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배우’ 원진아, ‘파우스트’로 첫 연극…”계속 도전할 것” [인터뷰 종합]
[OSEN=유수연 기자] 배우 원진아가 ‘파우스트’로 첫 연극 도전에 나섰다.
지난 6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연극 ‘파우스트’의 배우 원진아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달 31일 베일을 벗은 양정웅 연출의 연극 ‘파우스트’는 part.1은 신과 내기를 한 악마 ‘메피스토’가 ‘파우스트’에게 쾌락과 영혼을 맞바꾼 계약을 제안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독일 문호 괴테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인간의 고뇌와 욕망, 본능을 담아낸 아름답고도 위대한 대서사를 선보인다.
원진아는 극 중 우연히 만난 '젊은 파우스트'(박은석 분)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결과 온 가족과 본인 스스로 위험에 빠지는 위기를 맞는 '그레첸' 역을 맡아 원캐스트에 도전했다.
이날 원진아는 “연습 기간 동안 무대에 올라가 본 적이 없어 첫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긴장도 되고 걱정도 많이 되었다. 무대에 오른 후에는 오히려 관객분들에게 오는 기운이 공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 생각보다 즐기면서 하는 환경이 된거 같아 재밌게 하고 있다”라며 공연 소감을 전했다.
그는 첫 공연을 떠올리며 “커튼콜을 하고 끝나는데 30분 동안 눈물이 나더라. 그동안 연습하고 고생했던 것들이 지나가면서 ‘드디어 많은 분들께 보여줄 때가 왔구나’ 하는 마음에 감격스러웠다. 박수소리를 들으니 ‘그간 연습하느냐 고생 많았다’라는 위로 같아서 벅찬 감동이 많이 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무래도 원캐스트고 매일매일 공연이 있어서 뒷풀이는 못했다. 빠르게 집에 가서 무얼 잘못했는지 연출자님들의 피드백만 기다렸다”라며 “피드백 내용은 ‘오늘은 말하지 않겠다. 다들 고생했다. 마지막 공연까지 잘 해보자’라며 고생 많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전했다. 그는 “가족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곧 보러 오실텐데, 염려가 많다. 힘들거나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라며 “주변에서 보신 분들이 다들 한마디씩 해주시는데, ‘오늘 공연 잘하더라’ 보다, ‘그동안 연습을 많이 했구나’라는 말이 큰 힘이 되더라. 저의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가장 힘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첫 연극 무대를 원캐스트로 도전하게 된 소감에는 “저와 비교 대상이 없기도 하고, 원캐스트이기 때문에 모든 연습 시간을 내가 다 쓸 수 있었다”라며 “이렇게 연습을 열심히 하고 30회 공연 중 몇 번을 덜 나가게 되면 아쉬울 것 같은데, 이 장면을 내가 다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기회였다. 원캐스트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준비 기간 고충도 털어놨다. 원진아는 “연습 초반에는 매일매일 나와서 연습하는 환경이 적응이 안 돼 먹는 것도 많이 먹고, 체력 관리를 했다. 두 달 정도 연습을 하다 보니 오히려 체력이 길러진 것 같더라. 막상 공연을 시작하고 나서는 ‘내일 공연까지는 기운이 남아있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공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원작 ‘파우스트’의 내용과는 달리 공연에는 책의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 처음 연습을 들어가기 전에, 책을 끝까지 읽는 연습을 했다. 원작의 내용이 축약되면서 등장인물 감정에 대한 힌트를 놓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책을 읽었던 과정에서 공부하고 얻었던 것들이 장면 연습에도 남아있더라. 책을 통해 느꼈던 감정을 최대한 기억하려고 하면서 집중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연극을 보며 참고한 점은 없었을까. 원진아는 “작품을 하기로 결정을 하자마자 바로 연습이 시작됐다. 당시에는 다양한 공연이 있었는데, 겁이 났다. 보고 나면 ‘저 사람들처럼 못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갇혀 자신감이 낮아질 것 같았다. 나중에 그 시기가 지나다 보니 볼 수 있는 공연 이 없더라”라고 말하며 “그동안 반성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가 지방 출신이기도 하고, 사실 서울이 아닌 이상 공연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지 않나. 저는 연기도 영화가 너무 좋아서 시작하게 된 사람이라, 연극과 영화는 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있었나보다. 그런데 하게 되면서 반성을 많이 하게 됐다. 다양한 연기나 공연에 대해 찾아다니지 않고 많이 보려하지 않았던 나의 노력과 부족한 경험이 아쉬웠다. 내가 살면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르니,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연극을 하다보니 매력포인트를 알게 되어 앞으로 더 많이 찾아다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연습을 통해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콤플렉스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거의 입학한 기분으로 연습실을 오갔었는데, 여태까지는 방에서 혼자 연습을 한 게 대부분이다 보니 넓은 시야로 내 연기에 대해 파고들 시간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기술적인 면이 부족해 초반에는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연습실에 일찍 와 선배를 한 명씩 붙잡고 발성 연습도 하고, 대사 점검을 부탁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어서 그 아쉬움을 이번 연습을 통해 많이 해소했던 것 같다. 그래서 ‘꼭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현장에서 배울 수 있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콤플렉스는 “완전히 털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원진아는 “이렇게 길게 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나 하루하루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이 공연밖에는 없지 않나”라면서도 “그래도 사람에게 한계는 없다고 느껴 희망적이었다. 또 제가 고민이 있으면 혼자 갇혀서 힘들어하는 성향이라는 걸 깨달았는데, 옆에서 계속 힘을 주고, 내가 무얼 잘못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보니 그 안에서 희망을 얻었다.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이겨낼 수는 없지만,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모니터를 나 혼자하는것보다는 주변에게 솔직한 의견을 많이 들어야겠다 싶더라”라고 말했다.
연습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에 대해 “단체로 연습하는 경험이 처음이었다. 작품을 촬영하면서 다같이 모여 대본을 리딩하긴 하지만, 이렇게 두달 동안 같은 장면을 만들어 가는 경험은 하기 힘들었다보니 연습과정 자체가 기억에 많이 남았다. 어떨때는 다른 분이 내 장면을 대신해서 하는데, ‘저 사람은 저렇게 하는 구나’하고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공연이 나혼자 잘한다고 해서 된다는게 아니란 걸 두달동안 체험하면서 몸으로 느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파우스트’에는 원진아 외에도 유인촌, 박해수, 박은석 등이 출연하며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이에 원진아는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기간에 고액과외를 받는 기분”이라며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대사를 할 수 있구나’ 싶었다. 유인촌 선배님이 앉아서 책을 읽는 대사만 하는 장면이 있다. 그 책이 굉장히 어려운 내용인데 연습 첫 날 읽으시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그게 너무 신기했다”고 말했다.
배우 박해수에 대해서는 “선배는 매번 연습 때마다 ‘이보다도 더 재밌을 수 있을까?’ 싶은데 매공연 때마다 다르다. 그렇게 끊임없이 다른 걸 찾으려는 모습에서 나도 노력을 더 해야겠다는 배움을 얻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배우 박은석에 대해서는 “제가 자존감이 낮아있다 보니, 선배는 배우로서 가질 자신감, 올라가면 두려울게 없을거라는 믿음을 주셨다. 덕분에 행복하게 공연 준비를 할 수 있었다”라며 “긍정의 힘을 많이 배웠다. ‘무대에 올라가면 자신감이 없으면 안된다’, ‘너 이정도면 잘 하는 거야’ 등의 말을 해주며 멘탈적인 부분을 많이 잡아줬다. 선배같지 않게 친구처럼 연습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파우스트’를 통해 첫 연극 도전에 나선 원진아. 자신이 생각하는 연기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그는 “처음이다 보니, 연습했던 것만큼 한 게 맞을까.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매 공연을 할때마다, 오늘 고친것보다 ‘오늘은 왜 이 부분을 놓쳤지?’ 하는 반성의 시간이 많이 따라온다. 첫날도 집에 와서 보니 그 장면에서 그게 최선이었을까?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았을까 반성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원진아는 연극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원진아는 극의 가장 큰 매력에 대해 “작품은 편집본을 보면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보며 아쉬워도 고칠 수가 없다. 반면 공연은 그날 그날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긴 시간을 호흡하면서 새로운 걸 발견하는 것도 매력이 있다”라며 “저만 아는 미묘한 차이일 수도 있는데, 같은 대사가 다르게 와닿는 날이 있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은 용기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예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은 시청자들에 대한 반응이 무섭고,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겠다는 생각이 커서 관객이 무서운 존재처럼 느껴졌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무대 앞에서 박수도 쳐주시고 빛나는 눈으로 봐주시니 관객이나 시청자가 두려운 존재가 아니구나. 나에게 힘을 주기도 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주는 걸 인정해 주시는구나 싶어서 관객과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 굉장히 새로웠다”고 덧붙였다.
연극을 통해 배운 점도 있었다. 그는 “마지막 감옥에서 연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조금이라도 이성적으로 하려 한다거나 계산을 하면 집중하기가 어렵더라. 그만큼 감정 발산을 많이 해야 하고, 최대한 감정을 끌어내려고 해야했다”라며 “드라마나 영화는 카메라 앵글 속에 있어 어느 정도 지켜야 하는 선들이 있었다. 그런데 무대 위에서는 큰 무대에서 나는 작게 보일 수밖에 없어서 발산하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이 장면을 해낼 만한 힘이 내게 있을까?’ 생각 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발산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게 제게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약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강한 사람이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처음엔 체력적인 게 많이 걱정됐는데, 연습 과정을 통해 ‘내가 이걸 이겨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더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보는 시간이 행복했던 것 같다. 연습을 하면서 매일매일 달라지는 걸 보는 것도 기뻤다. 저에겐 이번이 거의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는데, 큰 수확이 있었던 것 같다. 무대를 한다는 건 제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랑은 뭔가 DNA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무대에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들고, 올라가서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제가 얻은 경험 중에 최고인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지옥’, 쿠팡플레이 시트콤 ‘유니콘’, 연극 ‘파우스트’ 등, 원진아는 매번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성향이나 성격 자체도 무언가 하나만 계속 한다기보단, 또 다른게 뭐있지?하는 편이라 취미도 많이 바뀐다. 예전엔 킥복싱이 취미라고 했었는데, 요즘은 또 수영을 한다”라며 “작품 활동도 연장선이다. 안 해봤던 것,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편이라 앞으로도 안해본 걸 계속 해보려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해보지 않았던 것은 왔을때 바로 기회를 잡아야 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탐이 나는 분야에 대해서는 “데뷔초부터 액션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무도 불러주시고 있진 않다”고 웃으며 “몸을 써보고 싶은걸 해보고 싶다. 단점이라 할 수 있을진 모르겠는데, 저에게는 다소 여리여리한 이미지가 있다. 저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꺼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파우스트’ 외에도 또 다른 연극 출연에 대한 희망도 전했다. 그는 ‘파우스트’ 재연에 대한 질문에 “이 멤버 그대로라면 하고 싶다. 그 이유가 가장 클 것 같다. 바로 한다기 보단, 몇년 뒤 라면 하고 싶을 것 같다. 당장 1~2년 안에 다시 한다고 해서 제 스스로 금방 큰 차이를 얻어낼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이 멤버 그대로라면 너무 하고 싶을 거 같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기회가 있으면 다른 연극 무대도 서고 싶다. 저에겐 너무 소중한 경험이고 시간이었다. 제가 겪어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라며 “어떤 작품과 캐릭터가 하고 싶어서 라기 보단, 이 연습 과정과 무대에 다시 올라가는 순간이 또 그리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극 ‘파우스트’가 원진아에게 줄 의미에 대해 “앞으로 제가 달려갈 수 있는 길의 중간에 먹은 에너지 드링크 같은 느낌”이라며 “내가 이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있는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서 스스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힘이 되어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우스트’ 이후로 얻고 싶은 수식어에 대해서는 “스스로 겁도 많았고, 안정적이고 싶어 했지만 그걸 깨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다. 그 노력만큼 저를 겁 없이 나아가고 있는 배우, 준비가 되어 있는 배우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올해의 계획은 단순했다. “다른 한눈을 팔 여유가 저에겐 지금 없다. ‘파우스트’ 합류 초반에도 회사 측에 끝까지 ‘파우스트’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라며 예정된 차기작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파우스트’에 대한 홍보도 놓치지 않았다. 원진아는 “다양한 연령대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 특히 젊은 분들이 와주셨으면 하는데, ‘파우스트’에서 볼 수 있는 고전극에서 나오는 말의 맛, 말의 의미를 깊게 파고들 수 있는 기회가 작품에서 많이 없지 않나. 저 역시 거의 처음으로 고전을 접하게 되었는데, 빠르게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서 천천히 무언가를 음미할 수 있는 힘이 고전에게 있는 것 같다. 이런 고전의 매력을 젊은 층에서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자녀와 같이 오시는 부모님들이 있어도 서로 극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우스트’는 3월 31일 개막해 4월 2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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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본컴퍼니,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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