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이 늙었다구요?...사내벤처 키우는 농심, 롯데, CJ
71살 CJ제일제당, 58살 농심, 56살 롯데웰푸드. 반세기가 훨씬 더 지난 1900년대 중반에 창립해 국내외 식품 시장을 선도해온 식품 대기업이 최근 들어 젊은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사내벤처 발굴을 통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고 있어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들 대기업들은 사내벤처를 지원·육성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임직원들을 통한 창업을 유도하고 있다. 56~71년이라는 긴 역사를 지닌 만큼 사풍(社風)이 보수적일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전혀 다르다. 경영진들은 "실패해도 괜찮다"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같은 파격은 곧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농심은 지난 2018년부터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 '엔 스타트(N-START)'를 운영하고 있다. 엔 스타트는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 및 신사업 실행력을 가장 중시한다. 또 참여자의 독립성 보장을 최대한 보장하는 게 특징이다. 엔 스타트에 선정된 팀은 △사내 스타트업 전담 발령 △사업화 예산 △독립 업무공간 △전문가 멘토링 등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엔 스타트는 농심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라면 매출 의존도 낮추기 위해 농심이 추진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과 스마트팜 사업 등 사내 스타트업에서 시작됐다. 사내벤처를 통해 2020년 출시한 건강기능식품 '라이필'은 지난해 말까지 누적매출 800억 원을 달성했다. 라이필 더마 콜라겐의 주원료는 ‘저분자콜라겐펩타이드NS’이다. 농심이 자체 개발해 국내 기술로는 최초로 식약처 인증을 획득했다. ‘피부보습’과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 보호’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2중 기능성 인정을 받았다. 콜라겐으로 시작한 라이필은 상품군을 확대하며 건기식 시장에 안착했다.
이에앞서 2018년 사내 스타트업팀을 꾸린 스마트팜 사업은 △198㎡ 규모의 특수작물 연구·재배시설 △661㎡의 양산형 모델을 개발해 본격 사업화 된 사례다. 지난해 11월에는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처음으로 수출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을 내디뎠다. 이후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진출하는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도전에 나서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세계 무대 어느 곳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하며 스마트팜 사업을 농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롯데제과에서 56년만에 사명을 바꾼 롯데웰푸드는 지난 2021년부터 사내벤처 프로그램 '롯데 크리에티브 밸리'를 운영하고 있다. 사내벤처팀에게 △사업 지원금 △별도 외부 사무공간 △롯데벤처스 1:1 컨설팅 기회 △분사 및 지분 투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가장 큰 특징은 '실패 경험도 칭찬하고 응원하는 조직 문화'다. 사업이 실패해도 실패장려금을 지급하고 재입사를 보장한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아 임직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는 최근 성과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롯데웰푸드 사내벤처 1기 '스탠드에그'는 분사 만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퍼즐 게임 '고양이 정원'이 매출을 견인했다. 출시 반년 만에 사용자 수 30만 명을 넘긴 고양이 정원은 소셜 네트워크 게임 장르 요소를 추가하는 방식의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있다.
지난 6일에는 롯데웰푸드의 두 번째 사내벤처 ‘애뉴얼리브’가 독립 사업체로 분사했다. 애뉴얼리브는 서울 영등포구에 브랜드 쇼룸과 카페 복합 공간을 꾸미고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브랜드 명도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선사하는 연차 휴가(Annual Leave)같은 하루'라는 의미가 담긴 애뉴얼리브다. 유럽식 가정집 느낌이 물씬 풍긴다. 김희지 애뉴얼리브 대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의 생가를 찾아가 영감을 얻어 공간을 꾸몄다. 애뉴얼리브는 롯데웰푸드가 생산한 '화인휘프 5000'을 활용해 대표 메뉴 '애뉴얼리브 라떼'를 출시했다. 이 밖에도 빠다코코낫, 앵커버터 등을 활용한 디저트 메뉴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5일 이노플레이(INNO Play) 공간 개관식을 열었다. '이노베이션이 365일 플레이 되는 공간'이란 뜻의 이노플레이는 사내벤처와 혁신 조직을 육성하는 사무실이다. 서울 강남구에 968㎡ (4개 층) 규모로 조성된 이노플레이는 △오피스존 △커뮤니티 라운지 △키친랩 등으로 구성됐다. 오피스존에는 칸막이가 없는게 특징이다. 개방형 사무실 형태로 자유롭게 앉으면 된다.
CJ제일제당은 이노플레이를 통해 조직 문화 혁신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노플레이에는 CJ제일제당 식품 사내 벤처 프로그램 ‘이노100’을 거쳐 선발된 다섯 개 사내 벤처와 사내 벤처 운영팀 이노랩이 입주했다. 이 밖에도 국내외 스타트업과 사내 벤처 투자를 담당하는 식품성장추진실의 뉴프런티어 담당자도 들어왔다. 식품성장추진실은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이끄는 조직이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이노플레이에서 기업문화 혁신을 이끌어 자신의 경영 능력을 증명해보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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