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이 매달 100원씩 모으는 이유…기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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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현장에서 순직한 경찰관 63명.
이 중 범인 체포나 교통 단속, 수사 활동 등 위험 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경찰관은 42명에 이른다.
지난 1월말 기준 위험 직무로 순직한 경찰관의 미성년 자녀 19명이 '100원의 기적' 혜택의 첫 대상자가 됐다.
이에 남은 모금액은 위험 직무 순직 경찰뿐 아니라 전체 순직자의 미성년 자녀에게 균등 지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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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강경찰대 소속이던 고(故) 유재국 경위는 2020년 2월 한강에 투신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사고로 순직했다. 당시 임신 중이던 유 경위의 아내는 사고 충격에 조산했다. 아이는 뇌병변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유가족은 아이 간호로 경제 활동이 어려웠다. 치료비와 생활비, 이중고에 시달렸다.
지난 5년간 현장에서 순직한 경찰관 63명. 이 중 범인 체포나 교통 단속, 수사 활동 등 위험 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경찰관은 42명에 이른다. 순직 경찰관 뒤로 유가족이 남는다. 이들은 갑작스레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 생활고 부담까지 감당해야 한다. 자녀가 아직 어리거나 여러명인 경우 부담은 더 크다.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복지정책담당관실은 유 경위 사례와 같이 어려움을 겪는 순직 경찰 가족들을 위해 '100원의 기적'이라는 모금을 기획했다. 담당자인 김형진 경감(37)은 "순직 경찰 유가족을 도울 방법을 생각하다가 경찰 수가 14만명이니 조금씩만 모아도 큰 금액이 모이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와 부담 없이 100원씩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해로 경찰관이 된 지 15년차인 김 경감은 이번 모금 기획으로 동료들로부터 많은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그동안 순직한 동료의 가족을 돕고 싶어도 마땅한 방법이 없어 마음만 갖고 있던 경찰관들이 큰 호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 경감은 "경찰은 보통 시민을 위한 일을 하는데 지금 부서에서는 내부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한 업무를 하다보니 민원도, 칭찬도 가장 많다"며 "이번 모금건의 경우 게시글에 '담당자를 특진시켜야 한다'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반응이 좋아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모금은 경찰청 소속 직원 중 희망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급여에서 원천징수한다. 지난 1월말 기준 위험 직무로 순직한 경찰관의 미성년 자녀 19명이 '100원의 기적' 혜택의 첫 대상자가 됐다. 세대당 모금액 균등 배분을 원칙으로 하되 자녀가 질병 등으로 치료비 부담이 있거나 다자녀 가구인 경우 심의를 거쳐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은 '100원' 모금이었지만 시행 직전 '1000원' 선택지도 추가됐다. 더 많은 금액을 내고 싶다는 의견이 이어지면서다. 이 이상의 기부를 희망하는 사람은 경찰청 산하 재단 참수리사랑에 별도 신청하는 통로도 열어놨다. 참수리사랑은 경찰 기부금을 활용해 장학·지원사업 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이다.
김 경감은 "지난해 경찰의 날 행사에 초청된 한 유가족이 '남편이 순직한 지 2년이 지나니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는 얘기를 청장님께 했다더라"며 "순직한 동료의 자녀들이 성장할 때까지 이모, 삼촌으로서 도움을 주자는 취지도 있지만 전직원이 순직자 유가족을 기억하자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100원의 기적'은 지난달 처음으로 시행됐다. 원천징수로 모금된 금액은 약 3300만원으로 당초 예상한 모금액을 크게 웃돌았다. 참수리사랑에 개별 입금한 모금액까지 더해지면 최종 모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남은 모금액은 위험 직무 순직 경찰뿐 아니라 전체 순직자의 미성년 자녀에게 균등 지급할 계획이다.
순직 경찰 유가족을 위한 지원은 공무원연금공단, 국가보훈처, 경찰청 등에 이미 마련돼 있다. 하지만 김 경감은 "순직자 유가족을 위해선 '과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복지과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순직, 공상 경찰관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 도움을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관은 범인 검거, 대테러, 주취자 상대와 같이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고 돌발적인 상황 속 짧은 시간 안에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등 부담감이 크다"며 "동료들이 시민의 안전뿐 아니라 본인의 안전도 잘 챙겨서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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