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 노먼의 한(恨) 풀어줄 브룩스 켑카..4타 차 선두

2023. 4.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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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로 파행운영중인 제87회 마스터스에서 4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브룩스 켑카. [사진=오거스타 내셔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브룩스 켑카(미국)가 악천후로 파행운영중인 제87회 마스터스에서 4타 차 선두로 달아났다. 이 페이스라면 LIV골프를 이끌고 있는 '백상어' 그렉 노먼의 한(恨)을 풀어줄 가능성이 높다.

켑카는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545야드)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경기에서 폭우로 경기가 중단되기 전인 6번 홀까지 1타를 더 줄여 중간 합계 13언더파로 2위 존 람(스페인)을 4타 차로 앞섰다.

켑카가 우승한다면 PGA투어와 대립 각을 이루고 있는 LIV 골프의 승리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는 제이 모나한 PGA투어 커미셔너나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회장이 꿈꾸는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아니다. PGA투어의 힘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저스틴 토마스(미국)는 예선탈락으로 일찌감치 짐을 쌌다.

켑카는 ‘백상어’ 노먼의 한(恨)을 풀어줄 적임자다. 노먼은 1996년 마스터스에서 마지막 날 6타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닉 팔도(잉글랜드)에게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는 등 마스터스에서 세 차례 준우승만 기록한 비운의 역사를 갖고 있다. 팔도는 이번 마스터스를 앞두고 “LIV골프 선수들은 돈을 받고 골프의 가치를 배반한 사람들”이라고 발언해 노먼의 화를 돋웠다.

노먼은 이번 마스터스를 앞두고 “LIV골프 선수가 우승한다면 나머지 17명의 LIV골프 선수들이 18번 홀에 모두 모여 함께 축하를 하게 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노먼의 기대는 켑카의 선두 질주로 힘을 얻고 있다. 이번 마스터스에서 PGA투어와 LIV골프 선수들은 평화롭게 연습라운드와 경기를 함께 하고 있지만 마음 속엔 서로를 이기고 싶어하는 자존심 싸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주 LIV골프 시리즈 올랜도에서 우승한 켑카가 2주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다면 메이저 5승째를 거두게 된다. PGA투어에서 8승을 거둔 켑카는 US오픈과 PGA챔피언십을 각각 두 차례씩 제패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고생한 켑카는 경기 수가 적은 LIV골프로 이적한 후 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랭킹이 118위까지 떨어진 켑카는 그러나 “통증없이 경기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인 것을 알게 됐다”며 LIV골프로의 이적이 옳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켑카가 우승한다면 우승상금 324만 달러(약 42억 7000만원)를 받게 된다. 마스터스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상금이 300만 달러를 넘게 되지만 지난 주 LIV골프 우승으로 400만 달러의 상금을 받은 켑카로선 크게 감동받을 액수는 아니다. 대신 오랜 시간 꿈꿔온 그린 재킷을 입는다는 게 더 큰 영광으로 다가올 듯 하다.

켑카와 같은 조로 경기한 람은 1타를, 지난해 US아마추어 우승자인 샘 베넷(미국)은 2타를 잃어 각각 2, 3위를 달렸다. 람은 중간 합계 9언더파, 베넷은 중간 합계 6언더파다. 패트릭 캔틀레이(미국)는 13번 홀까지 3타를 줄여 중간 합계 5언더파로 매트 피츠패트릭(잉글랜드)과 함께 공동 4위다. 람과 캔틀레이, 피츠패트릭은 PGA투어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 선두 켑카를 추격하게 됐다.

이번 마스터스는 강풍과 폭우, 추위로 파행운영중이다. 이날도 39명이 2라운드 잔여경기를 치른 후 3라운드를 시작했으나 폭우로 그린에 물이 차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본선 라운드에 진출한 54명중 3라운드를 마친 선수는 한명도 없다. 이에 따라 이번 마스터스는 현지 시간으로 월요일에 우승자를 탄생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훈과 김주형, 김시우, 임성재 등 ‘코리안 빅4’는 모두 컷을 통과하는 경사를 맞았다. 한국 남자골프가 ‘명인열전’ 마스터스에 4명이나 출전해 전원 본선 라운드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성재가 2라운드까지 중간 합계 3오버파로 턱걸이로 컷을 통과했을 뿐 다른 선수들은 여유있게 컷을 통과했다.

‘코리안 빅4’는 속개된 3라운드에서 약속이나 한 듯 전원 중간 합계 이븐파로 공동 28위를 달리고 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같은 조로 경기한 임성재가 7번 홀까지 버디만 3개를 잡아 가장 좋은 경기를 했고 김시우는 9번 홀까지 1타를 줄여 뒤를 이었다. 그러나 김주형은 12번 홀까지 2타, 이경훈은 10번 홀까지 3타를 잃었다.

생애 6번째 그린재킷에 도전장을 던진 우즈는 3오버파로 간신히 컷을 통과했다. 그러나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한 1997년부터 올해까지 23개 대회에서 모조리 컷을 통과하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는 게리 플레이어(남아공)와 프레드 커플스(미국)가 보유중인 토너먼트 사상 최다연속 컷통과와 타이 기록이다.

우즈는 그러나 3라운드에서 7번홀까지 6타를 잃어 중간 합계 9오버파로 최하위인 54위를 기록중이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우즈는 15, 16번 홀에서 두 홀 연속 볼을 물에 빠뜨리며 더블보기 2개를 범했다. 우즈가 이번 마스터스에서 얻을 것은 '상처 뿐인 영광'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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