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토털풋볼] '3-5-1-1→4-3-3' 콜린 벨호 유연성

이형주 기자 2023. 4. 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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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자리서 전술적 담론이 펼쳐진다.

사실 이날 우리 대표팀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지만, 그렇게 하기 매우 어려운 경기였다.

벨 감독은 전반전에 3-5-1-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경기 후 장슬기는 "경기 전부터 감독님께서 월드컵에서도 쓸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포메이션을 써볼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게 잘 안 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이다. 플랜 B, 아니 플랜 C까지 설명을 해주셔서 했는데. 쉽지 않은 플랜 A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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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국가대표팀 콜린 벨 감독. 사진┃뉴시스

[수원=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 여기 이 자리서 전술적 담론이 펼쳐진다.

매주 전 세계에서 수백 개의 축구 경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전술적 담론을 제시할 수 있는 경기는 일부에 불과하다. STN스포츠가 해당 경기들을 전술적으로 분석하는 연재물을 준비했다.

축구 박물관. 사진|이형주 기자(영국 맨체스터/축구 박물관)

-[이형주의 토털풋볼], 92번째 이야기: '3-5-1-1→4-3-3' 콜린 벨호 유연성

유연성은 콜린 벨 감독이 밝힌 여자대표팀의 최고 강점이다.

벨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은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신세계 이마트 초청 A매치 잠비아 여자축구대표팀과의 경기에서 5-2로 승리했다. 양 팀은 11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리턴 매치를 치른다.

사실 이날 우리 대표팀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지만, 그렇게 하기 매우 어려운 경기였다. 지소연, 최유리, 심서연, 강채림, 이민아, 이영주, 장창 등 대표팀 핵심 선수들이 모두 빠진 상황으로 라인업을 구성에도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벨 감독과 선수들은 시스템으로 이를 극복했다.

벨 감독은 전반전에 3-5-1-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김정미 골키퍼를 필두로 임선주, 홍혜지, 김혜리, 추효주, 조소현, 김윤지, 장슬기, 정설빈, 이금민, 손화연이 선발이었다. 대표팀에서 여태껏 보기 힘들었던 포진이었다.

이번 경기 전반과 후반 완전히 달랐던 포진. 사진┃이형주 기자 제작

경기 후 장슬기는 "경기 전부터 감독님께서 월드컵에서도 쓸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포메이션을 써볼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게 잘 안 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이다. 플랜 B, 아니 플랜 C까지 설명을 해주셔서 했는데. 쉽지 않은 플랜 A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벨호는 시스템을 갖춘 팀이었고, 상대를 압도했다. 벨 감독이 추구하는 프로액티브. 즉 능동적으로 주도하는 축구가 펼쳐졌다. 전반 24분 조소현의 득점까지 경기는 완벽히 우리 손 안에 있었다.

그러나 벨호는 왼쪽 센터백으로 출전했던 임선주의 부상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임선주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된 뒤 선수들은 갈팡질팡했고, 전형 역시 흔들렸다. 우리가 역전을 허용하며 전반을 뒤진 채 마쳤고, 벨 감독이 하프타임 토크로 분발을 요구한 이유다.

벨 감독은 후반전에 들어서며 변화를 가져간다. 최전방에 포스트 플레이가 가능한 박은선을 투입한 것이다. 그리고 포메이션 역시 4-3-3으로 변경했다.

우리 대표팀은 후반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최전방에서 박은선이 싸워주며 공을 확보했고, 그 플레이로 생긴 공간을 조소현과 이금민이 헤집었다. 우리 대표팀은 후반에만 4골을 뽑아내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대한민국 여자대표팀 장슬기. 사진┃이형주 기자(수원)

사실 포메이션 변화는 간단해 보이지만, 전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벨호는 이를 아주 완벽히 수행했다. 전반 미드필더에서 후반 왼쪽 풀백으로 이동한 장슬기, 전반 왼쪽 윙백으로 폭발적인 드리블을 보여주다 후반 오른쪽 풀백으로 간 추효주 등 복수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들이 만든 성과였다.

돌파 시도 하는 추효주. 사진┃KFA

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굉장한 장점 중 하나는 (전형 변화 등에 있어) 유연하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포메이션보다 우선적으로 플레이 원칙을 중요시 여긴다. 한 포메이션을 선택하면 얻는 것도 잃는 것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포메이션을 선택하든 플레이 원칙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때문에 선수들이 본인 역할을 이해하며 수행한다. 난 선수들로 인해 행복하다"라고 덧붙였다.

흔들리지 않는 축구 철학 속에서 팔색조 포메이션 변화도 가져갈 수 있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테지만 7월 여자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의 파란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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