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中이 대만침공 성공하면, 美는 TSMC를 어찌 할까?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3. 4. 9.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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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로스앤젤레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5일 (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 도착해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까? 대만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전체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50년에도 한국과 대만의 운명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그해 1월 애치슨 미국 국무장관이 태평양 지역 미국 방위선(애치슨 라인)에서 한국과 대만을 제외하자 마오쩌둥은 대만 해협을 건너가 내전을 종식시킬 준비를 시작했다. 풍전등화 같은 대만의 운명을 바꾼 건 한국전쟁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이 38선을 넘어오자, 미국은 한국에 미군을 파병하는 동시에 제7함대를 대만해협에 배치했고 마오쩌둥은 대만 통일의 꿈을 접어야 했다.

지금도 대만의 운명에는 미국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대만 상공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번에는 중남미 순방을 마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귀국길인 지난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자 중국이 다시 강하게 반발했다.
과연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까?
지난해 10월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을 공격할 준비를 끝내도록 인민해방군에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2027년은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자 시 주석의 4연임을 결정할 중국 공산당 제21차 당대회가 열리는 해다.

대만 통일은 장기집권을 꿈꾸는 시 주석에게는 확실히 군침이 도는 기회다. 다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성공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중국의 대만침공 워게임을 보도한 CNN 방송화면 /사진=CNN홈페이지 캡쳐

지난 1월 9일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026년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 '다음 전쟁의 첫 번째 전투'(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은 대만 침공이 실패할 경우 중국 공산당의 집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군 장성들과 CIA 국장이 시 주석이 인민해방군에게 2027년까지 대만 침공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계속 언급하는 것도 전쟁 억지를 위한 의도적인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 가져올 경제적인 파장도 살펴보자.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서 TSMC를 손에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으로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시나리오다.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TSMC의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화웨이 고사작전'을 펼쳤으며 이로 인해 2020년 한때 삼성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던 화웨이 스마트폰은 추락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2018년 2분기 23%에 달했던 TSMC의 중국 매출은 2022년 4분기 12%로 쪼그라들었다. 대신 같은 기간 북미지역 매출은 54%에서 69%로 늘었다. TSMC의 매출 구조가 북미지역 위주로 재편된 것이다.

중국이 TSMC를 장악하고 '애플 고사작전'에 나선다면?
중국이 TSMC를 장악하고 반대로 '애플 고사작전'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2021년 기준 애플은 TSMC의 매출액 중 25.9%를 차지한 최대 고객이다. 아이폰 14프로에 들어가는 A16 바이오닉 칩은 TSMC의 4나노(㎚·10억분의 1m)공정에서, 맥북에 탑재되는 M2 칩은 TSMC의 5나노공정에서 생산된다. 만약 TSMC가 A16 바이오닉 칩과 M2 칩을 공급해주지 않는다면 애플의 아이폰·맥북 판매는 '올 스톱'이다.

애플뿐 아니라 AMD(4.9%), 퀄컴(3.9%), 엔비디아(2.8%) 등 TSMC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는 미국 팹리스 기업 대부분의 영업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과연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에서 TSMC의 반도체 엔지니어를 대피시키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포함했다. 심지어 일부 전직 미국 고위관료는 중국이 대만을 장악한다면 미국이 TSMC 공장을 파괴할 것이라는 명백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13일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TSMC가 중국 손에 넘어가게 하느니 차라리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브라이언은 "TSMC를 장악할 경우 중국이 반도체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같은 존재가 돼서 세계경제를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이 황금알을 낳는 닭을 못 가지게 할 것
오브라이언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고위층이 TSMC 파괴도 검토했을 것이라는 점을 추측케 한다. 이에 대해 대만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해 10월 천밍통 대만 국가안보국장은 대만 의회에 출석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TSMC 공장을 파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그는 "TSMC의 생태계를 이해한다면 그런 발언은 비현실적이라는 걸 알 것"이라며 TSMC는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과 결합해야 하며,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없으면 생산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황금알을 낳는 닭을 손에 넣더라도 닭이 황금알을 낳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중국이 TSMC 공장을 장악한다면 미국과의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TSMC 공장을 파괴하는 게 안전한 베팅이 될 수 있다.

TSMC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의 독점기업이며 전 세계 반도체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중 하나로 부상했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TSMC는 58.5%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4분기(52.1%) 대비 점유율이 6.4%포인트 상승하면서 영향력이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8.3%에서 15.8%로 줄었다.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TSMC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을 비교할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TSMC의 영업이익은 우리 돈으로 약 14조100억원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의 영업이익은 2700억원으로 급감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메모리 비중이 큰 삼성전자 DS부문의 수익이 급감했지만, 파운드리 선두업체인 TSMC는 오히려 수익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TSMC의 영업이익률은 52%에 달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뿐 아니라 침공이 성공적일 경우, 미국은 TSMC 공장을 파괴할 수 있다. 그 경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반사이익을 누리겠지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미지수이며 침공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래도 우리에게 대만과 TSMC는 정치·경제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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