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說]"쥐꼬리 월급, 잦은 회식…차라리 놀겠다" K-기업에 뿔난 중국인

오진영 기자 2023. 4.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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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굵직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전 세계의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재계 이야기, 오진영 기자가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사진 = 바이두

"불과 5년 전에는 지원자가 모집 인원의 4~5배가 넘었는데, 지금은 5명을 뽑아도 3명밖에 지원을 안 합니다."

중국 상하이에 사무실을 운영 중인 한 IT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현지 인력 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현지 투자를 늘리기로 하면서 개발자·사무직 등 추가 인력이 필요해졌지만, 지원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상시 채용으로 전환했으나 예상보다 높은 임금을 요구해 면접 단계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이 관계자는 "진출 초기와 비교하면 현지 인력이 요구하는 임금 수준이 2~3배는 뛴 것 같다"라며 "중국은 더 이상 인건비에서 메리트(이득)를 가진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고급 교육을 받은 인력이 늘고 1·2선 도시(대도시)의 생활 수준이 오르면서 인건비가 크게 뛰면서다. 자국 기업 선호 현상과 해외 기업에 대한 반감이 더해지면서 지원자 수 자체도 크게 줄었다. 한국 기업이 야근·수직적 조직문화를 강요한다는 편견도 작용했다. 현지 재계는 한국 기업이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인력 확보가 점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임금 낮고 야근 강요한다"…일본·네덜란드에도 밀리는 한국 기업
/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한국 기업 기피 현상은 최근 3~4년간 심화됐다. 중국 국가통계국 추산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최고 18.2%까지 치솟는 등 실업자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에 지원하려는 인력은 계속 줄고 있다. 산업연구원과 대한상의 북경사무소가 올해 현지 진출 기업 40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업은 전체의 39.3%에 달했으며, 대내환경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도 79.3%였다.

주 요인은 한국 기업의 부정적 인식이다. 지난해 포브스차이나가 꼽은 '중국 최고의 고용주 10위'와 탑임플로이어스인스티튜트가 꼽은 '중국 우수 고용주 100위' 안에 한국 기업은 1곳도 없다. 일본과 네덜란드, 미국은 히타치·아디다스·맥도날드 등이 순위에 올랐다. '베이징 최고의 직장'에 오리온이 꼽혀 체면치레를 했으나,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6만 5267곳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한국 기업이 대부분 현지에 제조 공장을 운영한다는 점도 기피 요인이다. 중국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평균 교육수준이 오르면서 사무직·서비스업종에 종사하려는 인력이 늘었으나 한국 기업의 선호 인력은 대부분 생산 직종이다. 루펑 베이징대 국립발전학원 교수는 "중국의 대졸자는 1999년 100만여명에서 2022년 1076만명으로 늘었다"라며 "단순 생산 관련 인력 수요가 급감하면서 (생산 직종에서의) 청년 인력 규모 자체가 줄어들었다"라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이 지급하려는 임금과 노동자 희망 임금 사이의 격차 문제도 크다. 현지 재계는 한국 기업이 중국인 노동자에게 지급하려는 평균 월 급여를 3000~6000위안(한화 약 57~100만원)으로 추산하는데, 이는 1인 가구의 월 평균 생활비 2500위안(약 47만원)과 거의 격차가 없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5대 도시의 대졸자들이 요구하는 평균 1만 위안(약 190만원)이상의 월급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중국이나 해외 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이 경직된 조직문화를 강요한다는 편견도 작용했다. 회식이나 높은 업무강도, 잦은 야근이 쥬링허우·링링허우(90~00년대 출생자)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목소리다. 야근 수당을 지급하는 기업도 드물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내 기업의 평균 근로시간은 47.9시간으로, 1일 근무시간(8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경우 반드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취직 준비생 창모씨(27)는 "삼성·현대차 등 한국 대기업은 한국인에게만 높은 급여를 주고, 중국인에게는 낮은 급여와 높은 업무강도를 강요한다는 인식이 있다"라면서 "조건이 같다면 중국 기업을 제일 먼저 선택하고, 그 다음이 미국·일본 순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유학 경험이 있더라도 한국 기업에 취업하려는 젊은층은 매우 적다"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도 탈중국 고려해야, 베트남보다도 매력 떨어진다
2023년 3월 왕징에서 열린 '2022 중국 올해의 고용주' 시상식. 한국 기업으로는 오리온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 사진 = 웨이보

한국 기업의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중국 외의 다른 국가로 생산 거점 이전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데다 교욱 수준이 고도화하면서 인건비가 지속 상승해 이전처럼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중국 현지 신설 법인 수는 156개로 2006년(2392개)은 물론 같은 기간 베트남(233개)보다도 낮다.

현지 경제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퍼진 3년간 중국에서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라며 "재중 한국기업들이 현지 인력이 원하는 급여 수준을 맞추려다 보니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생산지 다변화를 고민할 때"라고 덧붙였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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