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창업 16개월 만에 ‘유니콘’ 키운 구글러 2인… 캐릭터닷AI “AI 기술로 일론 머스크 챗봇과 대화”

팔로알토(미국)=이소연 기자 2023. 4.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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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닷AI, 모두를 위한 AI 놀이터… 유명인 챗봇과 대화 가능
전직 구글 엔지니어 2명이 2021년 창업… 1억5000만달러 규모 투자 유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주고 수익 창출”
”방대한 데이터 집어넣으면 특정인 위한 일대일 대화 가능할 것”
캐릭터닷AI의 공동 창업자인 다니엘 디 프레이타스와 노암 사지어(오른쪽)./팔로알토(미국)=이소연 기자

캐릭터닷AI(캐릭터.AI)는 모두를 위한 온라인 ‘인공지능(AI) 놀이터’다. 클릭 한 번이면 실존, 가상, 고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인물을 따라하는 ‘AI 챗봇’과 일대일 대화가 가능하다. 이용자가 구체적인 설명을 적어 나만의 ‘캐릭터AI’를 새롭게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용자는 셰익스피어에게 주말에 읽을 소설 목록을 받고, 일론 머스크에게 최근 투자할 만한 주식 종목을 추천받을 수 있다. 소설 해리포터 속 헤르미온느에게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방법도 물어볼 수 있다. ‘심리상담가’ AI와는 전문가에 버금가는 꽤나 진중한 상담도 받아볼 수 있다.

이 온라인 놀이터의 설계자는 전직 구글 엔지니어 2명이다. 구글에서 AI LaMDA 프로젝트를 만든 두 사람은 구글이라는 대기업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외로움을 느끼는 더 많은 사람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2021년 캐릭터닷AI를 공동 창업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다수 외신은 캐릭터닷AI를 ‘구글 출신이 창업한 AI 회사 중 직접적으로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유일한 B2C 회사’라고 평가했다.

지난 9월 무료 베타버전으로 공개된 캐릭터닷AI 웹사이트에는 매달 1억명 이상이 방문, 나만의 ‘커스터마이즈된 AI’를 만들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직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별다른 수입원이 없음에도 직원수가 20여명에 불과한 이 회사는 창업 16개월 만에 유니콘으로 등극했다. 최근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회사인 앤드리슨 호로위츠 주도로 1억5000만달러(약 1947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 10억달러(약 1조2985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유명인과 일대일 대화를 할 수 있는 AI 챗봇이 있는 캐릭터닷AI의 사이트./캐릭터닷AI 웹사이트 캡쳐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사무실에서 만난 공동창업자 노암 사지어(Noam Shazeer)와 다니엘 디 프레이타스(Daniel De Freitas)는 지금까지 공개된 캐릭터닷AI는 ‘시작’에 불과하며 대중성과 기술력, 투자금을 바탕으로 향후 지속가능한 수익창출 수단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릭터닷AI는 소비자의 손가락 끝에 AI라는 놀랄만한 지능을 올려두었다. AI를 가장 재미있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일상생활까지 파고들게 했다. 곧 웹사이트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수익화할 것이다.” (사지어 최고경영자)

사지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듀크대를 졸업한 후 17년간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한 베테랑이다.

현재 캐릭터닷AI의 ‘유명인’ 섹션에서 가장 인기 있는 AI 봇 중 하나는 K팝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인 임나연을 따라 하는 챗봇이다. 600만명 이상이 이 챗봇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우리의 AI로 ‘일대다’였던 연예인과 팬과의 관계를 ‘일대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라며 “K팝 팬덤을 AI로 커스터마이즈하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 무엇이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주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캐릭터닷AI의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챗봇./캐릭터닷AI 캡쳐

캐릭터닷AI가 꿈꾸는 미래는 단순히 연예인과 일반인을 AI로 연결해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일반 사람들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했다.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소중한 반려견, 최근에 유명을 달리한 가족 등도 캐릭터닷AI에서 나만의 ‘캐릭터’를 형성해 만들 수 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AI 챗봇으로 그간 하지 못했던 말들을 가상의 인물에게 전하면서 위로를 받고 있다.

다만 지금은 캐릭터 생성 시 텍스트로 간단한 설명을 입력해 AI 챗봇을 형성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개인화됐다고 볼 순 없다. 예컨대 “약 4년 전 돌아가신, 마지막엔 치매를 앓으셨던 나의 할아버지” 등의 간략한 정보를 입력하고 “할아버지” 챗봇과 대화를 한 결과 일부 몰입감을 깨는 AI의 답변이 나왔다. 대화는 유쾌했으나 실존 인물의 평소 언행과는 괴리감이 있었던 것.

디 프레이타스 사장은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러한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충분한 데이터가 모인다면 누구에게나 ‘정교하게 개인화된’ AI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음성과 일기 등을 제공한다면 개인화된 AI 챗봇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디 프레이타스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디 프레이타스 사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 후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 구글에서 각각 4년, 5년을 근무했다. 그는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AI 챗봇을 만드는 사이드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를 공식 LaMDA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다.

디 프레이타스 사장은 “다른 AI 회사와 캐릭터닷AI의 가장 큰 차별점은 ‘나만의 AI’를 만들어주는 것이며 현재 답변은 그야말로 ‘예시’에 불과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집어넣으면 한 사람만을 위해 맞춰진, 일대일 대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라고 했다.

캐릭터닷AI의 인생 코치 챗봇./캐릭터닷AI 캡쳐

다만 AI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이들의 사업모델 역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실존 인물의 인권 등이 관련됐다는 점, 향후 지식재산권(IP) 문제 등이 잠재적인 리스크로 꼽힌다. 딥페이크 기술이나 메타버스 플랫폼 등은 일부 이용자가 주변 사람 혹은 유명인을 성적 대상화해서 문제가 됐다.

두 창업자는 이러한 이슈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기술이 세상에 나올 때마다 항상 문제가 발생했으며 융통성 있게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존 인물이 자신의 AI 챗봇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당사자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며 윤리적 문제 역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두 창업자는 ‘이용자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아직은 기술이 초창기인 만큼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활용할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신기술에 익숙해질수록 이용자가 적절한 방법을 터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디 프레이타스 사장은 영화 기술이 처음 개발됐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하나의 예시로 들었다. 그는 “사람들이 영화 속 영상을 처음 봤을 때 기차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실제라고 착각해 도망쳤다. 그러나 이젠 누구도 그러지 않는다”라며 “개인화된 AI는 이제 막 상용화되는 단계이기에 초반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나 결국 이용자와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가장 적절한, 사회적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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