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임성재가 3주 마다 바꾸는 한 가지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3. 4. 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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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백에 꽂혀 있는 클럽 14개 중
가장 자주 교체하는 건 로브 웨지
그루브 마모도 따라 스핀양 달라져
선수들 대부분 민감하게 반응해
토머스·임성재 3~4주마다 바꿔
몇몇 선수는 닳아 있는 웨지 선호
저스틴 토머스가 그린 주변에서 웨지샷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프로 골퍼들이 14개 클럽 중 가장 자주 바꾸는 클럽은 무엇일까. 웨지다. 그중에서도 그린 주변과 80m 이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로브 웨지(58~60도)가 으뜸이다. 선수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그루브(Groove)의 마모로 스핀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로브 웨지를 주기적으로 교체한다. 웨지를 한 번 사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아마추어 골퍼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선수들보다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의 로브 웨지 교체 주기가 짧다. 미국에는 그린 주변 어프로치와 벙커샷 등을 할 수 있는 연습장이 따로 있는 만큼 로브 웨지 그루브의 마모도가 크다.

PGA 투어에서 웨지를 잘 다루는 것으로 유명한 저스틴 토머스와 임성재 등이 1년에 12개 이상의 로브 웨지를 사용한다. 토머스의 캐디 짐 매케이는 “토머스가 연습하는 것을 보면 웨지샷을 잘 할 수 밖에 없다. 로브 웨지의 경우 3~4주마다는 바꿔야할 정도로 연습량이 많다”고 설명했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등을 자주 교체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임성재는 60도 웨지를 3주마다 바꾼다. 경기 중에만 사용한다면 수개월을 쓰고 바꿔도 무방하다. 그러나 연습 벌레로 유명한 임성재의 웨지는 닳고 닳아 3주만 지나면 스핀양과 탄도 등이 미세하게 달라져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2016년 프로로 전향한 임성재는 한국과 일본에서 활약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웨지를 자주 바꾸지 않았다. 연습량이 많지 않았고 웨지 상태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아서다. 그러나 2018~2019시즌 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그린 주변에서 작은 차이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경험한 뒤 로브 웨지 교체에 신경쓰고 있다. 임성재는 “스핀양이 일정하게 걸리는 게 중요한 만큼 로브 웨지 그루브의 상태를 자주 확인한다”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3주 또는 4주마다 로브 웨지를 바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리안투어 선수들은 평균적으로 1년에 3~4개 정도의 로브 웨지를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한국 최고의 웨지 전문가인 구현진 타이틀리스트 수석 피터는 “한국에서는 잔디가 아닌 매트에서 주로 연습하는 만큼 매달 클럽을 바꿀 필요는 없다”며 “1년에 많게는 6개에서 적게는 2개의 로브 웨지를 사용하는 선수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임성재가 60도 웨지를 이용해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부러 그루브가 닳아 있는 웨지를 사용하는 선수들도 있다. 김경태와 박은신 등이 대표적이다. 구 피터는 “선수마다 구사하는 샷이 다른 만큼 스핀이 많이 걸리는 새 웨지를 선호하지 않는 선수들이 몇몇 있다”며 “이 선수들의 경우 전지훈련과 연습 때 웨지 그루브를 닳게한 뒤 실전에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로브 웨지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한 가지는 편안함이다. 어드레스 때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코리안투어 통산 상금 1위 박상현은 “샷을 하기 전에 어색하거나 불편하면 절대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선수들이 솔과 라이각, 바운스 등 어드레스에 들어갔을 때 편한 느낌이 드는 웨지를 찾는 데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다. 나 역시 신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익숙하면서 편안한 모델을 10년째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보다 어린 나이에 PGA 투어 다승자가 된 김주형은 어드레스 때 클럽 헤드가 지면과 딱 붙어있는 느낌을 선호한다. 김주형은 “그린 주변에서는 공과 잔디가 붙어 있는 상황에서 웨지샷을 할 때가 많은 만큼 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웨지를 선택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싫어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이 꼭 한 번 따라하고 싶어하는 건 백스핀이다. 구 피터는 “로브 웨지를 제작할 때 스핀양을 줄여달라고 주문하는 선수들이 많은 이유는 백스핀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선수들이 가장 만족하는 웨지샷은 한 번의 바운스 이후 1m 이내에 공이 멈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브 웨지의 경우 샤프트의 강도를 아이언과 비교해 한 단계 낮은 것을 사용하는 확실한 이유도 있었다. 구 피터는 “100%의 힘으로치지 않고 컨트롤 샷을 하는 게 로브 웨지”라며 “멀리 치는 게 아닌 남은 거리에 맞춰 치는 클럽이 로브 웨지인 만큼 샤프트 강도를 한 단계 낮춰야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 국내 유일의 골프선수 출신 스포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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