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탈삼진 아티스트' ATL 스트라이더의 시대가 온다

이창섭 2023. 4. 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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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펜서 스트라이더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는 탈삼진의 시대다. 투수들의 구속 상승과 다양한 변화구, 불펜 야구의 활성화가 이루어지면서 탈삼진이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 타자들이 '모 아니면 도'식의 홈런 스윙으로 응수하며 한층 더 탄력을 받았다.

실제로 리그 9이닝 당 탈삼진 수는 2005년부터 2021년까지 17년 연속 늘었다. 단축 시즌이었던 2020년 9.07개를 제외하면 2021년 8.9개는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이다. 끝을 모르고 치솟은 상승 곡선은 지난해 살짝 내려왔다. 하지만 2022년 8.53개도 2018년과 더불어 단일 시즌 공동 3위에 해당한다(2위 2019년 8.88개). 이번 시즌은 현재 8.7개의 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탈삼진의 시대에 탈삼진으로 무장한 투수가 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우완투수 스펜서 스트라이더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데뷔한 스트라이더는 최근 2년간 9이닝 당 탈삼진 수가 무려 13.88개에 달한다. 같은 기간 140이닝 이상 던진 투수 80명 중 압도적인 1위다.

13.88 - 스펜서 스트라이더

11.98 - 오타니 쇼헤이

11.98 - 카를로스 로돈

11.66 - 게릿 콜

스트라이더는 2020년 드래프트 4라운드에 지명됐다. 그 해 드래프트는 코로나19 여파로 5라운드까지만 축소 진행됐다. 애틀랜타는 투수 세 명을 뽑았는데, 그 중 한 명이 스트라이더였다. 드래프트 때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스트라이더는, 이듬해 마이너리그 4개 레벨을 초고속으로 거친 뒤 메이저리그에 올라왔다. 한 시즌 5개 레벨을 경험하는 건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스트라이더의 가능성을 확인한 애틀랜타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개막전 로스터에 스트라이더를 포함시켰다. 스트라이더의 역할은 불펜 혹은 6번째 선발이었다.

애틀랜타는 스트라이더를 1이닝 불펜으로 쓰지 않았다. 멀티이닝을 맡겨 언제든지 선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대비했다. 스트라이더는 불펜 11경기에서 24⅓이닝 37탈삼진으로 무시무시한 구위를 뽐냈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5선발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5월 3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원정에서 첫 선발 등판을 가진 스트라이더는, 6월 11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맞대결에서 5⅔이닝 8탈삼진 무실점으로 선발 첫 승을 신고했다. 질주의 시작이었다.

상대 타자들은 스트라이더의 폭발적인 구위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압권은 9월 2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이었다. 이 날 스트라이더는 8이닝 16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달성했다. 정규 이닝 애틀랜타 투수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이었다(1952년 워렌 스판은 15이닝 18탈삼진). 심지어 스트라이더는 볼넷도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신인 투수가 볼넷 없이 삼진 16개를 쓸어담은 건 1984년 드와이튼 구든(2차례) 1998년 케리 우드, 2016년 존 그레이에 이어 스트라이더가 5번째였다. 이 가운데 우드만이 스트라이더보다 많은 탈삼진 20개를 기록했다.

스트라이더는 투 피치 투수다.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지만,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비중이 도합 95% 이상이다. 가장 자신 있는 공은 포심이다. 지난해 포심 평균 구속 98.2마일은 샌디 알칸타라(98마일)를 뛰어 넘는 선발 1위다(130이닝 이상). 포심 비중 67% 역시 카를로스 로돈(61.2%)보다 높은 1위였다. 포심의, 포심에 의한, 포심을 위한 투수였다.

아무리 강력한 포심이라고 해도 포심만 던져서는 메이저리그 타자를 제압할 수 없다. 스트라이더 포심의 단짝은 슬라이더였다. 날카롭게 꽂히는 슬라이더는 헛스윙률이 52.2%였다. 슬라이더로 상대한 타석 수가 100타석이 넘어가는 선발 투수 중 헛스윙률 2위였다. 유일하게 스트라이더 슬라이더의 헛스윙률을 능가한 투수는 제이콥 디그롬이었다(53.8%).

9월 19일 스트라이더는 또 하나의 탈삼진 역사를 세웠다. 시즌 130이닝 만에 200탈삼진을 돌파한 것. 이는 단일 시즌 최소 이닝 200탈삼진으로, 스트라이더가 뒤로 밀어낸 선수는 2001년 랜디 존슨이었다. 당시 존슨은 200탈삼진까지 130⅔이닝이 걸렸다(2019년 게릿 콜 133⅓이닝 200탈삼진).

거침없이 내달리던 스트라이더를 멈춰 세운 건 부상이었다. 스트라이더는 왼쪽 옆구리 부상을 당하면서 탈삼진 수집이 중단됐다. 하지만 애틀랜타는 선발진의 주축으로 거듭난 스트라이더를 포스트시즌 로스터에서 제외할 수 없었다. 스트라이더는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부상 복귀전을 가졌지만, 2⅓이닝 5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희비가 엇갈린 스트라이더는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2위를 차지했다(11승5패 ERA 2.67 131⅔이닝 202탈삼진). 1위는 동료 마이클 해리스 2세였다. 해리스는 1위표 22장, 스트라이더는 8장을 가져왔다. 만약 스트라이더가 규정 이닝을 충족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도 있다. 한편 팀 동료가 신인왕 투표에서 1,2위를 나눠가진 건 2011년 이후 처음이었다. 2011년 팀 역시 애틀랜타였다(1위 크렉 킴브럴, 2위 프레디 프리먼).

라이브볼 시대 이후 신인 최다 탈삼진

276 - 드와이트 구든 (1984)

245 - 허브 스코어 (1955)

236 - 노모 히데오 (1995)

233 - 케리 우드 (1998)

221 - 다르빗슈 유 (2012)

야구로 바쁜 시간을 보낸 스트라이더는 오프시즌 스포츠와 잠시 거리를 뒀다. NFL 클리블랜드 브라운스를 응원하지만, 경기를 거의 챙겨보지 않았다. 스포츠 외 다른 취미 생활을 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랬고, 11월에는 고교 시절부터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다. 야구 커리어의 새로운 페이지가 시작된 시점에 인생의 새로운 막도 열린 것이다.

올해도 스트라이더의 탈삼진 사랑은 이어지고 있다. 첫 등판과 두 번째 등판에서 각각 9개씩 추가해 11이닝 만에 삼진 18개를 잡아냈다. 현재 내셔널리그 1위에 해당한다(로건 웹 16개).

탈삼진 능력은 입증한 스트라이더의 이번 시즌 목표는 규정이닝 진입이다. 강하게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는 필연적으로 부상에 대한 우려가 따른다. 키가 183cm로 언더사이즈 투수인 스트라이더도 이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다. 탈삼진은 눈을 즐겁게 하지만, 내구성이 떨어지면 눈에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스트라이더 역시 주변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다.

스트라이더의 또 다른 고민은 서드피치다. 규정이닝을 충족하려면 건강해야 될 뿐만 아니라 이닝이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스트라이더는 포심과 슬라이더가 플러스 구종이지만, 결국 체인지업을 통한 레퍼토리 확장을 해내야 더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용이하다. 스트라이더는 "카운트를 처리할 수 없는 구종은 던지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안정성과 롱런을 위해서는 체인지업 개발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탈삼진의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투수의 등장. 지난해 스트라이더가 선보인 탈삼진 능력은 분명 차원이 달랐다. 탈삼진의 신세계가 어디일지 궁금하다면, 스트라이더의 피칭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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