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경업금지 풀렸다...내 우산 아래로 다 모여 [방영덕의 디테일]
구 대표는 구영배(56·사진) 대표이고요. 현재 해외 직구 플랫폼 ‘큐텐’을 이끌고 있습니다.
2000년대 당시 ‘옥션천하’ 속 문 닫기 직전인 G마켓을 국내 1위 이커머스 회사로 만들어 이베이에 판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10여년 동안 잠잠하다 최근 광폭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티몬과 인터파크에 이어 위메프까지 집어삼키며 순식간에 국내 4위 이커머스 사업자로 올라섰습니다.
구 대표가 G마켓을 이끌 던 당시 별명은 ‘구 대리’, ‘아이디어맨’ 등 다양했습니다. 대표임에도 격식을 차리지 않고 대리처럼 일에 몸을 사리지 않았고요.
1966년생으로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구 대표는 미국 석유회사인 슐룸베르거에 입사해 중동, 인도 등의 유전을 탐사 개발하는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커머스업계와는 다소 거리가 먼 이력이지만 아이디어는 언제나 풍부했습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내가 본 제품’이라는 기능을 처음 생각해 낸 게 구 대표였습니다.
옥션천하 속 날로 성장하는 G마켓을 보며 옥션 모회사인 미국 이베이는 결정해야만 했지요. ‘G마켓과 경쟁하느니 차라리 내 편으로 만들고 말겠다’라고요. 미국 이베이는 2009년 G마켓을 인수합니다.
구 대표는 그로부터 1년 뒤인 2010년 이베이와 51대49 비율로 자본금을 부어 합작법인을 만듭니다. 이 회사가 큐텐입니다.
이베이는 큐텐 법인을 함께 만드는 대신 경업(競業)금지 조항을 통해 그에게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손을 떼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인수합병업계에서 통상 내거는 조항입니다만, 이베이가 얼마나 그를 견제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큐텐은 지난 5일 원더홀딩스가 보유한 ‘위메프’의 경영권 전량을 인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큐텐은 위메프 경영권과 모바일 앱 소유권을 갖는 계약을 체결했고요. 김효종 경영지원본부장을 새로운 위메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큐텐이 지난 1월 위메프에 회사 인수를 직접 타진한 지 석달이 채안돼 인수가 완료된 것입니다. 일사천리죠.
큐텐은 지난해 9월 이미 2000억원을 들여 티몬을 인수했습니다. 사모펀드가 보유한 티몬 지분 100%와 큐텐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인수가 성사됐고요.
이후 지난해 12월 매물로 나와있는 인터파크의 커머스 부문 인수를 타진, 현재 인터파크 커머스 부문 인수 역시 완료했습니다.
이베이와의 경업 금지 조항이 풀리자마자 1세대 이커머스들(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커머스)은 구 대표의 ‘큐텐’이란 우산 아래 모이게 됐습니다.
이들의 결합만으로 큐텐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시장 점유율이 10% 초반이 돼 쿠팡, 네이버, 신세계그룹에 이어 4위권으로 우뚝 서게 됐습니다.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을 보면 네이버(17%), 신세계그룹(15%), 쿠팡(13%), 11번가(6%), 롯데온(5%) 등 순입니다.
실제로 티몬은 큐텐이 경영권을 인수한 뒤인 지난해 4분기 티몬 거래액이 전년 동기보다 60% 늘었고, 올해 1분기 역시 전년 대비 70%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현재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큐텐은, 명확한 강자가 없던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1개 언어로 24개국에 제품 판매와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싱가포르판 아마존’ 기업으로 불립니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컨대, 구 대표는 처음부터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이커머스 이용자에게도 큐텐이 해외에서 직접 소싱한 상품을 빠르게 전달하는 한편, 국내 판매자들에게는 큐텐이 서비스하는 전 세계 24개국 소비자들을 연결한다는 것이죠.
다만, 그가 떠나 있던 10년 사이 국내 이커머스 환경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쿠팡, 네이버 등 여러 강자들이 등장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이커머스에 기대하는 가격 경쟁과 배송 경쟁은 과거보다 몇 곱절은 치열해진 상황입니다.
신세계그룹이 지마켓과 옥션을 인수 후 통합하지 않고 각각 운영하고 있습니다. 큐텐도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를 각각 운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각개전투를 벌이는 것보다는 큐텐이란 우산 아래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나을지 모르겠지만, 아직 뚜렷한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업계 판도를 뒤흔들지 아니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 이목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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