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비리 엄벌, 우리 사회의 인식”…조민 부정행위 조목조목 지적한 법원

노경민 기자 2023. 4.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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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에 조씨 부정행위 지적…"경력 기재, 실제와 차이 있어"
합격 여부에 표창장 중요작용 판단한 듯…'입시 공정성' 강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가 지난달 16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3.3.1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입학취소 처분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씨가 학교 측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한 배경에는 입학 취소로 '의사 조민'이 받게 될 개인적인 피해보다는 입시 불공정이 우리 사회에 안길 박탈감과 상실감이 있었다.

1심 판결문에도 입시 부정행위는 '대학과 지원자 간 상호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 '중대한 부정행위' 등 문구에서 판사의 단호함이 묻어나왔다.

9일 뉴스1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부산지법 행정1부(금덕희 부장판사)는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 입학 서류에 기재한 인턴·표창장 경력을 허위로 보고 부산대의 입학취소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조씨는 2015학년도 부산대 의전원 수시모집에서 자연계 출신자 전형 중 국내대학교 출신 전형 지원에 합격해 2021년 2월 졸업했다.

이후 의사면허를 취득해 의사 자격을 부여받았지만, 모친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조씨의 입학에 사용한 '7대 스펙'이 허위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부산대는 자체 조사 등을 거쳐 입학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조씨는 학교를 상대로 소송과 함께 입학취소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은 일부 받아들였지만, 본안 소송에선 부산대에 손을 들어줬다.

◇ "인턴·표창장 정당한 경력 기재로 보기 어려워"

판결문에 따르면 조씨가 입학원서와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서류는 공주대 인턴, KIST 인턴, 동양대 보조연구원,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 4가지다.

먼저 인턴 경력과 관련해 조씨는 자소서에 '3주간 인턴(KIST)으로 근무하면서 연구실에서 실험 준비 및 영문 논문 자료 분석 등을 했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 전 교수의 형사 판결을 인용하며 KIST에서 실제로 한 활동은 5일에 불과해 자소서 기재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주대 인턴과 관련해서도 대학의 정식 선발이 아닌 정 전 교수의 인맥을 통해 교수를 만나 독후감을 쓰거나 식물·열대어를 키우며 경과를 보고했고, 이는 대학원생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쳐 '인턴'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동양대 보조연구원 활동에 대해선 조씨가 정 전 교수의 영문에세이 첨삭 업무 등을 보조했을 뿐 대학 연구원 소속·지위에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조씨의 활동이 단순히 '어머니에게 사적으로 도움을 준 정도'로 판단한 것이다.

동양대 표창장의 경우 정 전 교수가 미리 준비해둔 상장 서식 파일에 상장 내용과 발급번호, 총장 직인을 임의로 기재해 표창장을 만들어 위조 제출했다며 형사 판결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지난 2021년 8월24일 박홍원 부산대 부총장이 부산대학교 대학본부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조국 딸 조민 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전형공정위 조사,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1.8.24/뉴스1 ⓒ News1

◇ 표창장 등 서류 전형이 '변별력' 갈라

조씨 측은 설령 서류 기재 내용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의전원 합격 당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2단계에 걸친 의전원 입학시험에서 조씨가 받은 총점이 불합격자 중 최고점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조씨가 1단계 서류전형에서 표창장 기재를 하지 않았다면 자칫 합격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판결문에는 표창장으로 가점을 받지 못했을 시 받았을 예상 점수가 여러 개의 표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과 달리 서류 전형은 지원자 사이의 변별력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조씨의 입학 당시 학칙에 입학취소 처분에 대한 근거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산대 학칙상으로 기존에도 이미 부정 행위자에 대한 입학취소 처분은 이뤄지고 있었고, 이후 학칙 사유와 기준을 더 구체화한 것"이라고 했다.

◇ "입시 부정행위에 대한 엄한 처벌은 우리 사회의 인식"

조씨는 재판 막바지에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판사는 조씨의 의사 신분이 박탈되는 것보다는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무게를 뒀다.

재판부는 "조씨가 대학원 과정을 나름대로 정상적으로 수료해 졸업했고, 의사면허를 취득해 의사로서 근무하는 등 상당 기간 의사로서 생업을 유지해왔다"며 "이 처분이 확정됨에 따라 생기는 손해를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여 조씨가 입을 불이익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입시 부정행위는 그 자체로 다른 학생을 불합격시키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성실하게 입시를 준비해온 수험생과 국민 모두에게 큰 박탈감, 상실감을 안겨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크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응시자의 경력 기재는 단순히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용도가 아니다"며 "응시자의 지적·인적 소양과 자질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봤다.

이어 "입학 과정에서 대학이 일일이 자료의 진위 파악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악용해 지원자가 위조된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는 대학과 지원자 사이에 요구되는 상호신뢰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의전원 입시는 의사 자격 취득의 첫 관문"이라며 "입시 비위 행위가 뒤늦게 밝혀진 경우에도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게 일반적인 우리 사회의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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