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인 우리 아이가 술병을...“그냥 병이 귀여워서 샀어요” [생생유통]
이슬톡톡 레모나, 천하장사, 처음처럼x빠삐코, 아이셔에 이슬, 배홍동 맥주, 불닭맥주 망고에일….
소비자 눈에 익은 식품 이름이 붙어 언뜻 무해해 보이는 이 제품들은 모두 알코올이 함유된 주류다. 그 종류도 맥주뿐 아니라 과실주, 리큐르 등을 아우른다. 젊은 세대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 주류업체들이 앞다퉈 출시한 이들 ‘콜라보 주류’가 소비자에게 술이 주류가 아닌 다른 제품으로 오인하게 하고 미성년자에게 술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식품으로 헷갈릴 수 있게 주류 이름을 짓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현행 법상 주류 명칭이나 포장에 주류를 주류가 아닌 식품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표기를 규제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에 ‘음주행위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표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모호한 금지 조항이 있을 뿐이다.
청소년을 현혹하는 무분별한 주류 마케팅의 문제에 대해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된 적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연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정감사에서 “주류업계는 칠성사이다, 진라면, 파리바게, 죠리퐁, 곰표 등 청소년에게 친근한 식품, 생필품, 캐릭터, 게임 등과 함께 콜라보레이션하는 주류 마케팅을 활발히 하고 있다”며 “청소년에게 음주에 대한 친화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조현장 건강증진개발원장은 이에 대해 “현재 이 부분에 대한 규제 법안도 없고 예산도 많지 않아 애로사항이 크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콜라보 주류 표기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달 말 주류업체를 상대로 ‘주류 제품 표시’ 관련 협조 공문을 보냈다. “주류와 술이 아닌 식품과의 협업 제품 증가로 소비자가 주류를 음료로 착각하거나, 주류에 대한 친화적 인식을 심어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소비자가 주류를 음료제품 등 다른 제품으로 오인, 혼동하지 않도록 제품명에 주류 명칭을 포함하거나 주 표시면에 식품 유형을 크게 표시하는 등 업체가 자율적으로 주류임을 알 수 있게 명확한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주류임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주류 표기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콜라보 주류를 술이 아닌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드물고, 술에 대한 친근감을 높여 음주를 조장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한 아이를 둔 40대 학부모는 “편의점에 가면 귀엽거나 재밌는 모양의 음료인 줄 알고 꺼내보면 술인 경우가 꽤 있다”며 “이런 술은 보통 향긋하고 맛이 달달한데 아이 호기심을 자극해 부모 몰래 홀짝홀짝 마실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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