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쓸 곳 많은데 곳간 문 잠가…건전재정 기조 '흔들'[구멍난 나라살림②]
기사내용 요약
경기 불확실성 확대, 복지 수요 증가
국세수입 16조↓…세수 결손 가능성
"세입기반 취약…재정운용계획 차질"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지난해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훌쩍 넘고, 실제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20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국가 재정이 최악의 상태를 나타냈다.
경기 하강 국면에 복지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어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는 가운데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거나 내년도 나라살림을 고민할 때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연초부터 불거진 세수 결손 우려마저 현실화되면 윤석열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일 기획재정부의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윤 정부 첫 해인 지난해 국가채무는 1067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7조원 늘었다. 중앙·지방 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사상 최고치(49.6%)를 넘어 50%를 목전에 뒀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17조원 적자를 기록해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112조원 적자를 넘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여파로 재정 지출이 증가하고, 각종 재정 지표가 악화됐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현금성 복지 정책 등으로 나랏빚이 크게 팽창했다.
윤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결을 달리하는 건전 재정 기조로 전환했다. 방만한 재정 운용을 바로잡고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 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뒀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위해서도 재량 지출을 10% 이상 감축하고, 무분별한 현금성 복지와 부정한 보조금 체계를 들여다보는 등 재정이 허투루 쓰이는 일이 없도록 곳간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 드리운 불황이라는 먹구름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하강 국면으로 접어든 경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가 상반기 고전하다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내수도 언제 활기를 되찾을지 예측이 어렵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데 세수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도 마땅치 않다. 경기 악화와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 침체로 세금이 제대로 걷힐 수 없는 구조적인 어려움으로 재정 운용의 융통성을 발휘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도 세수 결손 가능성이 커진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당초 세입 예산을 잡았던 것보다 세수가 부족할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당초 우리가 세입 예산으로 잡았던 것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커 상반기까지는 세수가 부진한 모습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계 국세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역대 최대 감소폭이자 세수 진도율도 13.5%로 최근 5년 평균인 16.9%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는 올해 걷어야 할 세금을 400조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3월부터 연말까지 작년 수준의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20조원 안팎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재정 당국은 세수 결손에 대응해 올해 세수를 다시 낮춰 잡는 세입 경정을 하거나 추경을 편성해 재정 공백에 대응할 수 있지만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가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정부가 내세운 건전 재정 기조와 배치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긴축 재정 정책과 함께 세법 개정으로 감세 정책까지 펼치면서 중장기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세입 기반이 형성됐다"며 "세금을 다시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 둔화로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정부의 재정 운용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hj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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