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대신한 ETF 잡을 ‘이 상품’… 내가 직접 지수 만드는 ‘다이렉트 인덱싱’
최근 투자자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는 ‘다이렉트 인덱싱(direct indexing)’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 펀드매니저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대신 개인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종목을 고르고 투자 비중을 정해 지수(index)를 만든 뒤 여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수를 직접 꾸려 맞춤형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증권사나 운용사에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어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이미 다이렉트 인덱싱이 상당한 시장을 형성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의 대형 자산 운용사 찰스 슈왑이 지난 2020년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모티프(Motif)에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블랙록, JP모건, 뱅가드, 모닝스타, 프랭클린 템플턴 등 글로벌 운용사들이 앞다퉈 다이렉트 인덱싱 업체를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 두물머리가 지난해 처음 국가·업종·전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 ‘테일러’를 출시했고, 증권사 중에는 NH투자증권이 처음 국내 주식으로 인덱스를 만들어 투자할 수 있는 ‘NH다이렉트인덱싱’을 내놓았다. 투자 종목 수와 최소 투자금액을 설정한 뒤 투자자가 직접 원하는 종목을 편입하고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형식이다.
KB자산운용도 ‘마이포트(Myport)’라는 이름의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개발했다. 우리나라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을 실적과 배당, 주가 순자산 비율(PBR) 등 다양한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한화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 개발을 검토 중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다이렉트 인덱싱은 기성복이 아니라 맞춤형 정장을 입는 것과 같다. 시장에 상장된 ETF의 경우 거래 비용이 높은 펀드의 한계는 보완했지만, 이 역시 금융사가 만든 기성품이기 때문에 구성 종목이나 비중이 모든 투자자 입맛을 100% 맞출 수 없다. 반면 다이렉트 인덱싱은 전문 운용역이 고른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배분받는 펀드 투자와 달리 투자자가 직접 지수를 구성한 뒤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고, 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운용(지수를 따르는 간접투자) 또한 내 계좌에서 바로 이뤄진다.
다이렉트 인덱싱의 장점은 펀드나 ETF 투자와 비교해보면 쉽다. 예를 들어 ETF에 투자한 경우, 해당 ETF를 구성하는 상장사 중 하나가 예상치 못한 사태에 휘말려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면 전체 ETF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이렉트 인덱싱 투자자라면 본인이 구성한 지수 중 문제가 된 종목을 바로 제외하거나,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투자 비중을 확대할 수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가 등장한 이후 펀드 시장이 급격하게 침체됐는데, ETF의 한계를 보완한 것이 바로 다이렉트 인덱싱”이라며 “펀드를 상당 부분 대체한 것이 ETF였다면, 다이렉트 인덱싱이 앞으로 ETF를 대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는 2025년 이후에는 절세 상품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에서 발생한 합산 소득이 연간 5000만원 이상일 경우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다이렉트 인덱싱을 활용하면 연간 금융투자 수익을 5000만원 이하로 조절할 수 있다. 구태윤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 부부장은 “지수 구성 종목 중 손실을 본 종목만 골라서 매도하면 총수익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절세에 대응하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다이렉트 인덱싱이 앞으로 중요한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식 매매 수수료가 계속 낮아지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의 직접투자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면서 펀드와 같은 전통적인 금융상품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다이렉트 인덱싱 수수료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에 대해 약정금액 기준 연 50bp의 수수료(3개월 후취·유관기관 수수료 별도)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다이렉트 인덱싱에 대한 투자는 펀드가 아니라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같이 과세된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이 그대로 적용된다. 한 프라이빗뱅커(PB)는 “ETF는 펀드이기 때문에 대주주 요건에서 제외되는데, 다이렉 인덱싱은 개별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라 대주주에 해당돼 자산가 입장에서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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