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日 디스플레이 산업의 몰락, 반면교사로 삼아야

김민국 기자 2023. 4. 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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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이고도 세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서도 제2의 'JOLED'가 안 나온다는 법은 없습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의 한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일본 대표 디스플레이 업체 JOLED가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된 것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상황이 당시 일본과 비슷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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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이고도 세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서도 제2의 ‘JOLED’가 안 나온다는 법은 없습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의 한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일본 대표 디스플레이 업체 JOLED가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된 것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과거 디스플레이 산업을 주도하던 강국이었다. 브라운관 산업을 시작으로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에 뛰어들어 1990년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끌었다. 현재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최초로 개발한 것도 일본이었다.

그러나 몰락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JOLED는 1999년 차세대 디스플레이였던 5세대 LCD 패널 투자를 망설였고, 시장 주도권을 잃게 됐다. 당시 JOLED가 머뭇거렸던 배경에는 정부의 소극적인 지원에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JOLED는 정부 주도형으로 시작됐으나 중국 기업들처럼 직접적인 투자를 받지 못해 양산 설비 확보 등에 한계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현재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상황이 당시 일본과 비슷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첨단전략산업에 속한 기업 110곳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7곳은 필요 투자자금의 60%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는 금리에 주식 시장이 위축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제때 조달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시기를 놓칠 위기에 처한 기업들은 세액 공제나 보조금 지원, 신속한 인허가 처리 등의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중국의 추격이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투자비의 10%만 마련하면 나머지는 정부에서 받아 공장을 세울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미 LCD 분야를 점령한 중국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평가받는 OLED 출하량도 대폭 늘리며 한국 기업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향후 5년간 반도체·디스플레이·차세대전지 기술 확보에 약 16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본격화한 건 환영할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재적소에 기업들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요구해왔던 세제 지원이나 전문인력 양성, 특허침해 대응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가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도 무관심 속에 방치된다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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