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된 변성현 감독 “믿었던 전도연, 갓벽 ‘길복순’으로”[인터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3. 4. 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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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는 그만? 새로운 설경구 찾아내고파”
“‘일베’ 논란 속상하고 억울...의도 無”
변성현 감독이 전도연의 오랜 팬이었다고 고백했다. 사진I넷플릭스
변성현(43) 감독이 성덕이 됐다. 오래 전부터 팬이었던 전도연과 첫 호흡을 맞춘 것.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을 통해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전도연 선배님이 주연이 되기 전부터 팬이었다”는 변 감독은 “나의 스타가 성장해대배우가 되는 걸 신나게 지켜봤다. 팬이라기보다 우상이 됐고, 다. 해태처럼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볼 수는 없는, 내겐 그런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전도연의 첫 원톱 액션물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이자 ‘워킹맘’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배우 설경구에서 시작됐다. 변 감독의 팬심을 일찌감치 알고 있던 설경구가 서프라이즈 술자리를 주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졌다. 전도연의 화려한 필모에 빠진 ‘액션’ 장르를 발견하곤 측면 공격에 나섰고, 그것이 ‘길복순’의 시작이었다.

변성현 감독은 전도연의 명품 열연에 연신 감탄했다고 했다. 사진I넷플릭스
변 감독은 “전도연 선배님이 장르물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자신 없다고 하셨지만 어떻게든 해내실 거라고 믿었다”며 웃었다.

액션이 그녀의 새로운 얼굴을 노린 거라면, ‘워킹맘’은 실제로 외동딸을 키우는 엄마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고자 했다. 진정 전도연을 위한 캐릭터임이 오롯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변 감독은 “도연 선배와 딸의 관계는 굉장히 가깝다. 친구처럼 잘 지내더라”라며 “복순과 딸의 대사를 쓰다 막히면 선배님에게 SOS를 보냈다. 한 번은 집으로 초대해주셔서 모녀를 지켜봤다. 밥 먹고, 카드 게임이나 보드 게임을 하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다. 이후로도 몇 번 초대해주셔서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고, 극중 상황과는 다르지만 (시나리오에)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복순’이란 이름도 실제 전도연의 이모에서 따왔다. 변 감독은 “뵌 적은 없지만 허락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모님이 웃으면서 신기하다고 하셨다더라”라고 했다.

“여태까지 작업했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치열하게 임했어요. 도연 선배와 영화를 찍기 전까지 서로 끊임없이 의심해가면서 작업했고요. ‘제가 따로 디렉팅 안 할게요. 선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될 것 같은데요?’라고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평소보다 더 많은 디렉팅을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생각이 다를 땐 논쟁도 했는데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다하게 해 주셨고요. 모니터링 할 때마다 그저 감탄하했어요. 역시 선배님이죠.”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이후 ‘불한당’) 이후 ‘킹메이커’와 ‘길복순’까지 연달아 세 작품을 함께 한 설경구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특히 설경구는 ‘불한당’으로 ‘지천명 아이돌’이란 애칭까지 얻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섹시한 중년의 멋으로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만, ‘길복순’에서는 너무 반복되는 이미지에 호불호가 나뉘었다. 계속 함께 호흡을 맞추겠다면, 보다 새롭고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단 반응도 적지 않았다.

변 감독은 “‘불한당’ 이후 경구 선배 팬분들의 압박이 느껴져 더 잘찍어야겠다는 압박감이 있다. ‘페르소나’까진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어 “경구 선배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그렇게 섹시하게, 새로운 매력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며 “가끔 온라인에서 ‘설경구와 변성현 조합은 그만 보고 싶다’는 글이 올라온다. 청개구리 심보가 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더 해보고 싶다. 능력이 된다면 ‘오아시스’의 홍종두와 같은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변성현 감독은 황당한 ‘일베’ 논란에 억울한 심경을 고백했다. 사진I넷플릭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일베’ 논란에 대해서는 답답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살인 임무가 전달되는 봉투가 등장하는 신에서 A급 킬러에게 ‘서울-코리아’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라고 표시된 봉투가 파란색 씰로 봉해져 전달되고, 하급 킬러에게는 ‘순천-전라’라는 봉투가 빨간 씰로 봉해져 전달되는데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은 전라도 지역을 따로 분리하는 것이 ‘일베’ 특유의 비하 방식이라며 변 감독을 ‘일베’라고 주장한 것.

변 감독은 앞서 넷플릭스를 통해 밝힌 것처럼 “사실무근”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A급, B급, C급 킬러로 나눴을 때 A급, B급은 글로벌 회사에서 해외에서 일하고, C급은 국내에서 일한다, 이쪽은 국내 작품만 편향돼 있다”며 “거기 써있는 지역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 것을 컨펌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미술감독님과 연출팀이 내게 너무 미안해 하더라. 왜 하필 골라도 그렇게 골랐는지, 미술 감독님 고향이 충청 예산이다, 미술 감독님에게 ‘본인 고향으로 하시지’ 하면서 우스갯소리도 했다. 너무 미안해 하시더라. 오히려 내가 모두에게 죄송했다.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작품에 해가 된 것 같아 죄책감이 들고 미안했다”고 털어놓았다.

더불어 “그럴 의도도 없었고, 그쪽 정치 성향과는 거의 맞은 편에 있는 사람이라고 평생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자꾸 얽히니 속상하고 불편하다. ‘킹메이커’가 지역 감정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담은 건데 내가 이렇게 됐다. ‘길복순’이 모순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이 또한 작품을 따라가게 됐다”며 거듭 속상함을 토로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은 지난 5일 기준, 넷플릭스 전세계 톱10 영화 부문에서 3위를 기록했다. 한국, 인도네시아,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태국, 베트남까지 총 9개국에서는 1위로 집계됐다. 특히 한국과 대만,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홍콩에서는 5일째 정상을 유지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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