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투수부터 ‘배역 찾기’···한화, 혼돈의 ‘불펜 조합’
프로야구 한화는 구단 안팎의 기대 속에 2023시즌을 시작했다. 겨우내 꽤 내실 있는 전력 보강을 했기 때문이다. 새로 영입한 자유계약선수(FA) 채은성을 중심으로 전체 라인업이 촘촘해질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문동주 등 새 ‘어깨’의 성장으로 선발진의 경쟁력도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틀리지 않았다. 한화는 각종 지표에서 앞서 있지는 못하지만 바닥은 벗어나고 있다. 지난 8일 현재 6경기를 치른 가운데 팀타율(0.250)과 팀OPS(0.701) 7위에 선발 평균자책도 4.73으로 7위를 기록하고 있다. 부문별 지표를 보자면 그런대로 기대값에 가까운 위치에 올라있다. 그런데 8일 대전 SSG전에서 역전패하기까지 결과는 1승5패. 아직 극초반이지만 최하위다.
도망가든, 추격하든 박빙으로 치닫는 경기에서 중후반으로 접어들며 흐름을 놓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던 불펜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화는 불펜 전력 역시 지난해보다는 업그레이드된 상태로 시즌에 접어들었다. FA가 된 이태양의 팀 복귀로 투수 뎁스도 나아질 것이란 계산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펜 싸움에서 연이어 패인이 발생하고 있다.
한화의 불펜 평균자책은 5.14로 나쁘지만 이 역시 최악은 아니다. 10개구단 순위로는 7위다. 그러나 경기 절체절명의 순간에 결과가 매번 나쁘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제구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수싸움에 능한 베테랑 투수들을 경기 중반에 투입하고, 경기 후반에는 ‘구위형’ 투수들을 배치하는 패턴의 투수 운용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키움과의 고척 개막전에서도 3회 2사 후 버치 스미스가 부상으로 물러나자 이태양(1.1이닝)과 정우람(1이닝)으로 경기 중반을 넘어갔다. 그러나 빠른 공을 던지는 장시환이 마무리투수로 등장한 연장 10회 결국 경기를 내줬다.
한화는 지난 7일과 8일 대전 SSG전에서 8회 이후 리드를 잡고도 똑같은 패턴으로 졌다. 7일 경기에서는 3-1로 전세를 뒤엎고 맞은 9회 들어 마무리 장시환이 나온 가운데 2안타 1볼넷으로 물러나더니 이어 나온 윤산흠이 볼넷 2개로 자멸했다. 역시 볼넷 3개가 결정적인 가운데 둘 모두 제구가 약점인 투수였다. 한화는 8일 경기에서도 초반 5-0의 넉넉한 리드를 잡고도 5-4이던 8회 올라온 윤산흠이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1안타에 볼넷을 2개나 내주며 동점을 허용한 끝에 연장에서 패했다. 연장 10회 투수는 올해 스윙맨으로 뛸 것으로 보이는 남지민이었다.
불펜을 강화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유능한 불펜 투수를 영입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세밀한 불펜투수 활용법을 찾아 확률을 높이는 것이 있다. 상대타자와의 기록은 물론, 주자 유무시 장단점, 경기 상황별 집중도 등에서 불펜투수들의 역량은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그런데 올해 한화 불펜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똑같은 투수를 똑같은 방법으로 기용하며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과욕’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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