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온난화로 메이저리그 홈런 늘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3. 4. 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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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오르면서 공기 밀도 떨어져 비거리 늘어
2010년 이래 온난화로 매년 홈런 58개 증가
온난화 심해지면 2100년에는 467개 늘 수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홈런 1위 기록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배리 본즈가 2001년 시즌에 세운 73개이다. 사진은 본즈가 홈런을 치는 모습./위키미디어

지구온난화가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에서 홈런을 더 늘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공기 밀도가 떨어져 야구공이 저항을 덜 받고 멀리 날아간다는 것이다.

미국 다트머스대 지리학과의 저스틴 맨킨(Justin Mankin) 교수 연구진은 8일 국제 학술지 ‘미국 기상학회보’에 “메이저리그의 통계와 기상관측 기록을 분석한 결과, 2010년 이래 온난화로 시즌마다 홈런이 58개씩 더 나왔다”고 밝혔다.

◇온난화 추세와 홈런 증가 일치

연구진은 1962년부터 2019년까지 메이저리그 10만여 경기에서 나온 홈런과 당시 기온을 경기장, 고도별로 조사했다. 타격에 미치는 영향을 다른 요인을 배제하기 위해 2015년 이래 22만 건 이상의 타격 장면을 초고속 카메라로 찍은 영상도 분석했다.

메이저리그는 2015년부터 스탯캐스트(Statcast)라는 투구 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탯캐스트는 기존 투수의 구속, 회전수, 궤적 정보뿐 아니라 타구의 궤적, 발사속도, 발사각까지 제공했다.

온난화와 홈런 수 추이. 1962~2019년 경기 당 홈런 수 추이(A)와 같은 시기 야구구장의 최고 기온 추이(B), 야구장의 공기 밀도 추이(C). 기온이 오르면 공기 밀도가 떨어지고 홈런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연구진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는 1962~1995년 홈런 수를 감소시켰다가, 2010~2019년에는 홈런을 500개 이상 늘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홈런 감소는 당시 스모그로 인해 발생한 에어로졸(aerosol, 공기 중 미립자)이 햇빛을 반사해 기온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기온이 오르자 홈런도 늘었다는 것이다.

2010년 이후 10년간 6만5300여 개의 홈런이 나왔는데 이 중 0.8%에 해당하는 500여 개가 온난화가 유발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분석 결과 돔구장이 아닌 야구장에서 기온이 섭씨 1도 오르면 경기당 홈런 수가 1.96% 늘었다. 기온이 높은 오후에 경기가 진행되면 2.4%까지 높아지고, 야간경기는 1.7%로 떨어졌다. 2010년 이래 메이저리그에서 나온 홈런 중 577개는 온난화로 비거리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탄소 배출 지속하면 홈런 폭증

이번 연구는 일상에서 온난화의 영향을 체감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미 국립대기연구센터의 제럴드 밀(Gerald Meehl) 박사는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얼마나 많은 곳에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줬다”며 “많은 사람들이 야구에 대해 진지하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이전에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홈런 폭증으로 고민에 빠졌다. 경기가 홈런에 좌우되자 보는 재미가 떨어져 팬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지난 40년 동안 경기당 홈런이 34% 늘었다. 2015~2019년 매년 홈런이 350개씩 늘었다.

메이저리그는 홈런 증가는 타자들의 타격 실력 향상 덕분이라고 본다. 미국 일리노이대 물리학과의 앨런 네이선(Alan Nathan) 교수는 지난 2018년 메이저리그의 의뢰를 받고 홈런 증가 원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타자들이 이전보다 공을 더 높은 각도로 강하게 친 것으로 나타났다. 타격 실력 향상이 홈런을 늘렸다는 말이다.

최악의 탄소 배출 시나리오(SSP5-8.5)라면 2100년에는 기온 상승으로 한 해 홈런이 467개까지 더 나올 수 있다고 추산됐다. 가장 낮은 수준의 시나리오(SSP1-2.6)라도 130개는 더 나온다는 것이다./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하지만 다트머스대의 맨킨 교수는 “지금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적지만, 온난화가 계속되면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가 메이저리그의 위기를 가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최악의 탄소 배출 시나리오라면 2100년에는 기온 상승으로 한 해 홈런이 467개까지 더 나올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최근 홈런 폭증기의 수치를 능가한다. 가장 낮은 수준의 시나리오라도 130개는 더 나온다는 것이다.

맨킨 교수는 “온난화가 지금처럼 계속되면 메이저리그가 앞으로 경기장을 더 많이 가리고 야간경기도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 A&M대의 운동학·스포츠경영학과 교수인 브라이언 맥컬로프(Brian McCullough) 교수는 영국 뉴사이언티스트지에 “점수와 별도로 고온은 선수와 경기장 관리 직원, 관중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며 “기후변화가 우리 스포츠에 영향을 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2023), DOI: https://doi.org/10.1175/BAMS-D-22-0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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