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유령 전투기 만든다”… KF-21 만든 한국, 두번째 도전 가능할까 [박수찬의 軍]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의 실전배치 준비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KF-21에 탑재되는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과 AIM-2000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기체에서 분리하는 시험이 지난달 말 성공했다.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KF-21 양산 계약 체결도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에 대해 막대한 예산과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첨단 전투기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30~2040년대 AI 기반 6세대 전투기 개발”
KF-21 개발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6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주최한 항공우주력 세미나에서 무인기와 6세대 전투기 개발, KF-21 성능개량 방안을 밝혔다.
현재 공군은 KF-21과 연계한 국산 유·무인 전투비행체계를 2030년대 후반까지 전력화하고, 이후에 AI 기반 6세대 전투기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유·무인 전투임무기 복합체계에 대한 장기 소요가 확정됐다.
2028년까지 기본 성능을 갖춘 KF-21 블록1 최초양산을 진행하고, 2032년까지 공대지·공대함 능력을 추가한 KF-21 블록2를 만든다. 2040년까지 유·무인 전투비행체계와 편대간 고속데이터링크를 갖춘 성능개량을 한 뒤 2041년부터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나선다는 구상이 거론된다.
이에 KAI는 △공군 요구도에 따른 무인전투기 개발 △T-50과 소형 다목적 무인기를 결합한 유·무인 복합체계 핵심기술 실증 △AI와 편대운용 제어, 고성능 데이터링크 개발역량 강화 등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내부무장창을 장착하고, 돌출된 안테나를 기체 내부에 수납한다. 내부무장창에는 미티어 미사일 4발 또는 GBU-39 정밀유도폭탄 4~8발을 탑재할 수 있다.
데이터 융합 기능과 편대 간 데이터링크를 적용, 무인전투기를 함께 운용하는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축한다.
이후 AI과 고성능 데이터링크, 극초음속미사일, 레이저 무기 기술을 추가한 6세대 전투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KF-21 블록3와 6세대 전투기의 핵심은 유·무인 복합체계다. 전투기 1대에 무인기 4대가 배치되어 데이터링크를 통해 정보를 공유·융합한다.
고위험 지역에서 전투기를 지원해 조종사의 생존성을 높인다. 이착륙 과정에서는 지상 통제를 받고, 비행 중에는 전투기가 통제한다. 무인기는 AI 기술을 통해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기능도 포함된다.
하지만 ADD의 ‘저피탐 무인편대기 개발 및 KT-1 기반 원격공중통제 실증’은 공군 요구와 차이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국내에서는 무인기에 탑재할 수 있는 5500파운드(lbf)급 터보팬 엔진을 2025년까지 시험개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5500파운드급 엔진으로 무인편대기 내부무장과 각종 센서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와 관련해 추력이 높은 1만파운드급 엔진은 2024~2034년에 개발하고, KF-21 탑재 F414 엔진과 유사한 수준의 고출력 엔진을 2030년대 후반까지 만드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이같은 엔진 개발 계획을 무인편대기 개발 일정과 합쳐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산 엔진을 만들면 무인기에 탑재해야 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인편대기 개발을 추진하면 체계개발과 엔진 개발이 제대로 연계되지 않아 전력화에 차질을 빚었던 K2 전차의 전례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해 KAI는 유·무인 복합체계 실증 외에도 전자전, 정찰, 기만 작전 등에 쓸 수 있는 소형 다목적 무인기를 저가로 신속히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T-50 기반의 공중통제기술을 실증하고, 이를 토대로 무인전투기 개념을 구체화해 체계개발을 하자는 것이다. T-50 기반 유·무인 복합 기술 실증이 성공하면 FA-50에도 적용, FA-50의 해외 수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KAI 측의 입장이다.
◆재정·기술 등 난제…정부 차원 전략 필요
이같은 구상이 현실화할 것인지에 대해 군과 방산업계에선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KF-21 블록3와 6세대 전투기 개발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KF-21에 내부무장창을 장착하고 안테나를 수납하면, 항공역학적 특성에 변화가 발생한다. 기체 내부의 배선과 유압체계 등도 재조정해야 한다. 이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수반한다. 기술적 난도도 상당하다.
6세대 전투기 개발과 생산은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일본이 지난 2020년 F-2 전투기를 대체할 6세대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기로 했을 때, 개발비는 약 1조엔(약 10조5000억 원), 배치를 포함한 총사업비는 5조엔(약 52조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관측됐다. 단일 업체가 부담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 차원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도 FCAS에 참여하거나, 유럽 국가 또는 항공우주산업체와 제휴해 공동개발을 추진한다면 개발 일정 단축 및 리스크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항공우주산업 진흥과 군 전력증강을 고려, 정부 차원에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투입해 개발해놓고도 실전에서 제대로 쓰이는 기간이 짧을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현재는 최신 기술이지만, 몇 년 만에 구식으로 전락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나치게 신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개발 계획을 세우면, 전력화 시점에선 이미 뒤떨어진 기술을 쓰는 무기를 실전배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전력화 초기부터 단종 부품이 발생, 후속군수지원에 부담이 가중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려면 탐색개발과 핵심기술 개발을 병행해 일정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군 요구성능(ROC)을 빠르게 구체화해 체계개발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전력화 시기를 앞당기는데 도움이 된다.
6세대 전투기는 고가의 첨단 기종이다. 그만큼 수량도 적다. 이 기종의 활용법과 기존 전력과 융합할 방안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운용개념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AI에 기반한다고 해도 공중조기경보통제기나 무인정찰기 등 기존 전력과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KF-21이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던 지난해 7월은 2001년 8월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거론한 지 21년만이다.
21년이 걸린 이유는 기술적 어려움도 있었지만, 사업 타당성조사에서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9년이 걸리면서 사업이 지연됐기 때문이었다.
무기 개발은 돈이 많이 들고, 사업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따라서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은 정부 차원의 의지와 로드맵, 실행계획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KF-21처럼 일정이 지연되면서 군 전력증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KF-21 개발로 초음속 전투기를 제작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결정과 전략이 필요하다. 한반도 주변국들이 2030년대 중반을 목표로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뛰어든 상황에서, 산업 진흥과 영공 수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요구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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