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배후 재력가 부인도 체포…살인교사 혐의

남편과 함께 살인교사 혐의, 주범 이경우 범행 자백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유아무개씨가 지난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8일 범행의 배후로 함께 지목된 유아무개씨의 부인 황아무개씨도 체포했다.

경찰은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발부받은 황아무개씨의 체포영장을 이날 오전 8시18분 경기 용인시 주거지에서 집행하고, 황아무개씨를 수서서로 압송해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유아무개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하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이 남편 유아무개씨에 이어 부인 황아무개씨가 사건에 관여한 정황도 확인함에 따라 이 사건은 코인 투자 실패로 피해자에게 원한을 품은 40대 부부가 이경우(36·구속) 등 3인조에게 의뢰한 청부살인 사건으로 매듭지어 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찰에 따르면, 황아무개씨는 남편 유아무개씨와 함께 주범 이경우에게 피해자 A(48)씨 납치·살해를 의뢰한 혐의(강도살인교사)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검거된 이경우가 최근 범행의 상당 부분을 자백함에 따라 그의 진술과 관련 증거를 토대로 유아무개씨·황아무개씨 부부가 납치 살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시했는지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범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지시한 이경우와 피해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황대한(36)·연지호(30) 등 구속한 3인조를 오는 9일 오후 검찰에 송치하고, 부부를 상대로 범행 경위와 동기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부부가 2021년 이경우에게 두 차례에 걸쳐 건넨 4000만원이 납치·살인 착수금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이 돈의 성격을 밝히는 데 주력해왔다.

이경우가 지난달 29일 밤 범행 직후부터 31일 오후 체포되기 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남편 유아무개씨를 만나 6000만원을 요구한 점도 부부가 납치 살인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이경우가 성공 보수의 명목으로 추가로 돈을 요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부부가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해 피해자 A씨와 주고받은 각종 소송이 범행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자신이 투자한 P코인 시세를 황아무개씨가 조종했다고 의심하고, 2021년 2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서울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이던 황아무개씨를 찾아가 1억90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빼앗았다. 이때 A씨와 함께 황아무개씨를 협박한 이경우는 검찰에 송치됐고, A씨는 혐의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불송치됐다.

이후 이경우는 유씨 부부와 화해했지만 A씨는 유씨 부부와 각종 소송전을 벌이며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부부 측은 이경우에게 건넨 4000만원은 차용증을 쓰고 빌려준 돈이고, 이경우가 추가로 요구한 6000만원은 건넨 적이 없다며 범행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A씨를 납치·살해해달라고 의뢰할 이유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