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하면 과연 주택 가격 상승할까
금리 변동보다 주택 수요 증가 여부 잘 살펴야
(시사저널=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최근 경기가 위축되면서 오르기만 하던 시중금리가 하락했다. 금리가 떨어지자 부동산 시장 변화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금리가 다시 인하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렇게 될까? 금리가 주택시장에 영향을 주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금리가 인하되면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주택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상승한다는 논리다. 반대도 가능하다. 금리가 인상되면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들면서 주택 수요가 감소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요컨대 '금리 인하→주택 가격 상승, 금리 인상→주택 가격 하락'이라는 단순한 논리가 일반화돼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한국 부동산 시장에 금리가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서울 아파트 가격 변화를 살펴보면 흥미롭다. 집값 상승률이 컸던 2000년도 초반과 2005~06년에는 금리 변동이 크지 않았고 오히려 5% 이상의 높은 대출금리 수준을 유지했다. 금리가 높았고 하락하지 않았는데도 주택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투자에서는 '이상(異常)'이 중요하다
반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에서 3.55%로 하락한다. 그럼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했고 낮은 상승률을 유지한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가격을 감안하면 주택 가격은 지속 하락했다. 금리가 하락하면 주택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올랐어야 했는데, 오히려 주택 가격은 하락했다. 최근 모습은 과거와 다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금리는 하락했고 주택 가격은 상승했다. 2022년에는 금리가 4.24%로 인상되고 주택 가격은 하락했다.
처음 예상과는 다르게 금리가 미치는 영향력이 그때그때 달랐다. 금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어떨까. 2008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가계 주택담보대출 증감액을 비교하면 대부분 금리가 하락하면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다. 그런데 특이한 기간이 있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금리가 떨어지는데도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했다. 금리 변동이 주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줄 수 있다는 것이지 무조건 준다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예외가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상하다. 이상해"라는 상황을 보면 많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두 종류의 반응이 예상된다. 하나는 "에이, 무시해. 일반적이지 않아. 특이하게 일어난 거야. 일반적인 사실에 주목하자"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다른 반응은 "어. 이상한데. 좀 더 조사를 해야겠어. 중요한 게 있을 거야"라고 할 수 있다.
자산시장을 분석하고 예측하며 그에 따른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이상한 상황과 이상한 값, 즉 'outlier'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관점을 가져야 한다.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하면 투자에 성공하기 어렵다. 남들과 다른 관점을 가지고 판단하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이상한 것에 대해 관심을 더욱 많이 가져야 한다.
둘째, 이상한 것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변화를 인정한다는 말이다. 변화는 이상한 것들이 만들어낸다.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고 알고 있는 것들로 인해 일어나는 변화는 많지 않다. 특히 투자시장에서 변화는 대부분 이상한 것들로 인해 발생한다. 금리가 인하됐는데도 대출은 감소하고 집값이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금리 인하→집값 상승'이란 일반적인 생각에서 중요한 단계가 하나 빠져 있다. '금리 인하→수요 증가→집값 상승'이다. 즉, 금리가 인하돼 주택 수요가 증가해야만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금리 인하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고 금리가 인하돼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집값이 오르는 건 금리 인하가 아니라 수요 증가가 원인이라는 인식 전환은 매우 중요하다. 당연한 말을 하고 있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대다수 사람들은 수요 증가라는 중요한 단계를 빼고 생각한다. 수요 증가라는 단계를 고민해야 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이상(異常)을 설명해줄 수 있다.
금리가 인하돼도 주택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다면 집값은 절대 오를 수 없다. 결국 주택이나 자산 가격을 변동시키는 건 수요라는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금리가 아니다. 다른 요소도 마찬가지다. 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금리가 전부가 아니라 '금리 인상→공급(매도물량) 증가, 주택 수요 감소→집값 하락'이라는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팔지 않으면, 즉 공급이 증가하지 않으면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 금리가 아니고 매도물량 증가가 중요한 이유다.
주택 수요 증가의 시그널은 '거래량'
금리 인하가 주택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주택 수요가 증가해야 집값은 오른다.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주택 수요가 증가하지 않으면 집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금리 인하가 이루어져도 주택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은 어떤 경우가 있을까. 경기가 크게 위축돼 금리가 인하되는 경우 주택 수요가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 대출을 일으켜서 집을 사기는 쉽지 않다. 최근 무역수지가 줄어들고 있다. 수출 중심인 대한민국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경기가 위축되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면 주택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없고 집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집값이 높은 수준이라면 주택 수요가 증가하기 어렵다. 가격은 수요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들고,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는 증가한다. 주택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르면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주택 수요는 감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제 중요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주택 수요 증가→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결론이다. 따라서 집값이 언제 오르냐고 물어본다면 "주택 수요가 증가할 때 오릅니다"라고 답변드릴 수 있다.
그렇다면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건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거래량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회복되거나 상승하면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명백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주택 수요가 추세적으로 증가할 때가 내 집도 마련하고 부동산 투자를 할 적기다.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거래량이 증가하지 않으면 주택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되고, 집값은 지속 상승할 수 없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속 하락했음에도 서울 아파트 실거래량은 추세적으로 증가하지 않았다. 금리 인하가 주택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변화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금리가 떨어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주택 수요 증가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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