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300억 ‘슈퍼리치’ 중 회사원은 단 2%…가장 많은 직업은?[머니뭐니]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총자산 300억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슈퍼리치(초고액자산가)’들 중 단 2%만이 회사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리치가 가장 많은 직업은 ‘기업 경영자’였으며, 그다음은 의료 및 법조계 전문가 순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부를 이루는 방법으로 ‘노동’이 아닌 ‘투자’를 꼽았다.
9일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부자 및 일반 대중을 포함한 총 2000명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가 담겼다. 보고서는 금융사와 거래하고 있는 금융 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를 ‘부자’로, 금융 자산 100억원 이상 또는 총자산 300억원 이상의 부자를 ‘슈퍼리치’로 정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슈퍼리치들 중 29%는 기업 경영인으로, 직업 분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의료 및 법조계 전문직(20%), 부동산 임대업자(12%), 기업체 임원(12%) 등 순이었다. 이들 중 회사원은 단 2%에 불과했으며,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이 큰 부를 일구는 방법으로 선택한 항목의 비중은 투자(96%)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근로소득을 바탕으로 더 큰 부를 이루겠다고 답한 슈퍼리치들은 4%에 불과했다. 부자가 되는 방법으로 투자를 택한 비중은 자산이 많을수록 높아졌다. 금융자산 1억원 미만의 일반 대중들이 ‘투자소득’과 ‘근로소득’을 택한 비중은 반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워렌 버핏은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근로소득은 직장을 잃거나 은퇴를 하면 같이 멈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자신만의 투자 노하우를 갖추는 건 어쩌면 당연한 준비”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슈퍼리치들의 1인당 평균 총자산은 323억원, 평균 연간 소득은 12억3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이 저축 및 대출금 상환액을 제외하고 소비하는 월평균 금액은 3700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구 연 평균 소득을 고려하면, 연 평균 소득의 37%를 소비하는 셈이다.
슈퍼리치의 소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 1위는 ‘여행(24%)’이었다. 2위는 본인 및 가족의 교육(20%)이며 3위는 의류·신발 등 패션 관련 소비(12%)와 운동 등 자기계발(12%)이었다. 반면 일반 부자는 식료품 구매(23%)에 가장 많은 돈을 할애했다. 같은 선택지를 고른 슈퍼리치는 단 5%에 불과했다.
슈퍼리치들이 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서는 절반가량인 44%가 ‘부모 교육이나 가정의 분위기로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답했다. ‘자녀 출산, 부모 부양 등 가족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게 되면서’라고 답한 비율도 43%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경제적으로 겪었던 어려움으로 관심을 가졌다’고 답한 비중은 5%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슈퍼리치들의 ‘어쩌다 보니’라는 말은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돈의 가치를 체득하여 남들보다 빨리 부의 출발선에 섰고, 그로 인해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말로 해석된다”고 부연했다.
한편 슈퍼리치가 가장 많았던 MBTI(성격 유형 검사)는 ESTJ로 나타났다. 여기서 E는 ‘외향형’, S는 ‘감각형’, T는 ‘이성적’, P는 ‘계획적’인 성격을 의미한다. 특히 금융 자산 규모가 클수록 T(이성적), J(계획적)인 사람들의 비율이 커졌다. 일반 대중 사이에서 ESTJ의 비율은 8.5%에 불과하지만, 슈퍼리치 중에서는 3배 가까운 26.8%의 비율을 보였다.
ESTJ는 흔히 ‘지도자형’ 혹은 ‘경영자형’으로 불리는데, 사회적인 질서를 중시하면서도 현실적이고 추진력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에 보고서는 “많은 은행 PB(Private Banking)가 부자의 특징으로 ‘실행력’을 언급한다”며 “‘사업을 확대하려는 사람은 어떤 역경에도 본인 의지대로 추진해 나간다’는 PB들의 경험적 설명은 슈퍼리치들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누구보다 적극적임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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