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흰벽에 그림 있으니 거리가 밝아졌어요"…이태원 거리 모처럼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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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림 앞에 서봐. 네 옷이랑 잘 어울려."
8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사람들은 그림 앞에 멈춰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으며 주말의 이태원을 만끽했다.
그림 앞에서 친구와 서로 사진을 찍어주던 20대 박모씨는 "길 한복판에 큰 가벽이 세워져 있어 궁금한 마음에 왔다"며 "이태원하면 아직 슬프고 무거운 분위기부터 떠오르는데 이런 전시가 있으니 거리가 한층 밝아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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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들 "전시회 열려 밝아져"·상인들 "주중엔 썰렁…회복 기대"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저 그림 앞에 서봐. 네 옷이랑 잘 어울려."
8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60m가량 되는 해밀톤호텔 뒷골목에 들어서자마자 행인들의 발걸음이 점차 느려졌다. 흰 가벽에 걸린 형형색색의 그림과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림 앞에 멈춰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으며 주말의 이태원을 만끽했다.
그림 앞에서 친구와 서로 사진을 찍어주던 20대 박모씨는 "길 한복판에 큰 가벽이 세워져 있어 궁금한 마음에 왔다"며 "이태원하면 아직 슬프고 무거운 분위기부터 떠오르는데 이런 전시가 있으니 거리가 한층 밝아보인다"고 말했다.
아이 2명의 손을 잡고 그림 주위를 거닐던 40대 김모씨는 "날씨가 좋아 나들이를 즐기다가 작품을 구경 중이다"라며 "참사 이후 이태원에 온 건 처음인데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는 것 같아 놀랐다. 이런 이벤트가 많아지고 또 알려지면 더 많이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10여분가량의 예술 퍼포먼스 공연도 마련됐다. 흰 옷을 입은 안무가 '관지'가 그물처럼 엮인 플라스틱 줄이 가득한 포대자루를 메고 등장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안무가는 비틀거리며 짐을 이고 지다가도 밝은 빛을 포대 자루에 담는 등 어려움 속 희망을 춤으로 표현했다
이를 기획한 최재용 설치미술가는 "군중 시너지를 상징하는 덩어리진 플라스틱 줄을 관객과 나누는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녹여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원으로 이태원 상인들이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해밀톤호텔 뒷골목엔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페데리코 알베르토 주한 도미니크공화국 대사가 거리 전시회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상인들을 응원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약 1시간가량 현장을 둘러본 이 장관은 "지난 3월부터 중기부와 기업, 상인들이 힘을 합쳐 '헤이, 이태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오늘 현장에 와보니 전시회를 구경 온 사람들도 많고 북적북적한 느낌이 나 상권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후 9시가 되자 거리 전시회에 머무는 발걸음은 줄었지만 인근 음식점과 술집은 주말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거리 전시회가 열린 골목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오늘이 전시회 첫날이니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가 매출에 영향을 주는지 판단하기엔 이르다"면서도 "전시회를 구경하며 거리를 거닐다가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긴 한다"고 말했다.
해밀톤호텔 관계자는 "상권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진 체감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어제만 해도 '불금'이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을 수가 있나 싶었는데 오늘은 어느정도 활기를 찾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헤이, 이태원' 거리전시회는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와 사단법인 인플루언서협회가 주최한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아트테이너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사진 및 그림 작품 90여점이 전시돼 있으며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개최된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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