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2만원인데 줄 섰다…SNS서 가장 '핫'한 이곳
2만4000원 디올 '별' 심볼 라떼아트 인기
허름한 골목과는 다르게 고풍스럽고 화려한 '유리 온실'을 연상시키는 외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에서 '인증샷 명당'으로 자리 잡은 은빛 건물. '크리스챤 디올(Dior)'이 지난해 5월 서울 성수동 한복판에 선보인 콘셉트 스토어 '디올 성수'가 그 주인공이다.
성수동은 서울 내에서도 특히 SNS에서 자주 보이는 맛집, 카페 등이 즐비한 탓에 MZ(밀레니얼+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이 동네 한복판에 자리 잡은 '디올 성수'는 오픈한지 1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이른바 '인생샷'을 건지려 몰려드는 방문객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건물 내부에 들어와 디올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보다, 건물 앞에서 SNS에 올릴 인증샷만 찍고 가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 인근에서 5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김모 씨(55)는 "밤이 되면 이곳 외관이 불이 켜진 채 빛나서 화려하기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선다"며 "실제로 이곳 내부에 들어가는 사람보다 밖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행인을 더 많이 본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 인근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 씨(26)는 "밤이 되면 인플루언서 같이 생긴 사람들, 옷을 굉장히 특이하고 과하게 입은 사람들이 이곳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고 있다"며 "내부에서 뭔가를 구매하지 않고 찍고만 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곳 앞에서 사진을 아예 못 찍게 막으면 사람들이 과연 이렇게까지 많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내부 가이드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방문객들이 디올만의 화려한 외관 인테리어를 가장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면서도 "반짝이는 외관이 성수동 골목의 느낌과는 이질적이고 대조적이지만 그 안에서 잘 어우러져 좋다는 평을 많이 해주신다"고 귀띔했다.
디올 성수 콘셉트스토어는 프랑스 몽테뉴가 30번지에 위치한 브랜드 본사 외관을 그대로 적용해 크리스털 팰리스 건축 양식을 도입해 꾸몄다. 시즌과 컬렉션에 맞춰 컨셉이 바뀌고, 실내는 화려하면서 개방적인 구조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디올 성수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 투어'를 위해선 온라인 사전 예약하고 방문해야 한다. 현장에서 바로 입장을 원할 경우, 평일에도 10~30분은 대기를 걸어둬야 입장이 가능하다. 공간 특성상 한정된 인원만 들어갈 수 있어서다. 주말의 경우 온라인 사전 예약도 불가능한 탓에 1~2시간 웨이팅은 필수다.
내부에서 운영되는 '카페 디올(Cafe Dior)'은 SNS상에서 '디올 커피 인증샷'으로 인기가 뜨겁다. 카페 역시 사전 예약해야만 방문이 가능하다. 7일 낮 12시 10분께 취재진이 방문한 시간에는 운좋게도 워크인(당일 예약)으로 간신히 입장이 가능했다.
카페는 총 5개의 테이블로 한정돼 있었으며, 이용 시간은 1시간으로 제한돼 있었다. 음료는 천천히 즐기기 어렵지만, 사진을 찍는 것에 집중한다면 충분한 시간으로 보인다.
실제로 카페에 자리한 사람들은 카페 내부가 잘 보이게 서로 사진 찍어주기 바쁜 모습이었다. 내부 벽면에는 화려한 미디어월이 장식돼 있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상시켰고, 카페 유리 벽 너머로는 정원으로 가꿔진 듯한 자연 풍경이 보였다.
판매되는 음료의 가격대는 1만8000원~2만4000원으로 호텔 라운지 급으로 비싸다. 아메리카노는 19000원으로 스타벅스 기준으로 3배 이상 높고, 제일 싼 메뉴가 '에스프레소 싱글'로 1만8000원이었다. 음료를 주문하면 웰컴 디저트인 미니사이즈의 마카롱 세 피스를 함께 준다.
제일 잘나가는 메뉴는 2만 원짜리 시그니처 '카페라테'와 2만4000원짜리 '카페오 쇼콜라 디올'이다. 디올의 시그니처 심볼인 '별' 모양 라테아트가 함께 나와 '사진용'으로 제격인 탓이다. 이곳 관계자는 "날씨가 더워도 별 모양 라테아트에 대한 방문객의 니즈가 높다"고 설명했다.
'디올 커피 사진'을 위해 이곳을 찾은 박모 씨(27)는 "이런 곳을 자주 오지는 않다 보니 왔을 때 사진으로 기록하고 SNS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라며 "인스타그램에서 '디올 커피 인증샷'을 워낙 많이 봐서 너무 궁금했는데, 커피 가격이 좀 부담되긴 하지만 그래도 예쁜 것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간다는 것에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SNS상에서 (성수 디올과 같이) 아름답고 화려한 사진을 올리고 싶어 하는 심리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나온다"며 "브랜드 입장에서도 사람들이 몰려서 자발적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행동을 하면,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진만 찍고 그냥 가는 사람을 막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디올 성수는 지난해 4월 30일 서울에서 개최된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디올 2022 가을 여성 패션쇼를 기념하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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