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텍사스 연방법원, 23년간 쓰인 낙태약 판매금지 결정 '논란'

김용태 기자 2023. 4. 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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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대법원 앞서 열린 '낙태합법화 판결' 공식폐기 관련 시위

미국 사회가 경구용 낙태약 사용과 관련한 연방법원의 엇갈린 결정으로 다시 분열되고 있습니다.

작년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취소한 연방대법원의 판결 이후 진보·보수 진영이 낙태 문제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이어온 가운데 이번엔 23년간 쓰인 먹는 낙태약을 돌연 금지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연방법원은 미국에서 시판되는 사실상 유일한 경구용 낙태약(임신중절약)인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매슈 캑스머릭 텍사스주 애머릴로 연방법원 판사는 FDA가 2000년 미페프리스톤에 대해 내린 사용 승인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FDA에 긴급 항고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이번 결정의 법적 효력은 7일 후 발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작년 11월 텍사스주 낙태 반대 의사단체가 FDA의 미페프리스톤 승인을 철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판결 선고 전에 내려진 예비 명령으로, 본안 선고 전 약품의 유통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캑스머릭 판사는 "FDA가 미페프리스톤 사용 승인 결정을 내릴 때 약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혀 본안 재판에서도 원고 승소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CNN 방송 등 미 언론은 이번 법원의 명령은 작년 6월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취소하는 판결을 한 이후 낙태와 관련해 내려진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재판을 맡은 캑스머릭 판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의 판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론들은 이 소송이 보수 성향의 연방 판사가 있는 텍사스에서 제기된 점에 주목해 왔습니다.

미페프리스톤 외에 다른 경구용 낙태약이 하나 더 있지만 효능이 떨어지고 미페프리스톤과 함께 쓰여야 해 미페프리스톤은 사실상 유일한 먹는 낙태약이라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낙태 시술을 금지한 보수 성향 주에 거주하는 임신부들은 이 미페프리스톤에 의존해 왔습니다.

FDA에 따르면 승인 이후 지금까지 560만명의 미국인이 이 약을 썼습니다.

여성권 옹호 단체들은 거의 20년 이상 별 사고 없이 사용된 약물을 갑자기 안전성을 이유로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인 결정일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즉각 항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등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이번 결정을 일제히 비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번 소송과 법원의 결정은 여성의 자유를 박탈하고 건강을 위협하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법원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하고,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뺏는 사람들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복원시킬 수 있는 의회를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커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결정은 미국 여성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며 FDA가 정치가 아닌 과학에 입각해 안전한 약품을 승인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트위터에 "이번 판결은 의약을 정치화하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극단주의자들은 낙태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한편, 같은 날 워싱턴주 연방법원은 텍사스주 연방법원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토머스 라이스 워싱턴주 스포캔 연방법원 판사는 별도의 소송에 대한 재판에서 FDA는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사용 승인을 변경하지 않아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이번 소송은 워싱턴DC를 포함해 민주당 세가 강한 17개 주가 제기한 소송이기에 라이스 판사의 결정은 이들 17개 주에서 유효하게 됐습니다.

라이스 판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로 진보 성향의 인물로 분류됩니다.

다만 그는 미국 내 다른 주에도 미페프리스톤의 판매를 확대해달라는 원고의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미페프리스톤은 미국에서 임신 첫 10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임신중절 약물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김용태 기자ta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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