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벌금 못 내”…2023년판 ‘장발장’ 급증

진선민 2023. 4. 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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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확산으로 노역장 유치가 중단되면서 5백만 원 이하의 소액 벌금 미납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벌금형을 선고 받았지만 생계가 어려워 이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 대한 지명수배가 재개되면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진선민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이 40대 남성은 10년 가까이 택배 일을 했습니다.

지난해 소속 회사를 바꾸는 사이, 일을 쉴 수 없어 잠시 자가용 배송을 하다 단속에 걸렸습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유죄,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영업용 번호판을 신청하고) 구청에서 임시허가증 나오기 전까지는 단속 걸리면 걸리는 대로 그만큼 벌금이 다 나오는 거예요."]

연체된 빚이 이미 억대여서 두 달 가까이 벌금을 내지 못했다가 지명수배 예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A 씨/음성변조 : "불심검문 당해가지고 만약에 수배가 떨어져 있다, 그럼 바로 이제 끌려가는 거죠."]

40대 김 모 씨도 벌금 100만 원을 못 내고 있습니다.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난 후,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돈을 마련 못 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5백만 원 이하 소액 벌금을 미납한 지명수배 대상자는 최근 3년 새, 거의 두 배가 됐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여 전부터 노역장 유치가 중단되면서 미납자들이 누적된 탓입니다.

[김 모 씨 : "제가 농협 계좌가 검찰청에서 압류했더라고요. 이게 (아이들) 스쿨뱅킹이라는 게 다 농협이거든요."]

일상이 마비되지 않으려면 빚 내서 벌금부터 내야 하지만, 저소득, 저신용이어서 대출 문턱도 못 넘습니다.

[김 모 씨 : "누가 선뜻 서류만 받고 100~200만 원 누가 빌려줘요 그거를. 아이 두 명을 놔두고 (잡혀) 갈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안 되니까."]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유일한 곳은 민간 단체인 '장발장 은행'.

서류 심사를 거쳐 최대 300만 원까지 대출해줍니다.

이곳에도 매달 30건 안팎이던 대출 신청이 지명수배가 재개된 지난달 이후 두 배 가량 늘었습니다.

[오창익/장발장 은행 대출심사위원 : "제도 개혁은 되지 않고 벌금을 내지 못해서 감옥에 가는 사람들은 일 년에 수만 명이 되고 이런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벌금 낼 돈도 없고, 당장 수감될 수도 없는 형편의 현대판 장발장들.

좀 더 체계적인 구제 방안은 없을지 고민해 볼 때입니다.

KBS 뉴스 진선민입니다.

촬영기자:한창희 정준희/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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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민 기자 (j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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