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박해수 “연극, 두렵지만 피 끓는 즐거움” [인터뷰 종합]
[OSEN=유수연 기자] 배우 박해수가 연극 ‘파우스트’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6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연극 ‘파우스트’의 배우 박해수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달 31일 베일을 벗은 양정웅 연출의 연극 ‘파우스트’는 part.1은 신과 내기를 한 악마 ‘메피스토’가 ‘파우스트’에게 쾌락과 영혼을 맞바꾼 계약을 제안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독일 문호 괴테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인간의 고뇌와 욕망, 본능을 담아낸 아름답고도 위대한 대서사를 선보인다.
박해수는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도 깊은 회의감에 빠지는 노학자 파우스트(유인촌 분)를 두고 신(神)과 내기, 인생의 쾌락을 알려주는 대가로 파우스트에게 영혼을 건 계약을 제안하는 악마 ‘메피스토’역을 맡았다.
이날 박해수는 개막 첫날을 떠올리며 “연습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엄청 많이 떨었다. 틀리지만 말자는 마음으로 올라갔는데, 다행이 잘 끝났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배가 너무 고팠는데, 진이 너무 빠져서 집에 가자마자 잠에 들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2018년 연극 ‘낫심’ 이후 약 5년만에 무대로 돌아온 그는 “오랜만에 돌아와 기분 좋다, 라는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2개월 이라는 연습 기간이 길지가 않았다. 하루도 안빠지고 연습을 했는데도 시간이 너무 빨리가더라. 워낙 ‘파우스트’가 대작이라,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대사의 양과 에너지를 전달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원작을 줄이는 작업만 밤을 세 두 세달이 걸리셨다는데, 축약된 대본도 3시간이 넘어가는 분량이었다. 그걸 다 읽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소모가 커서 좋다, 아니다, 할 시간에 시작부터 메달려야겠다 싶었다. 또 원캐스트이다 보니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것 같아 개인적인 일정을 모두 다 빼고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체력 관리 비법을 묻는 질문에는 “연습하면서도 배우분들과 함께 운동도 하면서 체력을 키우려 했다. 대사를 단순히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과 달리 뛰면서 대사를 치는 장면이 많아 체력 소모가 달랐다. 그래서 연습 전부터 개인적으로 홍삼을 좀 챙겨 먹었다. 효과가 한달 뒤부터 나온다고 들었다”라고 웃으며 “홍삼의 효과인지 관객들의 힘인지는 모르겠는데, 무대 위에 올랐을 때는 힘든지 모르겠더라”라고 답했다.
이어 “메피스토 역할이야 주목을 워낙 받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배경을 만들어주는 배우들이 있어서 그게 너무 감사했다. 여기 있는 선배, 후배, 동료 분들을 자세히보면 저보다 더 뛰어다닌다. 저도 그분들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더 뛰는 거다. 그렇게 열심히 뛰다 보면 다른 사람들도 다 저와 같은 생각으로 뛰고 윘다. 모두가 에너지를 주고 있어서, 공동체의 힘이 크다는 걸 연습때 많이 느꼈다”며 동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캐릭터 ‘메피스토’를 만들어 나간 과정도 전했다. 박해수는 “고민을 했던 부분이, 파우스트를 첫 대면하는 장면이었다. 요즘 시대 악마는 어떻게 접근할까, 악은 어떻게 접근해오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원작에서는 노학자에게 조언을 듣기 위해 접근하는 학생으로 나와 저도 가방을 메는 등 어린 친구처럼 연습을 하기도 해봤다. 그런데 양정웅 연출님이 ‘요즘에는 람보르기니 끌고 금팔찌 메고 와서 선택은 네가 해. 라는 악이 더 매력적이지 않겠나’하셨다. 거기서부터 악마의 시작점을 만들어 갔다”라며 “완전히 악마의 존재라고만 느껴지지 않았으면 했다. 다양한 인간의 모습으로 변형되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최고의 보험설계사 같이, 평범하지만 강력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래도 다른 배역들에 비해 ‘메피스토’가 쉬웠던 지점은, 지금 시대에도 와닿는 대사와 가치관이 있기 때문이었다. 메피스토가 ‘즐겨라’, ‘행동해라’, ‘사랑해라’, ‘네 몸에 충실해라’ 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나. 공감하긴 어렵지만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해석하기에 쉬웠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스스로 생각한 연기의 만족도는 어떨까. 그는 “아직 만족하지는 못한다. 뭔가 더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잘 놀고 있다. 그날에 할 수 있는 후회 하지 않고 하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사실 파우스트가 최대한 고통스러워해 줘야 메피스토의 역할이 완성되는 거다. 저보다는 마지막에 다 쏟아내는 파우스트, 그레첸(원진아)가 칭찬받아야 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관람 후 주변인들의 반응에 대해 “대표님이 오셔서 악마 욕을 신랄하게 하시더라. 악마에게 악마 같다는 최고의 칭찬을 받았다”라고 웃으며 “아내는 아직 보지 못했다.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는데, 첫 공연을 보지 못해서 미안해했다. 걱정도 많이 한 것 같더라. 아무래도 저보다 더 떨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박해수는 ‘파우스트’서 1막에서는 늙은 파우스트 역할의 유인촌과, 2막에서는 젊은 파우스트 역할의 박은석과 호흡을 맞췄다. 박해수는 “유인촌 선생님과의 호흡은 너무 영광스러웠다. 연습때는 물론, 항상 매순간에 최선을 다하셨다. 연습때도 대사 하나를 대충 넘겨서 하는 법이 없었고, 본 무대에 서시면 더 큰 에너지가 나오더라. 저는 그 에너지 안에서 온전히 놀고 있으면 됐고, 함께 하다보니 발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유인촌은 지난 1996년 연극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텔레스 역을 연기한 후 27년 만에 동명의 작품으로 돌아와 파우스트 역을 맡게 됐다. 과거 메피스토 역을 맡은 유인촌에게 받은 조언에 대해 “한번은 ‘파우스트와 메피스토는 같은 인물일 수도 있다’라는 큰 힌트를 주셨다. 당시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유 선생님의 말이 생각나면서 뭘 해야할지 깨달았다. 메피스토는 파우스트의 내면이기도 하기때문에, 파우스트의 대사를 다시 봐야겠다 싶었다. 연습 중에는 저를 후배 배우보다는 동료 배우처럼 계속 연습해주고 대사를 맞춰주셨다”라고 말했다.
배우 박은석에 대해서는 “그 친구만이 가지고 있는 패기와 에너지가 있다. 1막에서 살짝 힘들어 질때, 그 친구를 보면 확 불붙는게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라며 “메피스토 역은 사실 선이 명확한 캐릭터다. 반면 파우스트는 어렵다. 사유적인 말도 너무 많고, 세 네가지 겹들이 있다. 외면은 젊지만, 생각은 노년 파우스트의 학식 등을 가지고 있는 역할이라 연기가 너무 어렵다. 젊은 파우스트 역할은 박은석이라는 배우가 매우 고민해서 만든 캐릭터”라고 칭찬했다.
2007년 연극 ‘안나푸르나’로 데뷔한 박해수는 2017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이후 영화 ‘사냥의 시간’, ‘유령’ 등에 출연한 그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수리남’ 등으로 월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에 박해수는 향후 해외 활동에 대한 욕심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너무 방대하거나 멋지게 포장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저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배우로서 좋은 인지도를 받고, 우리나라 문화가 가지고 있는 힘을 전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 이렇게 ‘선한 영향력’에 대해 말하는게 부끄럽긴 하다. 그래도 말하다보면 이루어질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더 노력할 것 같기도 하다”라며 “해외 진출을 하게 된다면 언어를 잘 사용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향후 몇십 년 뒤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배우로서의 고민에 대해 “항상 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가 부족한 부분의 연기에 대해 공부하고 탐구한다. 하지만 큰 고민은 아니고, 재미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다. 사람마다 다 다른데,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따라갈 수 있겠나 라는 생각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연기적인 고민 외에 ‘어떤 재미있는 취미를 가질까?’하는 생각을 한다. 뭘 해야 아이가 크고나서 가족들과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싶다”고 웃었다.
더불어 “무대도 계속 하고 싶다. 관객들과 매일 만나는게 생방송과 같은 두려움이 있는데,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느낌도 있다. 뮤지컬도 생각이 없진 않다. 감정을 노래에 싣는다는 게 어려워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잘 하지 못해서 그렇지, 해보고 싶다. 언젠가는 분명히 다시 뮤지컬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파우스트’는 3월 31일 개막해 4월 2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한다.
박해수는 배우 김다미와 호흡한 넷플릭스 ‘대홍수’(공개)를 차기작으로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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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H엔터테인먼트,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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