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운 죽음' 기댈 곳 호스피스뿐인데…줄줄이 '폐업'
죽기 직전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겠단 뜻을 밝힌 사람은 164만 여명. 이렇게 인간다운 죽음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게 필요한 호스피스들은 적자에 허덕이거나 문을 닫고 있습니다.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예순 여섯 박주찬씨는 지난 4년간 암세포에 맞서기 위해 64번 방사선 치료를 견뎠습니다.
[차명분/고 박주찬 씨 부인 : 토하고 쓰러지고 막 기어다니다가 조금 일어날 만하면 항암하고.]
온 몸으로 암이 퍼진 지난 겨울 치료를 멈췄고, 호스피스에 들어와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 박주찬 씨/소세포폐암 환자 : (우리 아내가) 이렇게 고마운 사람인 줄 몰랐어요. 고맙고, 이런 천사가 없다는 거…]
부인은 고통스러운 치료를 붙잡아온 날들이 원망스럽습니다.
[차명분/고 박주찬 씨 부인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그렇게 고생 안 시켰을 건데.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곳이 이곳이라고 생각해요.]
박 씨는 지난달 이곳에서 가족들에 둘러싸여 숨을 거뒀습니다.
지난주 정부 발표에 따르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단 의향서를 쓴 사람이 164만명을 넘겼습니다.
이들 다수가 호스피스에서의 마지막을 희망합니다.
호스피스에선 투석이나 방사선 같은 적극적 치료를 멈추고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종교인이 함께 환자의 마지막을 돌봅니다.
[김대균/인천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장 : 여러 직종들의 접근을 통해 시너지 효과가 나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환자의 통증이 줄어들죠. 요양병원은 그런 접근은 어려운 게 현실이고요.]
하지만 박씨와 같은 말기암 환자를 받는 국내 호스피스 전문 기관은 107곳.
입원 병상수는 1500여개로 호스피스 대상 질환 사망자의 20% 정도만 거쳐갑니다.
[정극규/동백성루카병원 진료원장 :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요. 그러니까 대형병원에서는 안 하죠. (정부가 지원하는데) 왜 적자가 났느냐 그러면 임금이 안 맞아요.]
국내 호스피스에 입원할 수 있는 암 환자들은 요양급여의 5%까지만 부담하다 보니 다양한 돌봄을 위한 추가 비용은 병원이 떠안게 되는 구조입니다.
실제 최근 3년 사이 호스피스 전문기관 6곳이 폐업했습니다.
롯데의료재단도 사회공헌을 내걸며 호스피스 센터를 운영했지만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문을 닫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호스피스 보조인력 수가와 보조금을 현실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VJ : 장지훈·김민재 / 영상디자인 : 신하림·신하경 / 인턴기자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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