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 고작 1%만 용도변경 허가…매년 8만가구 이상 이행강제금 ‘폭탄’

황보준엽 기자 2023. 4. 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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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3호만 '오피스텔'로…까다로운 조건 탓 사실상 '불가능'
"추가적인 대책 고려 안해…원칙대로 이행강제금 부과"
해운대 엘시티 더샵. ⓒ 뉴스1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생활형숙박시설의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일시적으로 허용한 가운데 실제 전환된 건수는 전체 물량(8만6920호)의 1%인 1033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차장 면적과 복도 너비 등 용도변경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인데, 이대로라면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10월부터 매년 8만호 이상이 매년 수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야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9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이 오피스텔로 용도변경된 건수는 지난 2월 기준 42개 동, 1033호다. 지난해 기준 생숙은 전국 8만6920호로 집계됐는데, 2년여간 약 1.1% 만이 용도가 변경된 셈이다.

국토부는 지난 2021년 생숙의 주거용도 사용을 금지하고, 오는 10월까지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역별로 보면 기 건축된 생숙 기준 제주도가 291호로 가장 많이 용도 변경이 이뤄졌다. 다만 등록된 호수(1만3563호)와 비교하면 2.1% 정도다. 이어 △경기(2만3332호) 88호 △부산(6957호) 160호 △서울(3445호) 44호 순이었다. 인천은 1만3793호의 생숙이 있지만, 용도변경이 아직 한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만약 용도변경을 하지 않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건축물 가액의 10% 내의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된다. 이대로라면 약 8만호가 매년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한다.

용도 변경률이 낮은 것은 까다로운 절차 때문이다. 국토부는 용도변경 시 오피스텔 수준의 기준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생숙과 오피스텔과는 복도 너비나 주차장 면적 등 건축기준이 달라 이미 지어진 생숙은 이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소방시설 등 안전기준도 오피스텔이 더 까다롭다. 이 때문에 실제로 용도변경된 건수(1033호) 중 절반 정도는 설계 변경이 가능한 건축 중인 생숙(450호)이다.

◇"고무줄 법 적용은 곤란…유예기간 연장 없다"

국토부는 용도변경 건수가 적더라도 유예기간 연장이나 추가적인 규제 완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주차장 면적 등은 지자체 조례에서 조정할 수 있게 돼 있고, 지침을 내리려 해도 법상 정해진 내용에서 크게 벗어날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차장 기준은 조례를 통해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이 지자체에 위임돼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린다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숙은 주거가 아니라 처음부터 숙박용도로 승인된 것"이라며 "그럼에도 피해를 보는 이들이 있으니 합법적인 건축물로 바꿔주겠다는 것인데, 또 추가적인 규제 완화 등은 어렵다. 법을 고무줄처럼 적용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칫 특혜성 조치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고, 지구단위계획 상 생숙의 학령 인구 등에 포함되지 않아 과밀학급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앞서 여수시의회가 '주차장 관리 조례 개정안' 발의를 추진했으나, 소속 의원의 생숙 보유로 특혜 논란이 일었고, 주차장 기준 완화도 시민의 반대가 있어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 마다 여건이 다른데, 어떻게 하기가 곤란하다"며 "과밀학급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주차수요도 건물 외부로 뻗어나가게 될 텐데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처음부터 숙박용, 요건 완화 '부적절' 원칙대로"

전문가들도 생숙의 용도변경을 위한 요건 완화는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용도변경 요건을 완화해주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며 "안타깝지만 원칙대로 해야 한다. 주차장 기준 등의 완화에 따른 주거환경 악화 피해는 인근 거주자들이 지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구제 방법이 없다"며 "생숙 하나 살리자고 주차장 기준 등 각종 요건을 완화해줄 수는 없다. 주거용으로 알고 분양받았다면 업체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소한의 범위에서 기회를 줘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몇 년의 집값 급등기 시절 '아파트 대체재'로 평가 받으며 실수요자가 몰렸는데, 이들의 피해가 막대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기 생숙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생숙은 지난 2018년 3만1108호였으나 2022년에는 8만6920호까지 늘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생숙은 주거용이 아닌 숙박용으로 인가를 받았다. 특히 각종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데 수분양자가 주거용이 아닌지 몰랐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면서도 "다만 고급형이 아닌 실거주를 위해 분양받은 수요자를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선 용도변경의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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