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연 10% 준다더니 실제는 1%… 저축은행 고금리 미끼상품 기승
금융 당국 “실태 조사 후 제도 개선할 방침”
저축은행 경쟁력 향상 위해 상품 쇄신 필요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 중인 강모(33)씨는 최근 목돈을 모으기 위해 최고금리가 8%라는 광고를 보고 적금에 가입했다. 하지만 실제 강씨가 받을 수 있는 금리는 2%대에 불과했다. 가입 이전 6개월간 카드 사용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우대 금리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8%라는 최고금리는 과장 광고하는 반면 우대 금리 조건은 설명서에 복잡하게 기재돼 있어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이 고금리 적금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유치하지만, 실제 소비자가 받는 이자 혜택은 광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이 내세운 우대 금리를 받기 위해 고객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최고금리가 연 5%를 넘는 저축은행 적금상품은 총 12개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정기적금 평균금리가 3.45%인 것을 고려하면 이런 상품은 고금리 상품으로 여겨진다.
다만 대부분 고금리 상품은 까다로운 우대조건을 달성해야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었다. 12개 상품 중 우대조건을 제외하면 기본금리가 1~2%대에 그치는 상품은 8개였다. 우대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저축은행 정기적금 평균금리보다도 금리가 낮았다.
저축은행에서 가장 높은 이자를 주는 정기적금 상품은 웰컴저축은행의 ‘웰뱅워킹적금’으로 연 최고 10.00%의 금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우대 금리 조건을 따져 보니 실제 금리는 1.00%에 불과했다. 이 적금의 경우 9%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1년간 500만보 이상을 걸어야 했다.
같은 은행의 ‘웰뱅 든든적금’의 경우 우량 신용자는 혜택을 받는 게 불가능한 구조다. 이 상품은 연 최고 6.00%의 금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신용평점에 따라 ▲1~350점은 3.0%포인트 ▲350~650점은 2.0%포인트 ▲650~850점은 1.0%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각각 제공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전 국민 중 신용점수 350점 미만인 사람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혜택을 받는 사람이 극소수인 것이다.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적금도 있었다. 한화저축은행의 ‘라이프플러스 정기적금’은 연 최고 6.30%의 금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우대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적금 가입일 이후 ‘캐롯손해보험’ 자동차보험을 가입기간 1년, 30만원 이상 보험금으로 신규 가입해 만기 시까지 보험계약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우리E음플러스정기적금’은 연 최고 8.00%의 금리를 적용하는데, 다만 가입 한도가 30만원 이하인 데다 우리카드를 신규발급 후 일정 기간과 금액 이상의 실적을 유지해야 3.00%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금융 당국은 예적금 가입 시 우대 금리 지급조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높은 우대 금리에만 이끌려 계약할 경우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며 “최근 새로운 유형으로 우대 금리 조건을 부과하는데 달성 가능성을 사전에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우대 금리 적용과 관련해 금융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큰 금융상품에 대해 현장 검사를 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끼 상품 실태를 좀 더 파악하기 위해서 현장점검을 계획하고 있다”며 “실태 파악 후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관련 부서와 협의해 제도를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정기적금 금리는 하락하는 만큼 저축은행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상품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적금 평균금리는 지난 7일 기준 3.45%다. 지난해 말 3.69%였던 평균금리가 3개월 만에 0.24%포인트 하락했다.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가 하향 안정화함에 따라 예‧적금 금리 역시 하향 조정될 것으로 관측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가파른 기준금리 상승으로 저축은행에서 너도나도 높은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았고 이런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예적금 금리가 계속해서 하락하는 만큼,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는 미끼상품이 아닌 경쟁력 있는 상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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