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은 좀비?...국방백서에 8년째 북한군 128만 명에서 줄지 않는 까닭은
군 당국 "수집된 다양한 정보 면밀히 분석 검토해"
인구 감소는 물론 군 복무기간 단축 등 영향으로 병역 자원이 급감하고 있는 국군 병력에 비해 북한군은 약 2.5배의 상비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군 정보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수치는 약 10년간 사실상 변동이 없어 그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국방부가 올해 2월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평시 기준 북한군 수는 128만여 명이다. 이 수치는 2016년 12월 기준으로 작성된 ‘2016 국방백서’ 이후 4번 발간되기까지 동일하다.
같은 기간 국군 병력 수(평시 기준)는 62만5,000여 명(2016 국방백서)에서 59만9,000여 명(2018 국방백서), 55만5,000여 명(2020 국방백서), 50만여 명(2022 국방백서)으로 12만5,000명가량 줄었다.
2000년대로 기간을 넓혀 살펴봐도, 급감 중인 국군 병력 수에 비하면 북한군 수는 일정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국방백서는 기술하고 있다. ‘2000 국방백서’에서 117만여 명으로 평가한 이후 동일 수치가 유지되다가 ‘2008 국방백서’에서 119만여 명으로 조금 늘었고, 이 수치는 ‘2012 국방백서’까지 같았다. ‘2014 국방백서’에선 120만여 명으로 적혀 있다.
국방백서는 1967년부터 국방부가 격년 발간하고 있는데, 국방정책 성과와 향후 국방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우리 군뿐 아니라 북한을 포함한 주변 국가에 대해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정보와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한 판단이 들어간 주요한 공식 자료로 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이 되는, 북한을 주적으로 지목하는지 여부에 따라 정부의 대북 관계 성향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군 수 추산 다소 과대평가 주장 꾸준히 나와
북한군 숫자가 이렇게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군 당국의 판단이지만, 국방부 발표를 비롯한 북한군 병력 수에 대한 기존 추산이 다소 과대평가됐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탁성한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019년 4월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에 게재한 ‘북한군 실제 병력수 추정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 정규군 병력을 104만8,000명으로 산출했다.
통계청이 추계한 북한의 16세 남성인구를 활용, 한국과 같은 징집률 70%를 적용하고, 정규군과 별도 조직인 준군사력과 조기 제대자 수 등을 제외해 도출한 수치다.
이 방식으로 추산한 북한 정규군 추세는 2001년 94만4,000명이었다가 2006년 100만 명(101만 명)을 돌파했고, 2013년 정점(110만5,000명)을 찍고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1980년대 말 북한군 병력이 125만 명 수준이라거나 2008년 기준 104만∼116만 명이었다는 기존 연구는 다소 과대평가됐다는 것이 보고서 판단이다. 국방백서에 수록된 수치도 과장된 셈이다.
정영철 서강대 교수는 2015년 국회 정보위원회의 연구 용역을 맡아 작성한 ‘북한의 인구통계와 사회변화: 교육체제의 변화와 군대 규모에 대한 새로운 추정’ 보고서에서 “북한 정규군 병력으로 추론할 수 있는 범위는 적게는 약 50만 명, 많게는 약 75만 명”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미야모토 사토루 일본 세이가쿠인대 교수도 같은 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북한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조선인민군의 군사조직과 군사력’이라는 논문에서 북한군 병력 규모를 “70만2,372명”이라고 추산했다.
두 교수는 유엔인구기금(UNFPA)의 도움을 받아 북한의 1993년과 2008년 인구조사 통계자료에 근거해 이런 수치를 이끌어냈다. 특히, 2008년 인구조사는 UNFPA가 직접 참여해 국제기준에 따라 이뤄졌고,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된 수치라 실제 북한 실상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국정원이나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이 파악한 북한군 남성 복무기간은 기존 10년에서 7~8년으로 단축됐고, 인구도 줄어드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제 북한군 수는 군 당국이 파악한 것보다 적다는 주장에 힘을 받고 있다.
합참 "북한은 병영국가... 대규모 병력 유지"
북한군 병력 수를 재차 검증·검토해야 한다는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 숫자에 대한 본보 질의에 “북한은 군을 최우선시하는 병영국가체제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으며, 징집 시 신체 조건의 하향 조정 등의 조치를 통해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병영국가체제’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병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수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국방백서에 기재된 북한군 병력 수는 합참과 국방정보본부 등이 확보하고 있는 북한 관련 정보와 국가정보원 등 유관 기관 및 미군 당국과의 협의와 분석 회의 등을 거쳐 작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드러난 북한의 군부대 편제에 따라 수치를 산정한다”며 “국방백서에 들어가는 수치 등을 산정하는 데 최근까지 수집된 모든 정보를 근거로 면밀히 분석하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공식적으로 병력 수를 공표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비공식적으로 입수한 북한군 내부 문건이나 감청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된 특수정보(SI)를 바탕으로 추산하는 것이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북한군 수 조정에 정치적 부담 느낄 수도
게다가 수치를 줄이거나 늘리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보수 정권에서는 북한군의 위협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군 수치를 줄이는 데 부담을 느끼고, 북한에 유화적인 진보 정권에서 북한군 수치가 줄어들었다는 공식 입장을 낼 경우 북한 위협을 과소평가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현직 장성은 “공식적으로 확인이 쉽지 않은 북한군 정보에 대해 군 정보당국이 굳이 수치를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수치를 줄여 공식화했다가 나중에 틀린 것으로 드러나면 책임 소재 추궁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백서에도 북한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북한군 육군 부대 편제 변동을 구체적으로 쓰고 있는 만큼, 병력 수가 일정 부분 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전직 육군 대령은 “정부의 공식 판단이 공개되는 국방백서인 만큼,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실제 수치와 근접한 수치를 기재할 수 있도록 군 당국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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