니라는 인식이 생각보다 심하다.
- 최근에는 대학 과잠바를 많이 입는데 등에 고등학교 이름까지 영문으로 넣는 걸 봤다. 이른바 특목·자사고 학교 출신들의 '구분 짓기'가 갈수록 심해지는 걸 느끼는데.
한쪽에는 자기 학교를, 한쪽에는 고등학교 마크를 다는 게 요즘 추세다. 대치동만의 프라이드가 있다. 5대 사립(중앙, 휘문, 보성, 양정, 배재고)가 사립고등학교 축제도 열 정도이지 않나. 대치동 아이들은 아버지가 암센터 과장, 대학교수, 대기업 사장 등이다 보니 사회적 우월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끼리끼리 모이게 되는 거다. 실제 제가 가르친 아이들도 그랬다. 지금 입시 현실에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SKY 대학에 가는 게 굉장히 많이 어렵게 됐다. 더구나 의대 집중이 심해지면서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붙은 학생이 순천향대 의대 예비에도 없는 경우를 봤다. 결국 그 학생은 재수해서 계명대 의대에 들어갔다. 이처럼 의대 들어가는 게 어려우니까 의사 엄마, 아빠들이 자식 의대 보내려고 우즈베키스탄, 헝가리 쪽 의대를 보내는 경우도 봤다.
- 의대 집중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데 이런 형태가 빚어진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실 의대 진학하는 애들을 보면 의대가 뭔지도 모르고 점수 올려서 들어간다. 그런 게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한다. 의학 드라마나 언론에서 의사의 연봉을 부각하고 평생직업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도 크다고 본다. 우리나라만 유독 쏠림 현상이 있다. 학생들과 이야기해보면 의사가 되는 걸 신분 상승이라고 생각한다. 지방대 의대라도 무조건 의대, 트렌드가 똑똑하면 의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고 학생들이 페널티를 받으면서까지 가는 거다.
- 의대에 갔다가 다시 나온 학생도 있을 거 같은데.
의대 갔다가 1년 반 만에 자퇴를 한 학생이 있다. 의대에 들어가 보니 실상은 달랐고, 본인 적성과는 안 맞았다는 거였다. 공부해서 다시 연세대 공대에 들어갔다. 처음 고3 때 대학을 간 곳이 고려대 화학공학과에 붙었는데 의대 진학한다고 진학을 포기했다. 재수해서 의대를 간 건데 돌고 돌아 제자리에 온 셈이다.
- 대치를 벗어나면, 학생들이 수능의 중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것 같다.
정시가 늘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다만 수시에도 교과 전형에 수능 최저등급을 맞춰야 하므로 수능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최소 70% 이상인데 이걸 학부모님이나 학생들이 인지를 못 하는 거 같아 현장에서 무척 답답하다. 학교에서 수능을 못 봐도 수시로 대학에 갈 수 있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해서인지 상담할 때 수능의 중요성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잘 먹히지 않는다. 지방에서는 내신이 좋으면 상위권 대학에 갈 줄 아는데, 내신으로 SKY 대학 합격하고도 6~7명이 수능 최저를 만족하지 못해서 떨어지는 경우도 봤다. 그래서 상담하면서 수능 중요성을 강조하다가 '아니, 선생님은 교육대학원도 나오셔놓고 왜 이렇게 내신을 간과하세요'라고 해서 학부모랑 싸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지역에 있는 학교들이 학교에서 내신과 수능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 생활기록부를 보면 특목·자사고와 일반고의 내용은 확연하게 다르다는 걸 안다고 하는데.
특목·자사고 내용은 교과 과정부터 일반고랑 확연히 다르다. 대학 수학을 가르치거나 과학실험의 내용 자체가 다르다. 그러니 블라인드를 하면 뭐하겠나. 어차피 다 특목 자사라는 걸 입학사정관들이 보면 안다. 일반고는 심하게 말해 '제물' 수준이다. 대입 자소서는 없어졌지만, 면접이 또 생겨서 사교육비가 이 부분에서 가중될 우려가 높다.
- 정부에서는 EBS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서 사교육비를 경함하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인강 듣는 아이들은 의지가 높은 아이들이 아니고서는 안 된다. 인터넷 강의 완강율이 5%가 안 된다. 상위권 학생들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으니까 찾아볼 수 있는데, 그 밑에 아이들은 그냥 틀어놓고 있는 수준이다.
- 수능 체제가 30년이 다 돼 가면서 수명을 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에서는 내신의 불공정성을 의심하며 수능이 더 확대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는 전쟁을 겪은 나라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나라였는데 인적자원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다. 한국이 교육에 대한 열의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 아닌가. 그것 때문에 나라가 발전해 여기까지 왔다고 본다. 수능을 더 발전시켜서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 입시제도라는 게 단점 때문에 없앤다는 것 자체가 퇴행이라고 생각한다. IB(바칼로레아)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이건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가능한 거지 교육의 사각지대가 더 커지겠다고 생각한다.
/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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