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중국축구, 시진핑의 축구 굴기 꿈은 끝났다

김세훈 기자 2023. 4. 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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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이 보도한 중국축구 몰락 기사. 사진은 시진핑이 2012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축구공을 차고 있는 장면



지옥 같은 코로나 시대를 겪은 중국프로축구(슈퍼리그)가 오는 15일 개막한다. 개막 일정이 불과 일주일 전 발표되는 등 모든 게 불완전하고 촉박하다. CNN은 지난 7일 ‘시진핑은 중국이 글로벌 축구 강국이 되기를 원했지만 뭐가 잘못됐을까’라는 제목으로 중국축구 몰락 과정을 전했다.

시진핑은 2011년 중국을 축구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비전에는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 등이 포함됐다. 2016년 중국축구협회도 2050년까지 중국을 ‘세계 축구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CNN은 “중국이 수십 년 만에 빈곤에서 세계 2위로 부상한 것과 같은 야망에서 추진된 중국의 꿈”이라며 “ 당시 시진핑 결심을 의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꿈을 위해 중국은 세계적인 선수들 영입에 엄청난 돈을 썼다. 알렉스 테세이라는 장쑤와 54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같은 브라질 출신 헐크는 6000만 달러에, 오스카는 6500만 달러에 중국리그로 이적했다. 중국은 호황기인 2015~2016년 총 4억5100만 달러 이적료를 기록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이적료를 많이 쓴 리그가 되기도 했다. 당시 축구단을 운영한 곳은 대부분 부동산 붐에 휩싸인 국영 대기업과 개발자들이었다. CNN은 “부실한 재정 결정, 3년간 코로나 팬데믹, 고위급 부패 혐의가 축구를 망가뜨렸다”고 전했다.

코로나가 경제를 강타하고 부동산 시장이 정체되자 국영 기업과 개발자 자금이 고갈됐다. 정부는 엄격한 전염병 규칙을 적용하자 축구를 보는 팬들도, 스폰서들도 크게 줄었다. 클럽은 임금을 지불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외국인 선수와 코치들은 임금체불 또는 연봉 삭감, 가족들을 거의 볼 수 없게 만든 중국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 정책 때문에 중국을 떠났다. CNN은 “중국 정부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중국 국적을 부여했지만 이들 중 적잖은 선수들이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중국을 떠났다”고 전했다.

중국프로축구 연도별 이적료 지출과 수비 비교 그래픽. CNN



중국축구협회의 이상한 결정이 슈퍼리그 몰락을 부채질했다. 협회는 2017년 자국 인재 양성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해외선수를 영입할 때 구단이 내야 하는 세금을 인상했다. 구단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고 광저우 에버그란데, 장쑤 쑤닝 등 슈퍼리그에서 갓 우승한 팀이 경영난으로 하부리그로 강등되거나 구단을 해체해야 했다. 허베이FC는 임금은 고사하고 수도세와 전기세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올해 슈퍼리그는 16개팀이 참가해 홈앤드어웨이로 팀당 30경기를 치르는 식으로 운영된다. 출전팀은 지난해보다 2개팀이 줄었다. 지난해에는 1, 2위팀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티켓을 가져갔지만 올해는 1위, 한 개팀만 그렇다.

중국은 세르비아 출신 알렉산다르 얀코비치를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는 등 상황 반전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다. 중국남자대표팀은 2022년 2월 베트남에 1-3으로 2022년 월드컵 본선 진출 희망을 이어가지 못한 뒤 팬들의 거센 비판과 조롱을 시달리고 있다. 중국남자축구대표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81위다. 아시아에 배정된 2026년 북중미월드컵 티켓은 8장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현재로서는 중국은 아시아에서도 11위에 불과하다. CNN은 “여자 대표팀이 아마도 중국 축구의 유일한 희망일지 모른다”며 “세계 14위인 중국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해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데 이어 오는 7월 여자월드컵에서도 다크호스로 꼽힌다”고 전했다. CNN은 “최근 중국 축구에서 다양한 부정부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중국이 월드컵을 개최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극히 적다”고 내다봤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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