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나의 것] '일반인 등장' 예능 프로그램의 불편함

김윤정 칼럼니스트 2023. 4. 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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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결혼, 이혼, 연애가 예능의 대세 장르가 되면서 일반인 출연자들은 예능 프로그램의 '핵'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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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김윤정 칼럼니스트]

일반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짝짓기 프로그램은 일찍이 <사랑의 스튜디오>가 있었고, 때로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러브하우스, 신장개업), 때로는 보고 배울만한 이웃이(이경규가 간다)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 이혼, 연애가 예능의 대세 장르가 되면서 일반인 출연자들은 예능 프로그램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러 계약 관계에 얽혀 있는 연예인의 경우 발언과 행동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에 반해 일반인들은 행동에 제약이 자유로워 리얼리티 장르적 재미를 더 잘 충족시켜 줬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주인공인 연애 리얼리티가 인기를 끌면서, 언제나 그랬듯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그리고 후발주자들은 더 자극적이고, 더 노골적인 설정으로 차별화를 꾀하려 했다. 초반 연애 리얼리티가 만남과 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과거 연인이었던 이들이 함께 출연해 새로운 인연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환승연애), 이혼한 부부가 다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우리 이혼했어요). 갈등 상황에 놓인 부부가 전문가에게 일상을 보여주며 상담받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결혼과 이혼 사이)도 있다.

사랑과 연애, 결혼의 마냥 달콤한 모습이 아닌, 이별과 갈등과 같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극복하거나 털어내는 모습까지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이다. 문제 상황에 놓인 출연자들의 갈등을 통해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공감 혹은 직·간접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대의도 있다. 하지만 관음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도록 편집된 갈등, 방송이 끝난 뒤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출연자에 대한 배려 없는 편집 등은 '남의 불행을 재미로 소비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

너무 가볍게 다뤄도 문제다. 방송국 카메라 앞이 아니라 한시라도 빨리 가정법원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사연들, 연애가 아닌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 이들이 예능의 탈을 쓰고 깃털처럼 가볍게 시청자에게 다가온다. 시청자들의 비난과 민원이 쏟아지면서 프로그램이 3주 결방되고, 그 주인공이 불구속 입건돼 조사받게 된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의붓딸 성추행 논란(2022년 12월19일 방송분)은 그나마 긍정적 사례인 셈이다.

무엇보다 성인인 출연자들은 스스로 출연을 결정한 것이지만, 부부 갈등을 소재로 다룬 경우 그 자녀들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신원이 노출되고 그 기록이 TV와 인터넷을 통해 영구히 남게 된다. 미성년 자녀의 경우 모자이크 처리돼 방송되기는 하지만, 부모의 얼굴을 통해 주변인들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와 함께 노출된 어린 자녀들이 성장한 뒤 트라우마를 겪게 될 수도 있다. 성인이라 해도 TV 전파력을 실감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의 경우 당하기 전까진 이후 후폭풍을 예측하지 못할 확률도 높고 말이다.

여러 플랫폼과 채널이 경쟁하는 시대에, 눈에 띄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극에 쉽게 무뎌진다. 그저 시청자의 말초적인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면 다음은 더, 그다음은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해야만 한다.

결국 브레이크 잡아야 할 이들은, 콘텐츠의 생산자들이다. 일반인의 사생활이나 인격은 한 번 쓰이고 말 예능의 소재가 아니라는 자각. 방송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인격체를 다루고 있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이미 말초적 즐거움에 잔뜩 노출된 시청자들을 점잖은 콘텐츠로 만족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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