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머니카페] 尹 특명 받은 이복현, 5월 'K증권' 동남풍 부를까
미래에셋·한투證, 인니 영업 강화하고 싱가포르 IR
"왜 하필 지금"···일각선 섣부른 정부 주도 투자 우려
글로벌 투자은행도 휘청거리는 요즘, 우리 정부가 역으로 금융 회사들에 해외 진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국민들만 상대로 수수료·이자 장사만 하지 말고 해외에서 신규 수익을 창출하라는 주문인데요. 대통령부터 불호령을 떨어뜨리니 우리 기업들도 슬슬 성과를 만들어낼 준비을 하고 있습니다.
선봉에 선 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아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입니다. 5월 6개 금융 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 출장을 떠난다고 하는데요. 이 원장이 어느 금융 회사와 함께 하는지, 주로 어떤 성과가 예상되는지 선데이 머니카페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다음달 8~12일 인도네시아·싱가포르를 방문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권 전반의 내수 위주 수익 구조를 질타한 영향이 있어 뵈는데요.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 회사들의 과점적 지위를 지적하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이 원장이 직접 국내 금융 회사들에 새 수익의 물꼬를 터주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이 원장이 해외 출장을 가게 되면 이는 지난해 9월 스위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최고위급(GHOS) 회의 참석 이후 두 번째입니다. 이번 출장에는 윤종규 KB금융(105560)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원종규 코리안리(003690) 사장, 홍원학 삼성화재(000810)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출장에서 가장 핵심 국가는 인도네시아입니다. 인도네시아는 2억 7000만 명이 넘는 인구 대국인 데다 글로벌 투자 자금 유치에 적극 나서는 나라인 만큼 한국 증권사들에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는데요. 인도네시아는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연대 구상’ 추진을 위한 핵심 협력 국가로도 분류됩니다. 아직까지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증권사들의 현지 수익은 미미한 편인데요. 금감원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6개 증권사가 총 9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한·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올 1월 17일 ‘금융회사 및 핀테크사 인도네시아 진출 지원 설명회’, 2월 3일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대사 초청 간담회’, 2월 20일 ‘한·인니 금융 협력 공동 비즈니스 포럼’을 잇따라 개최하며 양국 교류의 초석을 놓은 상태입니다. 지난달 20일 포럼에서는 마헨드라 시레가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청장까지 참석해 국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해외사업 담당 임원 70여 명에게 현지 금융산업 발전과 감독제도 현황을 소개했습니다. 이 원장도 당시 마헨드라 청장과 별도의 면담을 갖고 상반기 안에 감독 역량·협력 강화를 위한 상호 파견 근무 협약을 체결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 원장이 이번 출장 기간에 관련 협약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이 원장은 현지에서 동남아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들과 두루 만나 현지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국내 증권사들을 적극 연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현지에 진출한 법인들의 활동 반경부터 넓히고 추후 증권·은행·보험을 막론한 다른 기업들의 추가 상륙까지 이끌어낼 것으로도 기대됩니다.
이 원장과 함께 하는 미래에셋증권의 최 회장과 한국투자증권의 정 사장도 인도네시아에서 기존 사업의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현지 기관투자가들과 전략적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인도네시아 현지에 사업 뿌리를 이미 깊게 내린 기업으로 꼽히는데요.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인도네시아 법인이 현지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다. 주식 거래액은 지난해 말 기준 591조 루피아(약 51조 원)에 이르고 거래 빈도와 거래량도 최근 3년간 인도네시아 증권사 가운데 최대 규모를 기록 중입니다. 지난달 30일에는 인도네시아 뉴스 포털 ‘와르타 이코노미’가 주최하는 ‘디지털 혁신 어워드’에서 증권사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도 인도네시아에서 4개 지점, 16개 영업소를 운영하며 거점 확대에 공을 들이는 회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고객 접점을 확장한 덕분에 지난해에만 현지 주식 약정액을 42% 더 늘렸습니다. 올해에는 디지털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온라인 개인 고객을 추가하고 신규 사업을 추가할 방침입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도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비즈니스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고요.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싱가포르에서는 최 회장, 정 사장 등 최고경영자(CEO)들이 기관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에 나섭니다. 이 원장과 함께 한국 금융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해외 자금 유치를 추진하는 자리입니다.
다만 모든 금융투자 회사들이 정부의 해외 진출 독려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슴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국면에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해외 사업을 정부의 의지만 보고 무작정 확대하기가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 국면, 부족한 현지 인재, 부실한 자본시장 기반, 당국 규제 등 현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이유에서죠. 실제로 KB금융지주의 경우는 2018년 국민은행을 통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인수했다가 8000억 원 이상을 투입하고도 아직 정상화에 성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국내 14개 증권사 CEO들도 3월 2일 이 원장과의 간담회에서 “해외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의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 바 있고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향’ 세미나에서 기조 발표자로 나서 “국내 자본시장의 외형적 성장에도 예금 중심의 가계 금융자산 구조, 글로벌 경쟁력 부족, 낡은 자본시장 인프라와 규제 등 한계 요인이 여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해외 진출 관련 규제를 개선해 10년 안에 아시아 3대 증권사를 배출해야 한다”고도 역설했습니다.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에 앞서 정부가 선행조건을 해소해줘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대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우리 금융투자 회사들이 세계 무대의 주역이 된다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정부는 ‘한국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더 이상 공허한 구호로만 남겨놓지 않을 생각”이라고 단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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