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KT를 흔드는가[김현아의 IT세상읽기]

김현아 2023. 4. 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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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usiness 연구포럼에 대한 아쉬움
조기 경영 정상화는 모두의 바람
공개서한이라면 회원 공개도 필요할 듯
지배구조 개선 노력 없이 CEO 뽑는다면?
또다른 외풍의 빌미될 수도..지배구조 개선은 장기 과제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8일 전 주주총회 이후 KT는 대표이사(CEO)도 없고, 이사회도 퇴임이사들 중심으로 운영되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주주와 임직원들, 협력사들과 언론까지 KT가 속히 경영 정상화를 이루길 바라는 마음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KT 역시 CEO 직무대행인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을 중심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죠. KT를 보면서 다소 안심한 것은 겉으론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회사를 지키겠다”는 직원들의 눈빛이 살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뉴스도 있었습니다. ‘K-Business 연구포럼’이란 곳에서 4월 3일과 4월 7일 두 건의 보도자료를 냈죠.

첫 번째 자료는 ▲5개월간의 비상경영은 이해하기 어려우니 CEO와 이사를 조속히 선임해 정상경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두 번째 자료는 ▲지배구조 개선은 박종욱 CEO 직무대행의 통상 사무 범위를 벗어난 위법사항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후자는 K-Business 연구포럼에 속한 소액주주들의 공개 질의서 형태였습니다.

조기 경영 정상화는 모두의 바람

과거와 비교했을 때 5개월간 비상경영체제는 긴 것도 사실이고, KT 발주가 끊긴 협력사들의 고충도 크니, 포럼에서 빠른 경영 정상화를 요구한 첫 번째 자료는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5개월 비상경영체제 언급이 박종욱 CEO 직무대행의 다른 숨은 의도로 보인다는 해석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요.

박 직무대행은 지난 3월 운전기사와의 계약을 끝내고 직접 차를 몰고 다닌다고 합니다. CEO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이 몇 개월이 될지 모르니 그랬다고 하죠.

일각에서 오해하듯이 박종욱 직무대행이 KT에 계속 남아 어쩌겠다는 건 아니라고 보입니다.

공개서한이라면 회원 공개도 필요할 듯

그런데, 포럼의 두 번째 자료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전직 임원들로 구성됐다는 ‘K-Business 연구포럼’은 KT의 CEO 교체기에 주로 활동해왔습니다. 2019년 황창규 회장 임기 말, 그리고 2023년 지금이죠.

KT를 사랑하는 전직 임원들이 모여 KT에 대한 생각을 밝힐 순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엔 활동이 거의 없다가 지배구조가 바뀌는 시기마다 목소리를 낸다는 건 오해받을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이 포럼 의장인 한영도 상명대 교수는 2019년 ‘KT 바로 세우기’ 문건을 이사회에 보냈는데, 당시 기자에게 이리 말했죠. “오해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누굴 밀려고 만든 게 아니다”라고요. 그는 당시 “KT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성했다”며 “그래서 언론 등 외부에 문서를 먼저 공개하지 않고 이사회 사무국 역할을 하는 KT 조직에 전달하고 이사회 미팅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시에도 그는 포럼 멤버에는 말을 아꼈죠. “저야 교수로 있어 자유롭지만, 나머진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와 달리 언론을 통해 공개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그것도 소액주주들 명의로요.

그는 얼마 전까지 KT알파(KT커머스) 사외이사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외부 공개를 택한 것은 KT의 현직 임원들을 불신하고 박종욱 직무대행이 주도하는 비상경영체제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걱정이 커서일까요?

이를 KT에 대한 애정으로 이해해도 ‘소액주주들’이란 이름으로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면, 4년 전과는 달라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회원이자 소액주주인 사람들의 이름이나 주식 수 등을 일부나마 공개하는 일이 필요해 보입니다.

해당 보도가 나온 뒤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에선 ‘자기들이 개인 주주들 대표라도 되는 것처럼 교묘하게 표현해 놨다(아이디 부자영준)’, ‘이상한 데서 소액주주를 대변한다며 KT에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등의 보도가 나온다. 주주모임 운영체제를 조직화하자(아이디 치우)’는 등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 캡처


지배구조 개선 노력 없이 CEO 뽑는다면?

포럼은 ‘상법에 따르면 박 직무대행의 업무와 권한은 통상사무에 국한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었다’면서 ‘ 직무대행의 지배구조 개선 활동은 위법 행위의 소지가 매우 크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박 직무대행은 통상 직무에 집중하고, 지배구조 개선 활동은 차기 CEO로 넘기라는 말로 들립니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거버넌스 개선은 박종욱 대행이 갑자기 추진한 게 아니라는 점과, 거버넌스 개선은 한번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점, 무엇보다 현행 정관과 사규 그대로 사외이사와 차기 CEO를 뽑으면 KT가 또다시 외풍에 흔들릴 가능성도 커서입니다.

KT이사회는 작년 12월 국민연금 등에서 요청을 받은 뒤 지속적으로 뉴거버넌스 구축 방안 마련을 추진해 왔고, 거버넌스 개선 TF에서 일할 전문가를 추천받기 위해 주주들에게 공문도 보냈습니다. 국민연금, 현대자동차그룹, 신한은행 등 국내 주주와 외국인 주주가 대상으로, 4월 12일까지 주주당 최대 2인까지 추천받는다 하죠.

더 큰 걱정은 이미 여러 차례 CEO 선임이 무산된 상황에서, CEO 선임 절차에 대해 사회적으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더 많이 인정받지 못하면, 또다시 KT가 휘청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배구조 개선과 새로운 사외이사 선출, 차기 CEO 선임이 함께 가야 하는 거죠.

현 직무대행 체제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끝내라는 말이 아닙니다. 글로벌 기준을 뛰어넘는, 어떤 정부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려면, 상당한 연구와 토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온 힘을 다하고, 차기 CEO가 지속 가능한 경영 과제로 연속해 추진하면 어떨까 합니다.

‘K-Business 연구포럼’이 KT라는 회사를 진정 사랑한다면,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연구하고,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고 마치 현재의 비상경영체제를 흔드는 것처럼 보이는 입장문만 내는 것은 그 진정성마저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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