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경 매치' 된 아키에이지 워 논란…엔씨는 왜 '리니지 아버지'에게 칼 겨눴나
"아키에이지 워, 리니지2M 베껴"
리니지 아버지 송재경, 법정 앞으로
카겜 "장르 유사성일 뿐 표절 아니다"
시대를 풍미한 게임계의 살아있는 전설 송재경이 최근 사람들의 입에 쉼 없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가 운영 중인 게임사가 개발한 '아키에이지 워'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죠. 그는 국내 벤처 신화의 한 축을 담당했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 세계 게임 시장의 틀을 바꾼 리니지를 개발한 주역입니다. 리니지가 세상에 나온 지 25년이 지난 지금도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죠.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이 만든 회사와 게임이 베끼기 의혹 끝에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매우 난처해졌습니다. 무엇보다 그를 법정으로 끌어낸 곳이 한때 청춘을 바쳤던, 리니지 신화를 만들어냈던 친정집 엔씨소프트라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리니지 신화에서 엑스엘게임즈 대표로
먼저 송재경의 삶을 돌아봅시다. 1967년에 태어난 그는 1990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1992년에는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산학 석사를 받았죠. 같은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밝던 그는 학업을 그만두고 1994년 김정주와 함께 넥슨을 세웁니다. 여기서부터 그의 개발자로서의 천재성과 개성 넘치는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넥슨의 대표작 중 하나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해놓고도 게임이 나오기 전에 김정주와 갈등 끝에 회사를 나온 거죠.
엔씨소프트에 둥지를 튼 그는 1998년 리니지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외환위기를 극복하던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를 크게 넓혔고 PC방이 곳곳에 생겨났는데요. 리니지는 크게 성공했습니다.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성공 신화를 발판삼아 세계를 주름잡는 게임사가 됐죠.
리니지는 게임산업에서도 단순히 흥행에 성공한 작품의 의미를 넘어섰죠. 이름도 생소한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를 게임 시장에 뿌리내리게 했고 수많은 리니지 라이크(유사게임)가 탄생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를테면 세계 게임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명작이라고 할까요.
2000~2003년 엔씨소프트 개발 총괄 부사장을 맡았던 그는 돌연 회사를 떠나 엑스엘게임즈를 세웁니다. 이번에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죠. 어쨌든 그는 자신이 세운 공룡 게임사를 떠나 비교적 작은 게임사의 대표가 됐습니다. 물론 엑스엘게임즈는 '리니지의 아버지' 송재경의 후광으로 이름값은 얻었죠. 하지만 이후 나온 아키에이지, 문명 온라인, 달빛조각사 등이 리니지만큼 초대박 흥행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리니지2M 그대로 베꼈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번 표절 논란은 지난달 21일 신작 MMORPG 게임 '아키에이지 워'를 출시하면서 터졌습니다. 엑스엘게임즈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은 2013년 PC게임으로 개발된 아키에이지를 바뀐 시장 상황에 맞춰 리뉴얼했습니다. 아키에이지의 세계관과 캐릭터, 지명 등을 이어받으면서도 스마트폰 게임에 맞춰 재해석을 했다는 설명이었죠. 게임 유통은 카카오게임즈가 맡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이 나오자마자 표절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송재경이 직접 개발한 리니지를 뿌리로 해서 나온 일종의 후속작 성격인 리니지2M과 비슷하다는 비판이었죠. 리니지2M 개발사인 엔씨소프트도 칼을 뽑았습니다. 아키에이지 워가 나온 지 단 2주 만인 5일 소송전에 들어간 겁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민사)을 접수했습니다.
비록 창업자와 갈등을 빚었다곤 하지만 한때의 동지이자 리니지의 아버지를 향한 칼날은 그야말로 선전포고였습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장르적 유사성을 벗어나 엔씨소프트의 지식재산권(IP)을 무단 도용하고 표절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였을까요.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해도 너무하다"며 "게임 구성요소 대부분이 표절이라고 본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리니지2M의 직업 시스템·무기 시스템·아이템 강화 방식·사용자 환경(UI)·기술 및 아이템 설명·퀘스트 등을 하나하나 따졌습니다. 많은 게이머들도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모습인데요. 구독자 32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는 "리니지2M을 똑같이 복사하는 콘셉트로 나온 느낌"이라며 "법의 허용 범위를 따져봐야 할 수준"이라고 비판했고요. 일반 이용자들도 온라인 게시판에 "한번 플레이해보면 얼마나 똑같은지 알 수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장르적 유사성일 뿐, 표절 없다"
엑스엘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는 반박에 나섰습니다. 지식재산권 침해와 표절 문제는 게임사에 생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거죠. 카카오게임즈는 "엑스엘게임즈는 지난 20년 동안 플랫폼 구분 없이 MMORPG 장르 개발 노하우를 축적한 기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엑스엘게임즈를 이끄는 송재경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리니지 후속작과 어떤 형태든 고의적 유사성을 담아냈을 것이란 의혹을 부인한 거죠.
이어 "아키에이지 워는 PC 온라인게임 아키에이지의 세계관과 캐릭터, 지역명 등을 재해석한 뒤 PC와 모바일 간 크로스플랫폼 환경에서의 플레이를 고려해 개발됐다"고 밝혔습니다. 리니지2M을 베낀 게 아니라 자체 아이디어라는 주장입니다.
더 들어보죠. 회사는 "엔씨소프트의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주장은 동종 장르의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온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에 대한 것으로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장을 수령해 면밀히 검토 및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아키에이지 워 이용자들을 위해 안정적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도 덧붙였죠. 이번 논란을 정면돌파하면서 엔씨소프트와 전쟁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게임업계 전반 재점검 필요
이제 게이머들과 시장의 관심은 소송전이 어떻게 흘러갈지로 모아집니다. 우선 아키에이지 워 자체는 카카오게임즈도 인정한 것처럼 리니지2M과 장르적 유사성이 있습니다. 리니지가 MMOPRG 게임을 대중화시킨 시작점인 만큼 게임 자체는 유사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만약 소송에서 엔씨소프트가 승리한다면 수많은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은 줄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또 엔씨소프트가 여러 리니지 라이크 게임 중 송재경이 이끄는 엑스엘게임즈 작품을 콕 찝어 소송전에 나선 배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겠죠. 일부에서 이번 논란을 '송재경 매치'로 보는 이유기도 합니다. 자신이 만든 게임에 뿌리를 둔 작품을 베꼈다며 친정으로부터 고소를 당했으니 그의 심정은 무척 복잡하겠지요.
물론 모든 판단은 이제 법원에서 나오게 되겠죠. 하지만 게임을 사랑하는 모든 이의 관심과 시선은 법정에만 머물러선 안 됩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엔씨소프트는 왜 리니지의 아버지에게 칼을 겨눴는가, 이 문제가 폭발하게 된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게임의 장르적 유사성을 얼마나 인정할 것이며 표절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등 여러 근본적 문제를 제대로 짚어야 하기 때문이죠. 세계를 주름잡는 K게임은 한국의 미래 먹거리이자 문화적 파괴력을 보여주는 국가대표나 마찬가지니까요.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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