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 "의료의 혁신 통해 미래 병원의 모델 만들겠습니다"

박효순 기자 2023. 4. 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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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역할 강화

■직원들의 ‘혁신 DNA’ 적극 지원

‘첫째 미래 의료의 리더로 도약, 둘째 필수의료 강화 및 공공의료 확대, 셋째 화합과 소통 통한 역동적인 혁신 문화 조성.’

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59,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이 지난달 20일 제13대 원장 취임식에서 ‘세상을 바꾸는 의료 혁신의 선두주자’를 경영 목표로 밝히며 제시한 3대 과제이다.

올해 개원 20주년을 맞은 분당서울대병원은 송 원장의 취임과 함께 새로운 도약의 출발선에 섰다. 그는 취임사에서 “의료 발전이 삶의 양식을 바꾸는 대전환기에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분당서울대병원의 사명”이라며 “환자가 중심이 되는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병원 공간을 미래지향적으로 재편하고, 헬스케어혁신파크 부지를 세계 의료 산업을 선도하는 바이오헬스케어 중심지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원장은 지난 7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미래의료에 표준이 될 만한 모델을 제시함과 동시에,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등의 분야에도 힘쓰겠다”면서 “국민이 기댈 수 있는 사회의 안전망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중증, 희귀, 난치성 질환 등 미충족 필수의료의 영역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국민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하고, 이를 병원의 장기적인 경쟁력으로 삼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송정한 제13대 분당서울대병원장이 원내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송 원장은 ‘세상을 바꾸는 의료 혁신의 선두주자’를 경영 목표로 밝혔다.

―개원 20주년을 맞아 원장에 취임, 감회와 각오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003년 개원 당시 종합병원급으로 세계 최초로 100% 디지털 병원으로 오픈한 이후 지난 20년간 가파르게 성장해 이제 스무살 성년이 되었습니다. 약 500병상에 하루 외래진료 3000명 규모의 병원으로 출발해 현재는 1335병상에 하루 외래진료 7000여 명이 찾는 외형적인 성장을 이루었고,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을 선도하며 의료산업의 세계화를 견인하는 병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는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며 강력한 성장의 동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동시에 최근 기술 발전과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의료 패러다임도 급변하며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나가야 하는 과제도 주어졌습니다. 병원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에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의 대유행을 겪었고,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 등 큰 변화 속에 의료의 발전 또한 삶의 양식을 바꾸는 수준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병원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20년 전 분당서울대병원이 생기기 전까지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차트 없는(Full-Digital) 병원은 없었지만, 분당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이러한 패러다임이 급격히 확산되어 오늘날 병원의 디지털화는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과감한 혁신을 통해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이것이 환자들, 나아가 국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현재 우리에게 다가오는 의료 패러다임 대전환기에서도 마찬가지로, 환자들에게, 국민들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올바르게 의료 발전을 이끌어가는 것이 분당서울대병원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예를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분당서울대병원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원격 중환자실 실시간 모니터링 및 협진시스템’(e-ICU)을 2021년 성공적으로 구축하여 지방의료기관의 중환자 전담 의료인 부족과 수준편차를 해소하고 진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한 바 있습니다. 또 2024년 완료 목표로 AI 정밀의료 솔루션인 ‘닥터앤서 2.0’ 개발사업을 주관하며 폐렴, 고혈압, 뇌경색 등 12대 질환에 대한 인공지능 의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미래의료의 표준이 될 모델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며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래 의료에 표준이 될 만한 모델을 제시함과 동시에, 국가중앙병원으로서 필수의료, 공공의료 등의 분야에도 힘써 국민이 기댈 수 있는 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하는 것이 분당서울대병원의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송정한 병원장이 지난달 20일 헬스케어 혁신 파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취임사에서 ‘세상을 바꾸는 의료 혁신의 선두주자’를 경영 목표로 표방하셨는데요.

“병원 안에만 머물던 의술이 이제는 다양한 산업, 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빠르게 발전하며 우리의 일상 속으로 영역을 넓혀오고 있습니다. 동시에 세계적으로는 유수 병원들이 보다 전문적인 ‘병원 속 병원’으로 분화되는 등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래 의료의 패러다임에 맞춰 병원의 공간과 기능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바꾸는 선도적인 모델을 제시할 것이며, 동시에 병원이 중심이 되는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중심지로서 역량도 강화할 것입니다. 또한 국가중앙병원으로서 공공성 측면에서도 많은 역량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많은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 거대한 조직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갖추고자 합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개원 초기부터 6시그마를 병원에 적극적으로 도입해 성장의 발판이 되었고, 지금은 직원들이 스스로 혁신과제를 발굴하여 개선해 나가는 자율적 혁신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혁신 DNA를 전파하고 확산하여 병원과 직원이 함께 세상을 바꾸는 의료혁신을 이루어 보고 싶습니다.”

―환자 중심의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미래 의료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병원으로서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입장에서 최상의 치료를 받도록 하는, 즉 클리니컬 엑셀런스(Clinical Excellence)를 갖추는 것입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은 대부분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치료성과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뇌혈관 및 심장혈관 중재술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앞으로는 이에 그치지 않고 병원의 전체 공간을 전문화, 특성화해 환자 중심의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우선적인 과제로는 첨단외래센터 구축을 꼽을 수 있습니다. ‘HIMSS Stage 7’ 이라는 세계적 인증을 받은 병원의 우수한 디지털 역량에 기반하여 원격 모니터링 케어,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외래 진료 등 다양한 첨단기술을 접목해 환자들이 보다 쾌적하고, 스마트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구상 중입니다.”

송정한 병원장이 코로나19 이후 의료의 패러다임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환자중심 스마트 의료와 세계적인 디지털 병원’ 육성 전략 및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진료뿐 아니라 연구에서도 실용주의적인 면모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은 2015년 지방 이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본사 부지를 인수했으며, 이듬해 이 공간을 병원과 연계할 수 있는 연구개발 산실인 ‘헬스케어혁신파크’로 새롭게 개원했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면 사업 초기 단계부터 기술개발, 동물실험(전임상), 임상시험, 사업화에 이르는 사업 전 주기를 한 공간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개발 모델을 제시한 것입니다. 현재 헬스케어혁신파크에는 약 30개 기업이 입주해 연구하고 있고 경기도 내 바이오 관련 스타트업이 감염병 백신을 연구하고 있으며, 20개가 넘는 연구사업단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발전 방향과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제는 이를 뛰어넘어 헬스케어 연구부터 임상 적용이 가능한 단계까지 어우러진 생태계를 조성해나갈 계획입니다. 대표적으로 AAALAC와 ABSL-3 인증을 모두 획득한 최고 수준의 전임상실험센터 ‘지석영의생명연구소’를 현재 지하 3층~지상1층 규모에서 지상 8층까지 증축해 기업과의 공동 연구 및 중개연구 등 의료기술의 사업화를 고도화할 것입니다. 임상시험 시설도 확대해 기업들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국가중앙병원으로서 필수의료 강화가 요청되고 있습니다.

“최근 필수의료 부족 사태로 많은 국민들이 우리 의료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실제로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 질환이나, 환자 수가 적고 치료가 어려운 희귀·난치성 질환 분야에서 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높은 진료 역량과 공공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들인 만큼 국민들이 필수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분당서울대병원이 나서 이러한 영역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것이며, 이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시키면 병원을 대표하는 경쟁력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화합과 소통의 아이콘으로 인정받는 송정한 병원장이 지난 20년간 애써온 구성원들의 노고를 높이 평가하며 향후 조직문화 창달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공공의료본부장을 역임하며 의료의 공공성 제고와 실제적인 활동을 많이 하셨는데요.

“공공의료 측면에서도 경기도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소외된 의료 취약지역과 취약계층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수도권 방역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수도권 감염병전문병원’을 통해 감염병 사태에서 국민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할 것이며, 다양한 공공사업과 더불어 우리 병원의 IT역량을 활용해 의료 취약지역의 중환자실과 분당서울대병원을 연결하는 ‘원격중환자실 연계운영 사업’ 등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이 있는 곳곳에 따뜻한 손길을 전할 것입니다.”

―송 원장님은 ‘화합과 소통’에 남다른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제 병원의 최고 경영자로서 화합과 소통을 위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우리 병원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과 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문화가 있었으며, 그 원동력은 바로 화합과 소통이었습니다. 따라서 병원이 성장하며 조직이 커져감에도 이러한 혁신 문화를 끊임없이 이어갈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합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사내 소통채널을 운영해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무엇이고, 병원 내의 구성원 간에 어떤 장벽이 있는지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하나씩 해결해나갈 것입니다. 또 직원들이 우리 고객인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듣고 반영하여, 모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혁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송정한 원장 프로필·주요 경력

진단검사의학 분야의 권위자인 송정한 원장은 1988년 서울의대를 졸업했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교실 교수 및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 회장으로서 한국 진단검사의학 분야의 글로벌 표준화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이사장으로도 취임했다.

그는 2003년 분당서울대병원 개원과 동시에 진단검사의학과를 이끄는 역할을 맡아 선진적인 진단검사 체계를 개발, 확립하는 등 병원의 고속 성장에 기여했다. 이후 경영혁신실장, 교육수련실장, 인재개발실장 등 보직을 두루 거쳤으며 2019년부터는 진료부원장 및 공공의료본부장으로서 병원 경영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수도권 감염병전문병원 건립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탁월한 리더십 등 경영인으로서 역량을 인정받은 바 있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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