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태 "'오징어 게임', 인생 바꾸게 된 계기" [인터뷰]
다수의 작품서 악역 소화한 비결
그의 인생 터닝포인트는 '오징어 게임'
배우 허성태의 이력은 다소 특별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돌연 연기자가 됐다. 긴 세월 동안 무명 배우였던 그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주연작을 선보이게 됐다.
최근 허성태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쿠팡플레이 '미끼'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끼'는 사상 최악의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죽음 뒤로 숨어버린 이를 추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중 허성태는 다단계 금융사기의 대부이자 절대 악을 상징하는 인물인 노상천을 연기했다.
앞서 다양한 예능을 통해 허성태는 특유의 소심하고 여린 모습을 보였던 터다. 이날 인터뷰 역시 다소 경직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만났다. 허성태는 "지금 보시는 대로 처음 뵙는 분들에게 낯을 가린다. 저는 약간 '찐따'"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가 그간 맡아온 '오징어 게임' '붉은 단심' '카지노' 그리고 '미끼' 등의 캐릭터와 전혀 다른 성격이란다. 어떻게 그 간극을 극복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연기적으로 모든 이들에게 다양한 모습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누가 가족을 해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 센 모습이 있을 것"이라면서 "많은 이들이 내게 '이런 분인 줄 몰랐다'고 말하더라. 그래도 예능에서 이런 내성적인 모습들이 보여진 후의 온도 차이를 좋아하더라. 예능에서는 가식을 떨어도 다 알게 된다. 저는 그렇게 하기도 싫고 그렇게 할 수 없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지금의 허성태가 있기까지는 무수한 역경들이 존재했다. 잘 알려졌듯 대기업에 다니던 중 SBS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게 됐고 60여 편의 단편영화에 출연한 후 '밀정'에서 임팩트를 남겨 주목을 받았다. 당시를 떠올린 허성태는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무모하게 결정을 내렸다. 정말 목숨을 걸고 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작품을 거쳐 '다작의 아이콘'이 된 허성태를 설명하는 것은 딱 세 작품이다. 세 작품 모두 OTT 오리지널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먼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그에게 전성기를 가져다주었다. 특유의 진한 연기로 '빌런' 역할을 톡톡히 해낸 허성태는 그야말로 인생의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했다. 이후 디즈니플러스 '카지노'에서 최민식에 맞서는 인물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불어일으켰다. 뒤이어 쿠팡플레이 '미끼'로 첫 주연작을 선보이게 됐다. 영화 '놈놈놈' '올드보이' '해바라기'를 보며 연기를 연습하던 남자는 이제 첫 주연 드라마를 대중에게 내세우는 위치에 다다른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인생을 확 바뀌게 해준 계기가 됐어요. 황동혁 감독님에게 너무나 감사하죠. 또 '카지노'는 민식 선배님을 만나게 해준 감사한 작품이에요. 그리고 '미끼'는 참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으로 대작 드라마의 주연 타이틀을 맡게 됐거든요. 지금도 조마조마합니다."
이어 허성태는 자신과 함께 호흡한 배우들을 언급했다. 먼저 '미끼'로 만난 장근석을 두고 "상대와 잘 맞는 배우다. 일반인일 때부터 어린 친구다. 정말 에너지가 강하다. 많이 놀랐다. 이제 상남자가 됐다. 제가 배우가 아닌 일반인일 때 동경했거나 작품으로 만나는 배우들을 만나면 항상 설레고 또 신기한 마음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애정하는 배우는 송강호다. 송강호를 향해 남다른 팬심을 드러낸 허성태는 "색다른 연기로 시작한 후 점점 농익어졌다. 특유의 웃음코드가 있다. 상해에서 두 달 같이 살았을 때 제 마음이 충분히 전달됐다"고 전하며 웃었다.
다수의 작품에서 주로 악역을 맡았던 허성태에게는 늘 적지 않은 고민이 함께 한단다. 비슷한 캐릭터와 연기를 보인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댓글 때문이다. 매번 다르게 변화를 주지만 보는 이들에게 전달되지 않음을 고민하고 또 반성하는 중이다. 특히 '오징어게임' 이후 악플을 일부러 찾아볼 정도로 다른 의견들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됐다. "'똑같네'라는 반응을 보면서 저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저만의 변화가 전달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됐죠. 제 악역의 강점은 지저분하다는 점입니다. 원 없이 악역을 했어요. 오는 작품 중에서 제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거절하기도 해요. 이 가운데 '미끼'는 오랜 기간 인물이 변화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컸습니다. 노상천의 서사를 만드는 것이 정말 재밌었습니다."
비슷한 결의 인물을 연이어 하게 되면서 주변의 우려도 제법 크다고 밝힌 허성태는 "저도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그럴 때 고마운 감독님들을 만났다. '아다마스' 감독님이 허성태 연기를 봤을 때 충분히 이런 역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전 사실 악역을 하고 나면 오그라든다. 하고 나면 참 힘들다"고 고백했다.
허성태가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땐 오디션 시스템조차 몰랐을 정도였단다. "연예계에서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었습니다. 오디션을 봐야 하는 것도 몰랐으니까요. 처음엔 아무도 저를 봐주지도 않았죠. 바닥에서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들 때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를 꾸준히, 또 지금의 자리까지 만든 것은 카메라 앞에 서는 즐거움 때문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좌절을 겪으면서도 그가 가졌던 연기에 대한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허성태는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연기를 반대했던 어머니에게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그의 자랑이다. 어머니에 대한 효심을 드러낸 허성태는 "지금까지 어머니에게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어머니가 계속 기뻐하셨고 저도 계속 성장하는 단계를 더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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