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진돗개를 천연기념물에서 해제하라 [고은경의 반려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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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이면 뭐해요. '뜬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는데요. 사육환경을 직접 보면 정말 처참합니다."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의 부실한 관리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1년 5개월 전 진도군의 또 다른 개농장에서는 천연기념물 진돗개 4마리와 예비견 7마리가 발견된 적이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진돗개에게 뭐가 좋은지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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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이면 뭐해요. '뜬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는데요. 사육환경을 직접 보면 정말 처참합니다."
지난달 중순 전남 진도군 개농장 세 곳을 방문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의 얘기다. 활동가가 건네준 사진 속 진돗개들의 모습은 처참했다. 뜬장(바닥까지 철조망으로 엮어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철창) 밑에는 오물이 가득했고, 그 안에는 아직 앳돼 보이는 강아지들이 위태롭게 서 있었다. 한 개농장에서는 무허가 도축시설이 발견됐는데, 이미 도살돼 조각난 개 사체가 나뒹굴었다. 이런 곳에서 천연기념물 심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 예비 등록견 9마리가 발견됐고, 이 중 1마리는 심지어 심사위원의 소유였다. 화가 치밀었다.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의 부실한 관리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1년 5개월 전 진도군의 또 다른 개농장에서는 천연기념물 진돗개 4마리와 예비견 7마리가 발견된 적이 있다. 예비견뿐 아니라 천연기념물조차 식용으로 죽임을 당하고 있었지만 동물단체가 폭로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가장 큰 문제는 천연기념물로 등록한 이후 추적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었다. 진도군은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실제 진도군 내에서 몇 마리가 길러지는지, 몇 마리가 천연기념물로 등록됐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나마 실제 조사를 해보니 4,000마리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500여 마리로 파악됐다. (본보 4월 6일 자 보도) 키우던 진돗개가 죽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등 변경사항이 있을 때에는 15일 이내에 진도군수에게 신고를 하게 되어 있었지만 추적관리를 하지 않으니 허울뿐인 조례였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진돗개에게 뭐가 좋은지 따져봤다. 개에게는 아무것도 좋은 게 없었다. 한 가정의 반려견으로 사랑받으며 살 기회조차 박탈된 채 그저 번식에만 동원될 뿐이다. 심지어 뜬장에서 사는 경우도 있다. 나이를 먹거나 병 들어 번식 능력이 없어지면 진도군 밖으로 '반출'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만 그때부터 농장주에게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그렇다면 농장주들은 왜 굳이 천연기념물 진돗개를 기를까. 천연기념물 보존이라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측면도 있겠지만 목적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천연기념물 사이에서 태어난 예비견들을 팔아 수익을 얻고 있다. 이때 강아지 분양을 위한 배송비 일부는 진도군 예산으로 지원되고 있다.
천연기념물을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이 과정에서 심사를 기다리는 수많은 예비견과 단지 '외모 평가'로 심사에서 탈락한, 소위 '탈락견'들이 탄생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보호 장치는 어디에도 없다. 이들은 '잉여' 취급을 받으며 상당수가 식용으로 도살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진도군은 모든 개를 관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1967년 제정된 '한국진도개 보호∙육성법'은 명칭에 '보호'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법 조문 중 보호에 관한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진돗개의 보존, 보호가 아닌 증식과 보급 확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천연기념물 보존을 위해 오히려 진돗개들에게 불행한 상황이 반복되는 게 현실이라면 차라리 진돗개를 천연기념물에서 해제하라. 보존 대상이라며 개를 불행하게 하는 제도는 어떤 이유로든 필요 없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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