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웅남이' 박성광 감독, 탈모·염증 생겨도 "영화 너무 좋아"
최근 개봉한 영화 '웅남이'는 곰이 사람이 된다는 단군신화 모티브를 가지고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다. 박성광과 친분이 있는 박성웅이 지원사격해 타이틀롤 웅남이로 열연했다.
박성광 감독은 "성웅이 형이 아니면 못만들었을 영화다. 처음부터 성웅이 형을 생각하며 만든 영화"라고 이야기했다. 외에도 이이경, 최민수 등이 힘을 보탰다. 혹자에게는 박성광의 영화 도전이 갑자기일 수 있겠지만 그간 단편영화로 쌓은 구력이 10년이다. 국내외 단편영화제에서도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시사회 날 많이 긴장돼 보였다.
"'즐기자, 긴장하지 말자'고 속으로 말은 계속 했는데 머릿 속이 하얘졌다. 봉준호 감독님도 본인 첫 영화 보다가 중간에 나갔다고 하더라. 스스로 쑥스럽고 그런 느낌이랄까. 아쉬운 장면도 다시 보이고 하니까 여러가지 감정이 들었다. 보신 분들의 리액션이 어떻게 나올까 긴장됐다."
-박성웅을 놓고 쓴 작품인데 박성웅 캐스팅이 불발되면 어쩌려고 했나.
"감사하다. 제작하다가 엎어지는 경우가 많다. 입봉이고 개그맨 출신인 연출자가 A급 배우와 접촉할 기회가 잘 없다. 박성웅 선배 아니면 컨택할 곳이 전혀 없으니까 이거 쓰면서 성웅이 형 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분을 생각하며 썼는데 다른 분이 연기하면 용납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분께 드려도 그게 실례라고 생각했다. 작품을 다시 쓸지언정 내 입장에서는 그건 아닌 거 같다."
-'웅남이'는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한참 전에 있었던 일이다. 지인의 지인을 통해서 들은 거다. 워낙 동물에 관심이 많다. 맹견으로 알려진 강아지를 키우는 지인이 있는데 새끼를 두마리 낳아서 한마리를 입양 보냈다고 하더라. 잘 키우고 있는데 3년 좀 지나서 연락이 왔다. 죽었다는 거다. 투견으로 키웠던 거다. 그래서 너무 미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아이가 그 아이가 될수도 있었고, 본인의 선택이었는데 엄청 힘들어 한다는 사연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그게 갑자기 각색할 때 딱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 더 박성웅 선배님이 이걸 해야만 한다고 이야기 했다."
-박성웅 캐스팅 비하인드가 있다면.
"성웅이 형 스케줄에서 딱 비는 때가 있었다. 시나리오가 부족한 단계이긴 했지만 빨리 전달해야 한다고, 지금 아니면 안된다 생각했다. 연락 드리고 답이 바로 왔다. '잘 만들 자신 있다'고 하고 '형님 아니면 안할거다' 했다. 형이 '우리 집 앞으로 나오라' 해서 가서 대본 드렸다. 투자는 되고 있냐고 해서 형님이 해주신다면 더 커질 수도 있고 계획이 다 있다고 했다. 형이 집에 갈 때 끝까지 쳐다봤다. 혹시 시나리오를 버리진 않을까 걱정됐다(웃음). 바로 답을 주신다고 했는데 답이 없어서 초조했다. 3일째 포기하고 있는데 운전 중에 전화가 왔다. 이름이 떴을때 너무 기뻤다. '죄송하다' 말부터 했는데 '같이 수정 해보자' 하셨다. 캐스팅보드에 이름 올려도 좋다고 하셔서 대반전이었다. 기분이 확 좋아지면서 모세의 기적처럼 길도 풀리고 비도 그쳤다."
"제작사 대표님의 선택이었다. 선물을 주시겠다고 '짠' 하고 최민수 선배님 캐스팅을 말씀주셨다. 처음에 '대박!' 했는데 내가 그분 디렉팅을 해야하는 생각에 조금 당황스럽지만 작품을 위해서는 너무 좋다 생각했다. 선배님이 날 보더시 '난 너의 말보다 눈빛으로 봤다. 영혼이 느껴졌다'고 말씀하시며 함께 하자고 했다. 첫날 첫신이 최민수 선배님 신이었는데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사천리로 하셔서 돌아보니 뒤에 아내 강주은님이 계셨다."
-개그맨 출신 감독으로서 대중의 편견에 맞서야 하는 마음은 어떤지.
"그게 제일 힘들다. 대중예술이니까, 상업영화이니까,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큰 고민이다. 너무 큰 욕심 내지 말기로 했다. 대중의 편견도 부딪혀야 깨지든 하니까, 각오하고 만든 거였으니까 기도하고 있다. 나 때문에 다른 꿈을 꾸는 개그맨 후배들이 다시 영화감독을 못하지 않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 후배들 가는 길에 좋은 이정표가 있길 바란다."
-대중이 어떤 편견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영화감독으로는 어떤 목표로 여기까지 왔다고 느끼는지.
"일맥상통한 거 같다. 영화감독이 되게 된 것이 내가 꼭 무대에서 연기를 해서만 웃음을 드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영화로도 국민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개그맨 왜 줬냐고 하면 항상 그렇게 이야기했다. 국민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싶은 게 꼭 웃음만 즐거움이 아니니까. 개그맨 되는거랑 영화감독 되는거랑 비슷했다. 편견이라면 정통파가 아니라는 시선 아닐까. '영구와 땡칠이' 만드는거지? 그런 말이 상처였다. 난 이 작품들을 보고 컸고, 이 작품들으 보면서 꿈이 키웠다. 그런데 저런 말 자체가 선입견, 편견인 듯 하다."
-코미디 연출에 대해.
"오히려 로맨스 연출 이런 건 부담감이 없었다. 그런데 개그맨이 만든 코미디에 대해서는 부담감이 컸다. 자신은 있었지만 부담감은 훨씬 더 컸다. 영화가 더 힘든게 시의성이 그렇더라. 조금만 비틀거나 하면 어떻게 보면 트렌디하게 가야하는데 영화는 2년 후에 개봉할 수도 있고 당시 유행한 거 하면 안되더라. 옛날게 되니까. 그걸 잡는게 어려웠다."
"말의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도 연극영화과 갈거라 했는데 이뤄졌다. 연기과는 아니고 연출과였다. 그 때도 개그 동아리 만들거라 했다. '네가 어떻게 만들거냐'고 했다. 진짜 만들어서 개그맨이 됐다. 이런 상황도 신기하고 내 영화가 걸렸다는 것도 신기하다. 영화는 내게 막연한 꿈이었다. 너무 좋고 애정한다."
-탈모나 염증 근황은 어떤지.
"영화 찍으면서 '괜찮아, 걱정하지 말라' 했는데 머리에 원형 탈모 온 걸 보고 진짜 안괜찮았나보다 느꼈다. 염증도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난 듯 하다. 당시 '개승자'란 프로그램 하고, '컬투쇼' 스페셜 DJ와 병행했다. 개그계가 잘되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어서 부탁 드리고 이건 하게 해달라 하고 그랬다. 이런 상황을 양해해준 당시 소속사도 고맙다."
-대선배 이경규의 반응은.
"도장 찍었냐고 배아프다고 하셨다. 나중에는 우리 개그맨들 잘되어야 한다. 네가 잘되어야 한다. 말씀하셨다."
-지금도 준비하는 다른 시나리오 있는지.
"차기작은 생각하고 있고 준비 조금씩 하고 있는 게 있다.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장르는) 개그맨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마지막 정우성 카메오 출연이 화제였다.
"그 분은 내게 선물을 주신 거다. 처음에 소식을 듣고 '어떻게 말도 안돼' 했었다. '하겠어?' 싶었다. 성웅이 형 통해서 성사됐다. 직접 뵈니 더 멋있었다. 촬영장에서 여자 스태프들이 웃을 줄 아는 친구들이었구나 싶었다. 사진 찍으려고 마스크 벗은 모습 처음 봤다. 같이 촬영하면서 연구도 많이 해오시고 최대한 멋있게 찍으려 했는데 코미디 영화는 웃기게 찍어야 한다고 망가져주셨다. 우리가 부담스럽다고 해서 멋지고 웃기게 찍었다. 8가지로 준비해오셔서 3가지 찍었다. 너무 신기하고 재밌다고 하셨다. 본인도 연출하는데 안힘드냐 물어봐주셨다. 연출 할 때 중점두는 부분도 여쭤보고 감독 대 감독으로 이야기 하고 '똥개' 생각난다면서 이런 영화도 찍고 싶다고 하셨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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