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아 팝업스토어 8시간 대기 오픈런 썰푼다"
"이거 뭐하는 데 이렇게 사람이 많아요?"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기자에게 묻는다. 벌써 9명째다. 팝업스토어 전경을 계속 촬영하고 대기열 인원 수를 확인하니까 관계자인 줄 알았던 것 같다. "게임 이벤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에요"라고 답하자 "얼마나 대단한 이벤트이길래"라며 놀란다.
스마일게이트 MMORPG '로스트아크'와 국내 커피 브랜드 '이디야'가 준비한 모코코 부산 팝업스토어가 8일 오픈 당시 방문객 대기열 1300명을 돌파할 정도로 압도적 인기를 자랑했다. 첫 방문객은 무려 오픈 14시간 전부터 입구에서 기다렸다.
기자가 오전 2시 30분경 도착했을 때는 40명 정도 방문객이 줄을 서있었다. "많이 와봤자 50~60명 정도 기다리겠지"라며 근처 24시간 운영 카페에서 오픈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전 4시 20분쯤 현장을 찾아갔다. 줄은 80명을 넘어섰다.
"이건 분명 무슨 일이 날거야"라는 마음에 유저들과 함께 줄을 섰다. 취재도 중요하지만 로스트아크 찐팬으로 행사장을 방문한 것이기에 굿즈를 놓칠 수 없었다. 바닷가와 가까워서인지 굉장히 추웠다. 맨투맨 하나만 입고 왔을 정도로 추위에 무방비 상태였다. 그래도 모코코 특별 굿즈 하나만 바라보며 꿋꿋하게 참았다.
기다리는 동안 기자 앞 뒤에 있는 유저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린 아기를 안고 대기열을 기다리는 부부와 이제 막 성인이 되어 로스트아크를 시작한 20세 청년이었다.
■ 부부 방문객과의 간단 인터뷰
Q. 어디서 오셨어요?
울산에서 왔어요.
Q. 로스트아크는 얼마나 즐기셨나요?
2년 정도 됐어요.
남편은 1500레벨, 아내는 1600레벨입니다.
Q. 오프라인 행사는 처음인가요?
네, 처음입니다. 서울에 가기는 힘들 거든요. 부산에서 하니까 모처럼 오픈런을 도전했습니다.
Q. 오픈런 소감은?
장난 아니네요. 사람들이 벌써부터 이렇게 모일 줄은 몰랐어요.
Q. 원하는 굿즈가 있나요?
아내는 키캡을 원해요. 남편은 그립톡을 노리는 중이죠.
Q. 스마일게이트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오프라인 행사마다 매번 물량이 부족하다고 들었어요. 온라인 판매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한정판이지만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다면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이렇게 새벽까지 달려오는 이런 일은 없을 텐데…
■ 20세 모코코 방문객과의 간단 인터뷰
Q. 언제 현장에 오셨어요?
저녁 9시부터 가까이 있는 PC방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Q. 로스트아크는 얼마나 즐기셨나요?
만 18세부터 6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바드로 1560레벨이에요.
Q. 오프라인 행사는 처음인가요?
처음입니다. 엄청 기대 중이에요.
Q. 오픈런 소감은?
아직 오픈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놀랐습니다.
Q. 원하는 굿즈가 있나요?
그립톡이 너덜너덜해서 새 그립톡이 필요한 상태라 그립톡이 가장 탐나요.
Q. 스마일게이트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개발진 형들 사랑해요.
주변 유저들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갔다. 오픈 1시간 전에는 진풍경이 그려졌다. 팝업스토어 주변을 빙 두른 대기열이 부족해 건너편 길로 방문객들이 줄을 섰다.
눈으로만 봐도 1000명 이상, 거리로 계산하니 약 552m 정도 수준으로 수많은 유저가 몰렸다. 안전을 위해 경찰들도 다수 출동했다. 정말 로스트아크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40분 전부터 대기표를 뽑기 시작했다. 조금 더 빨리 진행했으면 혼잡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방지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 행사 아쉬운 운영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먼저 대기열 운영이다. 구도를 보면 입구를 기준으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방문객들은 좌측, 대기표를 뽑는 방문객들은 우측에서 줄을 선다. 나우웨이팅이 자신의 차례가 오면 알람을 울리는 서비스가 맞지만 방문객들에겐 익숙하지 않다.
입구에서 자신의 차례가 지나가지 않을까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다. 차라리 일부 직원들이 입구에서 "몇 번~몇 번 대기해 주세요"라고 크게 외쳐주면 입구에서 방황하는 방문객이 크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동선과 굿즈 판매 운영도 미숙했다. 행사장에 들어서는 입구와 굿즈를 구매하고 계산하는 줄, 먹거리를 구매하는 줄이 교차돼 있다. 서로 겹치니까 직원들이 매번 케어해야 한다. 굳이 입구에 굿즈 계산대를 둘 필요가 있었을까.
굿즈 구매 방식도 원활한 이동을 방해했다.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굿즈는 약 15종이다. 폰 케이스로 예를 들어보자. 폰 케이스의 종류는 3가지다. 2개는 검은색, 1개는 초록색이다. 지원하는 기종도 다양하다.
"검은색 폰 케이스 주세요"라고 말하면 "기종이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고 꺼내줬는데 다른 검은색 폰 케이스이면 다시 꺼내줘야 한다. 굿즈 계산대를 운영하는 직원이 둘 뿐이니까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센스 있는 방문객들은 어떤 굿즈를 구매할 지 스마트폰에 적어 보여줬는데 운영 측이 판매 굿즈 리스트를 제공해 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으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대기번호 85번인데 1시간 30분 만에 입장할 수 있었고 계산까지 약 28분이 걸렸다. 기자가 나왔을 때 번호표를 뽑은 방문객에게 번호를 물으니까 582번이었다. 수많은 방문객이 대기하는 데 걱정이 컸다. 방문객들이 직원들에게 다양한 피드백을 건넨 만큼 개선되길 바란다.
행사장은 귀여운 모코코로 꾸며 "여기가 로스크아크 팝업스토어야"라는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곳곳에 배치된 모코코 조형물과 그림은 방문객들의 추억을 쌓기 좋은 소재였다. 특히 즉석 사진 촬영이 꽤 인기 포인트였다. 2층 공간은 방문객들을 모두 수용하긴 어렵지만 나름 인테리어를 넉넉하게 잘 배치했다. 덕분에 해시태그 이벤트도 빠르게 참여할 수 있었다.
새벽 내내 기다리느라 다리도 아프고 감기도 걸렸다. 그래도 구매한 굿즈를 보니 만족스러웠다. 퀄리티에도 꽤 공을 들인 것이 느껴졌다. 키캡을 노리고 갔지만 오히려 폰 케이스가 마음에 든다. 1개만 살 수 있었던 것이 아쉽지만 다음 방문객 수를 고려하면 납득할 만한 조치였다. 다음에는 재고량을 넉넉하게 준비하길 바란다. 부신 팝업스토어 전용 기프티 카드 수량은 넉넉했다. 2~3개 구매하는 유저도 다수 보였다.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굿즈들은 한정 판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매진된 굿즈들은 구할 방법이 없다. 재입고는 협의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참 부족한 재고량으로 굿즈를 노렸던 로스트아크 팬들에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굿즈가 없다면 팝업스토어도 결국 추억을 쌓는 장소 그 이상 가치를 지니지 못하므로 조속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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