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러시아·우크라 충돌로 컸는데…전쟁 끝나면 성장세 멈춘다? [세모금]
“전쟁 끝나면 방산주 부담” vs. “무기 수요 지속될 것” 팽팽
“K-방산 내실 다져야” 목소리도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 전쟁)이 발발한 지도 1년이 훌쩍 지났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은 향후 12개월 내 우크라이나에 탄약 100만발을 추가 지원하기로 합의하는 등 전쟁 장기화에 대한 준비에 나섰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정상회담에서 전쟁 중단 조기 협상에 공감대를 표했고,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도 비슷한 행보에 나서면서 전쟁 종식을 위한 각국 정상들의 움직임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쟁은 언제나 비극이다. 하지만 이번 러·우 전쟁으로 수혜를 입은 곳도 있다. 대표적으로 각국의 방산 기업이 꼽힌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방산시장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향후 10년(2023~2032년) 동안 글로벌 국방예산(누적)이 기존 전망치 대비 2조 달러(2600조원), 무기획득예산의 경우에는 6000억 달러(780조원) 이상 상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야말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방산 골드러시 시대’가 열렸다는 설명이다.
한국 방산기업 또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K-방산’의 지난해 수출액(수주 기준)은 173억 달러(약 22조8000억원)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초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동·북유럽 국가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와 호주까지 수출 지형도를 광범위하게 넓혀가고 있다.
동남아 시장과 관련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전쟁 이후) 러시아 무기가 동남아에서 빠져가면서 최대 승자는 한국 방산기업이 됐다”고 보도했다. 북유럽 에스토니아의 외교·안보 전문 언론매체인 EFP는 “한화가 세계적인 방산기업으로 거듭났다”라는 내용의 특집기사를 게재하고, K-방산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루마니아 국방부가 K9 구매와 관련 의회 승인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루마니아 수주가 현실화 할 경우 폴란드와 함께 국내 방산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러·우 전쟁이 예상을 깨고 조기 종식될 경우에는 그동안 방산 기업들이 누려 왔던 특수가 빠른 속도로 주춤할 것이란 시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여의도 증권가 일각에서는 “전쟁에 대한 우려가 체감상 고점을 지나고 수출 수주에 대한 불확실성이 국내 방산주 주가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전쟁이 조기에 끝나더라도 각국의 무기 수요가 여전히 높을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유럽의 경우 현재 무기 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연례 출판물 ‘밀리터리 발란스’(Military Balance)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 유럽 전체의 보유 전차는 4362대로, 1992년(1만8941대)과 비교해 77%가 줄었다. 같은 기간 전투기(-57%), 전함(-39%), 잠수함(-47%) 등의 숫자도 급감했다.
러·우 전쟁으로 인해 엄청난 수의 무기가 파괴됐고, 그동안 각국의 군비감축 상황이 이어지면서 총량 자체가 과거 대비 크게 줄어든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긴장 고조가 지속적으로 가중되는 점도 글로벌 국가들의 안보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동헌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을 비롯해 줄어든 무기 잔고를 채우기 위한 각국의 수요는 전쟁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전쟁 이후에도 K-방산에 더 많은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무기 구매국들이 요구하는 높은 성능과 품질·합리적인 가격·신속한 납기능력· 기술이전과 산업협력(절충교역) 등을 충족시킬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손으로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전쟁 이후 탄약류·미사일 재고 부족으로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역사가 깊은 무기 수출국들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따른 자국 전력의 공백 보충 수요로 기존 구매국들의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가 한국·튀르키예 등 신흥 무기 수출국들에 ‘천재일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연구원 측은 내다봤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오는 2027년 ‘글로벌 방산수출 4대 강국 진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보다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시장진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권역별 방산수출거점국가 확대를 비롯해 ▷신규 수출주력제품 발굴 ▷틈새시장 공략 ▷우방국과의 방산공급망 협력 강화 및 리스크 대응체계 조기 구축 ▷수출절충교역 지원방안 마련 ▷선진국 수준의 컨트롤타워 강화 등을 제시했다.
방산수출의 특성상 무기체계는 한 번 사용하면 야전 배치 및 운영유지까지 30여년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락인 효과’(고객이 상품·서비스를 이용하고 나면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로 갈아타지 않는 현상)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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