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유가, 연준 발목 잡나

송경재 2023. 4. 9.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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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가 2일(현지시간) 전격적인 감산에 나서 지난주 유가가 6% 오른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행보가 더 꼬일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22일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워싱턴 연준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이른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2일(이하 현지시간) 전격적인 감산을 단행하면서 유가가 다시 뛰고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역시 갈피를 잡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유가는 6일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가 전일비 배럴당 0.13달러(0.2%) 내린 84.86달러, 미국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0.14달러(0.2%) 밀린 80.47달러로 마감하는 등 소폭 내렸지만 2일 감산 이후 6% 넘게 뛰었다.

비록 감산보다 미국의 고용둔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고조되며 유가가 하락하기는 했지만 다시 고유가 시대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배럴당 100달러 유가 시대가 임박했다는 분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인플레이션 들썩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뛰기 시작한 유가는 세계 경제가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석유수요 증가와 맞물려 에너지 가격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고,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역시 급격히 뛰었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6월 전년동월비 9.1% 폭등해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이에 따라 연준은 급격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후 유가가 안정을 찾고, 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도 떨어지기 시작해 2월 CPI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6%로 낮아졌다.

에너지 가격이 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5%로 2월에는 1년 전보다 5%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해 6월 41.3% 상승률에 비해 대폭 낮아졌다.

그렇지만 하락하던 유가는 2일 감산결정 뒤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고, 다시 인플레이션에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8일 CNN에 따르면 미 주유소 기름값이 벌써 들썩이고 있다.

근원물가도 위험

이코노미스트들은 유가 상승이 단순히 기름 값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물가지수인 근원물가지수도 끌어올린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름 값 상승이 단기에 그치면 문제가 없겠지만 한동안 고공행진을 지속하면 결국 다른 물가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웰스파고 선임이코노미스트 새라 하우스는 “연준은 OPEC의 결정을 주로 지정학적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재화 생산비와 운송비에 충격을 줄 것”이라면서 “결국 유가 상승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서 좀 더 관심을 받는 핵심(근원) 요소에도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례로 물병, 전선, 옷감 등 거의 모든 일상 화학제품을 만들 때 쓰는 플라스틱 수지는 원유에서 추출된다. 또 유가 상승으로 항공유 가격이 오르면 항공권 가격도 덩달아 뛴다.

경기침체 위험

고유가는 미 경제활동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이 기름값 외에 다른 지출에 쓸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른바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셈이다.

미 고용 둔화 속에 최근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들기 시작한 가운데 고유가 충격까지 더해지면 소비는 급격히 위축될 수도 있다.

지난해 6월 미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찍자 소비심리가 바닥을 찍기도 했다. 미시건대 소비심리지수는 당시 사상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노던트러스트코퍼레이션 수석이코노미스트 칼 태넌바움은 “에너지가격은 사람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좌우하는 매우 강력한 요소”라면서 “아직까지는 (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 소비심리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주유소 휘발유 값이 4달러를 넘어서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비자들이 움츠러들면 미 경제는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고유가에 따른 높은 인플레이션, 소비 감퇴에 따른 경기침체라는 엇갈린 흐름 속에 연준이 1970년대 오일쇼크로 비롯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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